중독에 흘러간 아름다움,
애틀랜틱 시티

미국 한 바퀴_ 대서양 로드트립 16

by 앤드류


미 동부의 라스베이거스, 애틀랜틱 시티 (Atlantic City)


1995년, 세계적 명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Martin Scorsese)는 카지노 (Casino)라는 명작을 만들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에이스 로스터인 (Ace Rothtein, 로버트 드니로)는 마피아에게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운영을 위임받아 엄청난 흑자 도박 기업을 일군다. 그의 경영 철학은 단순하지만 효과적이다.


“In the casino, the cardinal rule is to keep them playing and to keep them coming back. The longer they play, the more they lose, and in the end, we get it all.” — Ace Rothstein.
"카지노의 가장 기본 되는 규칙은 손님을 계속 붙잡아 두고, 또다시 오게 만드는 거야. 오래 할수록 결국 더 많이 잃게 되고, 마지막에는 돈은 우리가 다 가져가게 되거든." - 에이스 로스터인


도박 중독은 인간이 가진 가장 끊기 어려운 중독이다. 도박은 술이나 마약처럼 육체를 공격하지는 않는다. 대신 도박하는 마음속에 희망과 절망이 롤러코스터처럼 반복한다. 언제 이길지 알 수 없지만, 이길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 자체가 더 강한 중독을 만든다.


뇌 연구자들에 따르면 도박은 코카인과 같은 도파민 경로를 자극하며, 돈을 따지는 못하고 아슬아슬하게 돈을 잃고 만 상황조차 승리한 것처럼 인식해 뇌를 흥분시킨다. 그 결과 도박 중독은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일 년 내 재발률이 70%에 이를 만큼 끊기 어렵다. 마약보다 끊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한다.


카지노는 이런 중독을 먹고 성장한다. 뉴저지주 애틀랜틱 시티(Atlantic City)도 이런 도박을 기반으로 발전한 도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애틀랜틱 시티는 동부에서 유일한 카지노 도시였다. 1980년대 말 뉴욕에 출장 오면 애틀랜틱 시티에 들리곤 했다. 카지노는 화려하고 해변은 깔끔하게 정돈되고 도시는 활기에 넘쳤다. 어디나 돈이 흐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도박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도박은 언제나 반짝이는 약속이자 숨겨진 저주다. 도박이 주는 짧은 시간의 달콤함에 빠져, 이 화려함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집단 착각 속에서 도시의 장기적인 전략적 발전을 도모하지 못했다. 다시 들린 애틀랜틱 시티는 옛날의 영광과 화려함을 잃어버리고 쇠락해 버린 유물 들처럼 마주 대해 보기가 딱할 정도로 변해 있었다.


| 하락의 미끄럼틀


애틀랜틱 시티의 가장 중요한 산업 카지노 매출은 2006년 약 52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2015년에는 25억 달러 수준으로 반 토막이 났고 최근에는 회복세가 나타나 2023년에는 약 28억 5천만 달러의 매출로 약간의 반등은 있었으나 예전의 수준을 전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뉴욕, 델라웨어, 코네티컷, 메릴랜드 등 인근 주마다 새롭고 현대적인 카지노가 들어섰고, 여기에 온라인 도박과 스포츠 베팅 앱까지 더해지면서 과거의 지리적 이점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 결과 애틀랜틱 시티는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기 어려워졌고, 도시 자체의 경쟁력과 자립력은 점점 약화되었다.


애틀랜틱 시티의 범죄율과 빈곤율은 높고, 산업도 관광객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노후화된 카지노 시설은 최신 리조트를 갖춘 경쟁 도시와 비교해 매력이 떨어졌으며, 부패와 재정 위기, 주정부 개입 같은 정책·행정 문제도 장기적 발전 전략을 약화시켰다.


| 도박의 결말


애틀랜틱 시티의 흥망은 도시의 발전을 허망하기가 모래성 같은 도박에 과도하게 의존할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개인의 삶에서나 도시와 국가의 차원에서 도박 중독은 여전히 가장 끊기 어려운 습관이자 버리기 힘든 유혹이다. 애틀랜틱 시티가 도박이 주는 달콤함에 중독되어 도시로서의 성장과 발전에 매진하지 못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헤드 사진에 있는 것처럼 최근 애틀랜틱 시티 카지노에서 공연 중인 쇼 더 훅(The Hook)이라는 제목에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공연에서 훅은 관객을 사로잡는 장치이지만, 카지노에서는 손님을 계속 잡아두는 덫을 의미한다. 애틀랜틱 시티는 지금 그 훅에 걸려 있다 화려한 조명과 약속으로 손님을 끌어들이지만, 그 뒤에는 의존과 쇠퇴라는 대가가 숨어 있다. 도박은 반짝이지만, 그 뒤에 남는 것은 신뢰·안정·희망의 상실이다.


한 때 아름다웠던 도시의 쇠락을 보며 어떤 결말이 기다리는지 알지만, 도박에 찌든 사람들은 현 상황을 바꾸지는 못할 거라는 뻔하게 예상되는 암울한 결말을 마음에 안고, 쓸쓸한 마음으로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그래도 대서양 바다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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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인데도 황량하고 쓸쓸해 보인다. 바다는 아름답지만 도시는 예전의 영화를 잃어버렸다.
아름다운 바다지만 낮에 보는 술집은 마음을 허전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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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한국전쟁 기념비. 한국전 참전 뉴저지 주민들의 봉사와 희생을 기리기 위해 2000년 11월 준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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