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배운 것
가족들과 함께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앞자리에 앉은 엄마 아빠를 관찰할 수 있게 되는데, 대부분 엄마가 쉴 새 없이 이야기한다. 아빠는 거의 들어주는 편인데 엄마는 가끔 나도 들었던 이야기들을 반복해서 하곤 한다. 아빠는 나보다 많이 들었음 들었지 안 들었을 리 없는 이야기를 “어 저번에 했던 말인데” 하지 않고 처음 듣는 것처럼 잘 들어준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상대방이 했던 이야기를 또 해도 들어주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굳이 말하는 사람의 흥을 깨고 싶지 않기도 하고 한 번 더 듣는다고 큰일이 나지도 않으니까. 난 이런 우리 아빠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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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시 힙합 노래만 듣는 나를 보고 동생이 가족들 앞에서 내가 요즘 래퍼가 되고 싶어 한다며 장난쳤는데 우리 아빤 그걸 가볍게 넘기지 않고 하고 싶은걸 지금부터 준비하면 못할 게 없다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느껴지는 무조건적인 사랑은 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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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우리 아빠는 엄마와 사귀고 있을 때 엄마에게 스님이 될까 하고 물어보았다고 했다. 엄마는 이별통보를 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아빠의 옛날이야기를 들으면 재밌다. 키는 작지만 골목대장이었고 모든 운동을 잘했다고 한다. 삼수를 해서 독어독문학과에 갔지만 시를 썼고 연극연출을 하기도 했으며 솟대도 만들었고 광고 회사에도 다녔고 보험회사에도 다니다 고깃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군복무 시절 최전방에 배치되었고 못된 윗사람에게 밉보여 엄청나게 힘든 군생활을 했지만 아빠가 전역하던 날 결국 그 사람이 아빠에게 울면서 사과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엄마와의 소개팅 날 연두색 스카프를 하고 나왔다고 한다. 또 담배를 거의 20년 피웠지만 엄마가 나를 임신한 걸 알고 바로 담배를 끊었다. 내가 태어나던 날 너무 기쁜 마음에 내복을 사왔는데 사이즈를 가늠 못하고 너무 큰 걸 사와서 내가 4살이 되어서나 입을 수 있었다고 한다. 내가 고등학생 때 몰래 술을 마시고 취해 집에 들어왔을 때 들킨 적이 있는데 모른 척해줬다. 나는 아빠에게 20살이 될 때까지 뽀뽀를 하겠다고 어렸을 때부터 약속했고 지금도 지키고 있다. 어딜 가서도 잘 노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항상 말한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잘 들어준다. 영화를 좋아하고 좋은 영화는 몇 번씩 봐야 한다고 말한다. 트렌드를 잘 캐치한다. 요즘 유명한 넷플릭스 작품들을 나보다 더 먼저 본다. 며칠 전엔 셀러브러티를 아빠 혼자 다 봤다. 최근에 안 사실 정말 소식한다. 내가 본 사람들 중 가장 다정하다.
그리고 아빤 잘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