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의 피투와 기투
하이데거의에 따르면 기투(실존성)는 피투성(사실성) 및 퇴락과 더불어 현존재의 존재인 조르게(관심)를 구성한다. 현존재의 개시성의 하나의 계기인 이해는 기투라는 실존론적 구조를 지닌다. 즉 이해는 현존재가 스스로의 존재 가능성을 향해 몸을 던지는(스스로를 기투 하는) 일인바, 기투는 스스로의 존재 가능에로 개시하면서 관계하는 가운데 존재하는 일인 것이다. 그때 현존재는 스스로를 세계(세상)로부터 이해, 기투 함(비 본래적 기투)일 수도 가장 고유한 존재 가능으로부터 이해, 기투 함(본래적 기투)일 수도 있다. 또한 가능성은 무차별적인 자유가 아니고 현존재는 한정된 가능성들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기투는 자의적인 선택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피투적인 기투이다. 기투는 후설의 ‘나는 할 수 있다’를 전개시킨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근대적 주관성의 자율적 능동적 성격을 계승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피투성(사실성)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는 어둠에 쌓인 채 현존재가 스스로에 기초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로 인도되어 내던져져 있다고 하는 사실성, 즉 현존재가 존재하고 있다고 하는 적나라한 사실을 가리킨다. 나아가 조르게의 다른 두 계기에 대응하여 현존재가 그때마다 스스로의 존재를 존재하는(실존하는) 것이어야만 한다는 사실 및 그때마다 이미 퇴락이라는 모습으로 세계 속에 던져져 있다고 하는 사실이 피투성에 속해 있다. 현존재를 피투성에서 지금 당장 대개는 피투성으로부터 눈을 돌린다고 하는 모습에서 개시하는 것은 현존재의 개시성의 하나의 계기인 정황성(情況性, 기분)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피투성은 인간의 유한성 내지 수동성을 가리키는 말이다.(루터의 말 “그리스도는 육체 속에 던져졌다”의 의미 속에서 해석할 수 있다) 하이데거는 기투보다도 피투성에 중점을 둔다. <존재와 시간>에서의 현존재의 현을 존재의 밝힘으로 다시 해석함으로써, 존재 그 자체가 인간을 존재의 밝힘으로 던져 넣는 것이 피투성의 실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현존재는 존재자와 달리 그 자신을 세계-내-존재로서 세계의 일상성에 퇴락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개시하는 존재이며 피투되면서 동시에 자유의 의미를 기투 할 수 있는 존재의 가능성을 지닌다. 하이데거의 피투와 기투는 실존철학에 나오는 단어이다. 피투라는 말은 우리의 삶이 '상황 속에 내던져져서 살아가야하는 존재'라는 의미이다. 이전까지의 철학은 삶의 본질이나 우주의 궁극적인 진리를 고민했는데, 그런 방향을 벗어나서 지금 내가 현재 처해있는 상황을 중시한다. 그 상황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수동의 의미인 피투성이 강조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만 하는 존재이다. 기투성이란 주어진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앞날을 향해 스스로를 던짐으로써 새롭고 변화된 상황을 창조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즉, 수동적인 상황을 능동적으로 극복한다는 의미이다. 이상과 꿈은 현실 너머에 존재하면서도 현재를 이끌어 나가는 힘이 된다. 기투는 이념적으로는 그것에 의해 본래적 실존의 존재방식이 지향되는 경우와 세계의 사물속에서 자기를 잃고 일상적 퇴락에 빠지는 경우로 나누어지지만, 구체적으로는 하나의 기투속에 다양한 가능성이 뒤얽혀진 양상을 드러낸다. 따라서 현에서 생기하는 진리현상(숨지 않음)도 언제나 비 진리(숨음)와의 긴장관계 속에서 나타난다. 현존재의 현(Da)은 이와 같은 피투적 기투에 의해 열리는 진리가 근원적으로 생기하는 장이다.
생기란 하이데거 후기 사상의 핵을 이루는 근본 개념으로서 존재 그 자신 또는 존재의 진리가 현존재(인간 또는 사유)와의 상호적인 공속관계 하에서 그 자신에게 ‘고유한 모습’(자성)을 가지고 나타나는 모습 또는 그러 한 사건을 가리키는 말이다. 성기, 자현, 발현, 나타남과 같은 번역어도 있다. 1930년대에 들어서서 존재의 의미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존재, 그 자신에 대한 물음으로 전회 한 하이데거는 이러한 생기사상에 의해 더 나아가 존재를 넘어서서 존재 그 자신이 현출하는 장으로까지 사유를 심화 시키게 된다. 그러나 생기의 세계는 여전히 장래의 사항인바, 현대는 생기의 전주로서의 몰아세움(기술의 본질)이 지배하는 시대에 머문다. 그런 점에서 생기는 스스로를 무제한적으로는 드러내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생기 그 자체에는 탈 생기의 계기가 본질적으로 속한다. 이러한 생기에 대한 하이데거의 사유는 또 다른 원초로서의 생기가 도래하기 위한 준비를 이루는 선구적인 사유이며, 그런 까닭에 그의 생기사상은 도상에 계속해서 머무르는 ‘사유의 영위(營爲, lead)’ 그 자체라고 말해야만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