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by 참읽기

내일 첫눈이 온다더니, 오늘 아침부터 바람이 차갑다. 집 안에서도 맨발로 바닥을 디뎠다가 움찔했다.

그러나 매일 놀이터 출석하는 아이들에게는 이 정도는 추위도 아니다. 어린이집 문을 나서자마자 놀이터로 직행한다.


아이는 이미 놀이터에 도착해서 손짓한다. 아이의 숨이 작은 구름처럼 흩어진다.

걷고 있는데 발가락은 어디 갔지? 이미 느낌이 사라졌다.

부츠가 끝나고 바지가 시작되는 1cm 남짓한 공간으로 바람이 매섭게 들어온다. 종아리 살려.


무릎과 정강이는 온도 감각이 별로 없나 보다. 그런데 허벅지는 무슨 일이지?

누가 와서 얼음을 비벼대다가 허벅지 전체가 스케이트장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엉덩이는 지방이 지켜줘서, 등판과 가슴은 점퍼가 두툼하게 감싸줘서 한결 낫다.

어깨는 따뜻한 피가 도는 게 느껴졌는데 왜 그 피가 손가락까지 안 오는 거지?

이게 내 손가락인가 아이가 들고 있는 나뭇가지인가? 딱딱하고, 메마르다.


털이 북슬한 점퍼 모자에 파묻혀 있으니 뒤통수는 덤덤한데, 얼굴이 문제다.

내 얼굴에 어디가 튀어나와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이마, 코, 양볼.

겨울왕국의 엘사가 이마, 코, 양볼에만 얼음 마법을 걸어놓은 듯 움직이지 않는다.


"OO야" 아이의 이름을 부르려다가 입술이 살짝 터지기 직전이라는 걸 알아챈다.

그만두자. 지도 추우면 오겠지. 아이는 나뭇가지를 들고 뛰어다닌다. 여름과 똑같이. 코랑 볼은 빨간 채.


대나무가 우거진 곳을 등지고 우선 자리를 잡는다. 머리카락에 드라이 바람 지나가듯 강풍이 분다.


춥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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