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ㅇ혜 Oct 13. 2022

정신이란?

정신이란 일반적으로 물질, 육체에 대립하는 것으로서, 마음(心)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마음이 주관적, 정서적이며 개인의 내면에 머무르는 것이라면 정신은 지성이나 이념에 지지되는 고차적인 마음의 움직임으로 개인을 초월하는 의미를 가지며 민족정신, 시대정신 등으로 보편화된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마음은 심장의 움직임과 관련되어 신체내부에 자리를 잡은 개념이다. 정신은 영어의 스피리트(spirit), 프랑스어의 에스프리(esprit), 독일어의 가이스트(Geist), 바람, 공기, 호흡 등을 의미하는 라틴어의 스피리투스(spiritus), 그리스어의 프네우마(pneuma)에 유래하듯이 개인의 신체를 초월해서 편재해서 확산되었다.      

독일어 Geist(정신)는 어원적으로 라틴어 anima, 산스크리트어 ātman, 히브리어 rūah, 그리스어 psychē 혹은 pneuma 등으로 소급된다. 이 낱말들은 모두 공기, 바람, 숨결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힌두이즘, 헬레니즘, 헤브라이즘 등은 생명의 신비(혹은 근원)를 공기, 바람, 숨결 따위로 생각했다. 특히 그리스어 psyche는 죽은 자의 입으로부터 생전의 모습 그대로 빠져나온 유령(혹은 정령)을 뜻하는데, 이런 의미가 Geist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이런 까닭에 우리는 독일어 geistlich를 영어로는 ghostly라고 옮기기도 한다. 이런 성격 때문에 정신은 인간의 마음이나 신체를 지배하는 ‘영’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신이나 초월자의 관념과 결부되어서 윤리적, 형이상학적인 성격을 강화시킨다. 서구어의 스피리트, 에스프리, 가이스트 등은 고도의 정신성을 띠면서, 그 배후에 사령이나 악령 등의 어두운 분위기를 지금도 띠고 있다. 


철학사에서 정신개념의 변천을 살펴보면 정신에 대해서 다양한 사고방식들을 찾아볼 수 있다. 정신(nous)을 세계원질인 종자(spermata)의 혼합원리로 생각하는 고대의 아낙사고라스나 성령을 편재하는 신의 호흡(pneuma)으로 보는 신약성서, 정신을 우주에 편재하는 영적존재로 생각하며 인간의 정신이나 혼, 영을 그 일부로 보기도 한다. 그리고 근대의 관념론 철학에서처럼 인식하는 개체적 의식을 궁극의 원리로 보는 입장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정신은 초자연적 질서에 속하거나 그에 연관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플라톤에서 초자연적 이데아를 직관하는 힘을 가진다고 보는 인간의 정신(누스)이나 아우구스티누스에 있어서 신의 빛에 의해서 조명된다는 인간의 정신(anima)도 원래 초자연적 질서(이데아 또는 하나님의 나라)에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인간의 신체와 정신은 전혀 다른 질서에 속하는 것이다. 정신은 신체에서 분리 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신체의 부정에서 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데카르트는 신체는 공간적 확산을 본성으로 하는 물체의 질서에 속하는 것이며, 정신이나 이성은 사유를 본성으로 하는 질서에 속한다고 보는 물심(신심) 이원론을 주장하였다. 이 경우도 인간 이성은 큰 이성인 신에 연관된다고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나 그 흐름을 따른 중세 스콜라철학 그리고 근대에서도 라이프니츠 등은 정신을 초자연적 질서에 속하는 실체로서가 아니라, 자연의 내부에서 파악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심신의 관계도 연속적이나 계층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신체를 질료(재료)로 정신을 거기에 머무르는 형상으로 보는데, 즉 이는 정신을 신체에 머무르는 고차의 기능으로 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근대 후기 철학에서 정신은 실체로서가 아니라 기능으로서 능동적인 활동으로서 파악하게 되었다. 정신의 해체는 로크나 흄 등 영국 경험론 철학자에 의해서 수행되었으며 이어서 능동적 활동의 주체로서의 정신 개념이 확립되었다. 이는 칸트에서 실천의 주체로서의 이성의 개념, 피히테에서의 근원적 활동성으로서의 자아의 개념, 헤겔에서의 자신을 외화(밖으로 드러나고 있다, 터져 나오게 되었다)하고 객관화해서 생성해가는 정신의 개념 등에 그것이 보인다. 프랑스에서도 의식을 노력으로 보는 메누 드 비랑, 정신을 목적 지향적인 욕구나 작용으로 보는 라베슨 모리앙, 의식을 순수지속으로서 순수기억으로서 나아가 생의 약동의 전개 중에서 파악하려는 베르그송 등의 정신은 단순한 지적인 능력으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의욕, 의지로서 보게 되었다. 현대철학에서는 메를로퐁티처럼 의식을 행동의 비연속적인 발달의 어느 단계에서 성립되는 고차의 구조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여기에서 정신은 신체라는 저차원적인 구조를 보다 큰 전체 중에 통합하는 통합형식으로서 보는 것이다.






이전 09화 하이데거의 피투와 기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