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거울, 아나폴리스

미국 한 바퀴_대서양 로드트립 18

by 앤드류

자부심 속에 숨긴 아픔, 아나폴리스 (Annapolis)


체서피크 만의 아나폴리스는 눈을 떼기 힘들 만큼 아름다운 항구 도시이지만, 동시에 미국의 자부심과 모순을 비추는 거울이다.


아나폴리스는 세계 민주주의 정치사에 길이 남을 귀한 사건을 목격한 운 좋은 도시다. 1783년 12월 23일, 영국과 맞서 싸워 독립을 쟁취한 독립군 총사령관 조지 워싱턴은 아나폴리스 주 의사당에서 후에 총사령관직을 사임했다. 워싱턴은 군 권력을 의회에 반납하며 군 통제권이 민간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1961년 군사 쿠데타로 잡은 권력을 내려놓지 못하고 20년간 독재로 나라를 통치하다가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한국의 대통령 중 한 명과 비교된다. 워싱턴은 훗날 미국의 대통령직을 두 번 수행하고 (1789-1797), 헌법에 연임 금지 규정이 없어 계속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음에도 대통령 직에서 물러났다.


오늘날 메릴랜드 주도 아나폴리스는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내려오는 멋진 건물과 맛있고 싱싱한 해산물. 멋진 바다 때문에 항상 수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그러나 이렇게 멋진 도시의 뒤에는 미국이 자랑하고 싶은 전통과 또 동시에 숨기고 싶은 아픔이 공존한다.


| 부와 사슬


18세기 아나폴리스는 돈이 넘치는 항구 도시였다. 담배 무역과 굴 채취는 자본가들에게 부를 안겨주었고, 화려한 조지아풍 저택들이 세워졌다. 아나폴리스의 부자 백인들은 음악과 연극, 정치적 토론을 즐겼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노예들의 피와 땀이 있었다. 항구에는 족쇄에 묶여 끌러온 아프리카 흑인들로 가득 찼다. 그들은 노예로 팔려 메릴랜드와 버지니아의 농장 등으로 끌려갔다.


1767년, 아프리카 중부 감비아 (Gambia)에서 출항한 로드 리고니어 (Lord Ligonier) 호는 강제로 생포한 140명의 아프리카인 노예를 싣고 대서양을 건넜다. 약 두 달 뒤, 살아남은 98명이 메릴랜드 아나폴리스 항에 도착했다. 오늘날 아나풀리스 항구에 세워진 쿤타 킨테 (Kunta Kinte)와 알렉스 헤일리 (Alex Haley) 기념비는 그 아픔을 기억한다. 쿤타 킨 테의 이야기는, 그의 후손 알렉스 헤일리가 자신의 조상을 찾아가며 쓴 소설, 뿌리 (Roots)를 통해 세상에 전해졌다. 이 소설을 통해 수천 명의 흑인들은 노예가 아닌 사람으로서의 얼굴과 목소리를 찾았다.


쿤타 킨테는 노예제의 비극 속에서 정체성을 지켜내려 한 아프리카인의 초상이며, 동시에 아프리카계 미국인 공동체가 자유와 존엄을 되찾으려 한 투쟁의 상징이다.


| 노예제의 족쇄


노예제의 유산은 미국 독립과 함께 사라지지 않았다. 흑인들은 세대를 거듭하며 토지, 임금, 교육에서 배제되었다. 독립 후 약 90년 후 남북전쟁에서 북군이 승리한 후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을 선포했지만,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늘날 흑인들의 고통은 경제적 측면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2023년 흑인가정의 가구 소득 중앙값은 약 56,490달러로, 백인가정의 89,050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히스패닉 가정은 약 65,540달러, 아시아계 가정은 약 112,800달러다.


이것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수 세기 동안 재산과 기회를 빼앗긴 노예제의 직접적 결과다. 오늘날에도 주택, 교육, 의료에서 그 역사의 상처가 그대로 드러난다.


| 기억과 책임


아나폴리스는 미국 역사의 양극단을 품고 있다. 한 때 노예 시장인 동시에 쿤타 킨 테의 도시, 미국 민주주의의 자존심 조지 워싱턴의 도시,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해군사관학교 (Naval Aademy)가 명예를 기르는 요람이다.


아나폴리스와 체서피크에는 아름다움과 아픔, 겸손과 자부심, 풍요와 상실이 동시에 존재한다. 아름답게 꾸며진 거리를 걸으며 역사가 단순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우리는 늘 위대함, 연약함과 함께 걷는다. 어떻게 그 둘을 함께 품고 살 수 있는지 항상 고민해야 할 것이다.


| 아나폴리스 (Annapolis) 항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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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폴리스의 아름다운 시티 독 (City Dock)
이 식당은 조금 비싸지만 음식도 맛있고 내다보는 경치도 훌륭하다.
배를 타고 바다를 한 바퀴도는 여행도 재미있다
도시도 깨끗하게 잘 꾸며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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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ts를 써서 조상 큰타 킨테를 찾아 낸 알렉스 헤일리의 동상이다


크루즈 여행 (Cruise)
: 체서피크만의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매력적인 해안선을 감상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크루즈에서 바라본, 아나폴리스 주민들이 자랑하고 아끼는 미해군사관학교 (Naval Academy)


아나폴리스 해양 박물관 (Annapolis Maritime Museum)
: 아나폴리스의 해양 전통과 체서피크만의 역사, 어업 및 굴 양식 산업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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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nas and Anne Catharine Green Park

: 시번 강(Severn River) 건너 아나폴리스 시내와 해군사관학교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 명소. 미국 국기 탄생과 관련된 역사 탐방로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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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워터스 공원(Quiet Waters Park)
: 아나폴리스 남쪽 10여분 거리의 자연과 여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아나폴리스의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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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폴리스 부근, 콰이어트 워터스 팍(Quiet Waters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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