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서피크 만의 진주,
세인트 마이클스

미국 한 바퀴_ 대서양 로드트립 17

by 앤드류


| 아픈 역사. 아름다운 항구, 세인트 마이클스 (St. Michaels)


메릴랜드 주에 자리한 세인트 마이클스는 체서피크 만 (Chesapeake Bay)의 진주 (pearl) 같은 항구다. 조개 안에 작은 이물질이 들어가면 조개는 고통을 견디기 위해 이물질을 칼슘과 단백질로 감싸게 되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영롱하고 신비한 빛깔의 진주가 형성된다. 진주는 고난 속에서 생기는 아름다움이다. 신약 성경 제일 마지막 책인 요한 계시록 (Revelation)에서도 천국 열두 개의 문이 진주로 되어 있다고 묘사되어 있다. 구원에 이르는 길이 쉽지 않음을 표현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 열두 문은 열두 진주니 문마다 한 개의 진주로 되어 있고 그 성의 길은 맑은 유리 같은 정금이더라. (요한 계시록 21:21)
And the twelve gates were twelve pearls; every several gate was of one pearl: and the street of the city was pure gold, as it were transparent glass. (Revelation 21:21)


세인트 마이클스에 들어서면 햇살에 반짝이는 요트와 항구 그리고 체서피크 베이 해양 박물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오늘날의 풍경은 한적하고 평화롭지만, 이 바다는 오랫동안 풍요와 갈등, 억압과 자유의 역사를 품고 있다.


| 상처가 깊을수록 아름다움은 커지고


체서피크 만은 한때 굴과 게가 넘쳐나는 풍요의 바다였다. 그러나 예외 없이 인간의 역사는 탐욕이 지배하고, 풍요는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법이다. 가난한 어부들은 작은 배를 이용해 굴을 캐며 버텼고, 부유한 상인들은 증기선을 띄워 자원을 독점했다. 어쩔 수 없이 굴 전쟁이라 불린 빈 부 충돌이 일어났고, 삶의 원천인 바다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간 갈등의 현장이 되었다.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 중 하나로 손꼽히는 세인트 마이클스도 힘든 불평들의 갈등을 극복한 상처를 딛고 태어난 진주 같은 곳이다.


체서피크 만은 미국의 독특하고 비극적인 역사인 흑인 노예제의 해방구 역할을 하기도 했다. 노예제 아래에서 신음하던 흑인들에게 갈대밭과 늪은 탈출의 은신처였고 밤하늘의 별빛은 북쪽으로 향하는 길잡이가 되었다. 해리엇 터브먼 (Harriet Tubman, 1822-1913)은 이 지역에서 태어나 자라며 누구보다 지형을 잘 알았고, 1849년 노예에서 탈출한 이후에 수많은 노예를 도피시켰다.


억압받던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만을 건넜다. 세인트 마이클스는 희망의 통로였다. 고요한 숲길과 습지를 바라보면, 노예 사냥꾼들을 피해 도망치던 흑인 노예들의 긴장된 숨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이곳은 또한 전략적 요충지였다. 식민지 시대 영국 해군은 체서피크 만을 통해 내륙 깊숙이 진격했고, 독립전쟁과 1812년 전쟁의 주요 전쟁터가 되어 미국 독립에도 기여했다.


| 그래도 역사는 흐른다


지금 아름다운 세인트 마이클스가 누리는 평화 속에는 불평등과 차별 해방의 거친 역사가 겹겹이 쌓여 있다. 차별과 탄압 속에서도 굴을 따서 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던 어부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억압의 쇠사슬을 끌고 자유를 향해 늪과 강을 건넜던 노예들의 발걸음이 아름다운 경치 속에 겹쳐 보였다. 체서피크 만은 인간에게 풍요의 근원이었지만 동시에 불평등과 고난을 드러냈고, 또 자유와 해방의 꿈을 품은 길이었다.


잔잔한 수면 위에는 수백 년의 눈물과 희망, 억압과 해방의 역사가 여전히 흐르고 있다. 모든 것을 감싸 안고 도도히 흐르는 차가운 역사를 되새긴다. 지금 미국이 겪고 있는 말도 안 되는 사건들도 역사의 강에 묻혀 아름답게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본다.


| 바다 건너 세인트 마이클스 가는 길

체서피크 베이 브리지(Chesapeake Bay Bridge). 메릴랜드 주 아나폴리스와 델마바반도 (델라웨어. 메릴랜드. 버지니아가 만나는 반도)를 잇는 다리


체서피크 만 캔트 랜드에 자리한 Libbey’s Coastal Kitchen. 체서피크 만을 바라보며 식사하는 인기 해산물 식당


체서피크 베이 브리지 동쪽 켄트 아일랜드 지역의 주거 및 휴양 단지


| 세인트 마이클스 가는 길 평화로운 마을 풍경

세인트 마이클스 가는 길 풍경

| 체서피크 베이 해양박물관 (Chesapeake Bay Maritime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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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ystering on the Chesapeake, 체서피크 만 굴잡이 역사와 문화적 유산을 생생하게 기록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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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퍼 스트레이트 등대 (1879 Hooper Strait Lighthouse)와 등대 위에서 바라본 항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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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인트 마이클스 (St. Michaels, Maryland) 하버 (front harbor)


| 세인트 마이클스의 대표적인 워터프런트 리조트 겸 마리나

배를 타고 체서피크 만을 한 바퀴 돌아봐도 멋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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