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넘어, 케이프 메이-루이스 페리

미국 한 바퀴_대서양 로드트립 15

by 앤드류


가슴에 묻어 둔 이야기, 케이프메이-루이스 페리 (Cape May - Lewis Ferry)


이제, 꼭 쓰고 싶었지만 쓰지 못하고 오랫동안 가슴에만 간직해 왔던 <케이프 메이- 루이스 페리 > 여행 이야기를 할 차례다.


델라웨어 만을 가로지르는 17마일 (약 24 Km), 85분간의 여정은 뉴저지 최남단 케이프 메이와 델라웨어의 고도 (古都) 루이스를 이어준다. 단순히 돌아가야 갈 길을 단축해 주는 여정이 아니라, 여행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항해로 기억된다.


1964년 7월 1일 첫 운항이 시작된 이후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이 페리 (지동차를 실은 채 사람과 화물을 함께 운송하는 배)를 통해 5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델라웨어 만을 건넜다. 단순히 우회하는 도로를 대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물길 위에서 느낄 수 있는 고유한 리듬을 찾기 위해서였다. 현재는 MV Delaware, New Jersey, Cape Henlopen 세 척의 현대식 페리가 운항 중이다. 각 선박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라운지와 스낵바, 와이파이, 파노라마 갑판까지 갖추고 있다.


케이프 메이를 출발해 항해를 시작하면 곧 망망대해 한가운데 자리한 케이프 메이 등대가 눈에 들어온다. 1859년부터 서 있던 이 등대는 지금도 묵묵히 바다를 지키며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이 지역은 계절에 따라 고래를 볼 수 있고, 북미에서 손꼽히는 철새 이동 경로이기도 하여 수많은 새들이 바닷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모습 또한 잊을 수 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가장 특별한 순간은 해 질 녘에 찾아온다.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며 하늘과 물빛은 황금빛으로 변하기 시작해, 곧이어 보랏빛과 붉은빛이 뒤섞인 거대한 수채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역사, 문화, 자연 등을 다루는 스미스소니언 매거진 (Smithsonian Magazine)이 이 항로를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7대 풍경 여행’ 중 하나로 꼽은 것도, 수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에서의 석양을 평생 기억 속에 간직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석양을 즐기기 위해 페리에 탑승한다.


| 말로는 감히 다 담을 수 없고


201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편집상을 수상한 영화 그라비티 (Gravity)에서 동료 우주인 (라이언, Ryan)을 구하고 우주로 정처 없이 흘러가는 은퇴 직전의 우주 비행사 매트 코왈스키 (Matt Kowalski)는 그 와중에서도 지구를 보며 감탄하며 라이언에게 무전으로 말한다.


“You should see the sun on the Ganges. It’s amazing.”

인도 갠지스 강 위에 떠오르는 태양을 봐야 해.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멋지거든.


우주에 나가 태양이 뜨는 광경을 볼 수는 없겠지만 페리에서 바라보는 케이프 만의 석양도 글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아릅답다.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며 느낀 감흥을 어설프게 묘사하려고 노력하느니 위대한 음악가 드뷔시 (Claude Debussy)가 석양을 묘사한 글로 대신한다.


"There is nothing more musical than a sunset. He who feels what he sees will find no more beautiful example of development in all that is presented to the eye.”

가장 진정한 음악은 지는 해이니, 눈앞의 풍경을 가슴으로 느끼는 자에게는 눈앞에 펼쳐지는 그 모습보다 더 아름다운 광경은 없으리라.


시인도 음악가도 아니지만, 용기를 내어 케이프 메이의 석양을 영어로 표현해 본다.


Standing on the ferry at sunset, words failed me — the sea and sky spoke in colors I could never name. 석양 속 페리 위에 서서, 나는 말을 잃었다 — 바다와 하늘은 내가 결코 이름 붙일 수 없는 색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렇게라도 가슴속 이야기를 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풀린다. 우리의 바다 여행은 계속된다.



페리에서 바라보는 케이프 만의 석양은 글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아릅답다. 어떠한 설명이 필요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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