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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an de TJ Jun 11. 2024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버티며 살아내는 것‘

역경수치가 높은 삶은 고단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최근 브런치에 연재하던 글을 못 쓰고 있다.

일단 손가락이 너무 아픈 요즘이라

일상에 즐거움을 주던 블로그와 글쓰기가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키보드워리어!

사무직들에게 붙여진 꼬리표이자 능력치를 간접적으로 내비치는 은어.


글을 쓰고 기획하고 일을 한다는 것은

분명 온 정신을 오롯이 일에 퍼부어야 해낼 수 있다.


그냥 하면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냥 대충대충 꾸역꾸역 해내는 일은

원래 천성과 맞지 않았다.


숙제가 있으면, 그 숙제를 다 해내고,

그것 또한 미리미리 해두어야

속이 편한 착하디 착한 범생의 삶은

그다지 추천하고픈 삶의 방식은 아니다.


말 그대로 고단하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나는 나의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일에 있어서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 타입이다.

그래서 쉬이 아프지 않고, 아플 징조가 보이면,

미리 약을 사다 먹고 조절을 하는 편이다.


가끔 머릿속이 복잡해서 어지러울 때에는

독서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편이지만,


요즘 같이 힘겨운 일이 겹쳐서 올 때에는

파도에 맞서지 않고 파도에 몸을 맡겨야 한다.


파도는 계속해서 들이친다.

그래서 그 파도를 보며, 나는 생각한다.


저 파도는 높이가 저 정도지..

그래.. 이 정도 흔들리겠다..


물론 예상을 하고 생각했던 것은

늘 틀리지만 말이다.


미래가 예측이 된다면, 그건 이미 사람의 영역이 아닌 것이다.




지금 나에게 닥쳐온 파도를 하나씩 살펴보면,

공통점은 나와 가족에게서 시작한다.


첫 번째 파도는 가족의 건강문제이다.


한평생 착실하게 살아온 장인어른께서 얼마 전 신장암 진단을 받으셨다.

콩팥이라는 장기가 특별히 증상이 있는 병이 아니라

건강진단을 통해 발견해 낸 것은 정말 기적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다만, 내가 걱정되는 것은 수술 이후의 삶.


스무 살에 겪은 할아버지의 위암으로 병간호 1년과

마흔에 겪은 아버지의 위암을 모두 겪었던 나로서는

암환자의 수술 이후의 삶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잘 안다.


병원에서 지내는 것이 얼마나 지치고 힘든 일인지

잘 알기에 더 두려운 부분이다.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장인의 암 진단에 가족들은

모두 당황했지만, 나는 이미 그 이후의 상황이

머릿속에 차분히 그려져서인지 오히려 담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가 아버님의 건강을

걱정하는 모습이었지만, 나에게 암이라는 질병은

극복하지 못한 질병은 아니지만, 수술의 위험과

수술 이후의 병간호, 경제적 부담이 더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가족들과의 논의와 협력이 필요한 일이며,

암수술은 전이만 되지 않았다면, 크게 놀랄 일이 아니니

초기 암 발견에 감사하며 전이가 되지 않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해답은…  내가 더 강해지는 수밖에..




두 번째 파도는 자녀의 학교문제이다.

사회적으로도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데 아이가 학교에서 쉬는 시간 놀다가

몇몇의 아이들과 잠시 휘말리면서 문제가 된 사건이다.


원래 성격이 좋아 두루두루 잘 지내는 아이였기에

학폭에 관련되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급작스러웠지만,

아이의 말을 들어보니 군중심리에 의해 몇몇 주동이 되는 아이들 무리에

휩쓸리게 되었고, 그 아이들은 해당 아이에게 사과도 하고,

진술도 하며 학교차원에서 조사가 진행이 되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부모가 학교가 아닌 교육청 신고를 선택해

사건이 커지게 된 사안인데 직접적인 폭행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휴대폰 SNS계정과 관련하여 서로 간에 감정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도 관련자가 아니면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다 보니

제대로 된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없어 답답한 부분이 있는데

아이가 휘말린 건 뒤늦게 그 자리에 아이도 있었다는 제보가 있어

진술서를 작성하게 된 것이다.


조사를 담당한  교육청 조사관의 말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말은 들었지만, 일단 무혐의 처리가 되어야 하니 생전 처음

아이의 말만 듣고 그 상황을 유추해 가며 보호자확인서를 쓰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차라리 나쁜 짓을 했다면, 크게 나무라고 그칠 일이지만,

요즘은 카톡방에서 아무 말 안 해도 방조를 했다며, 학폭으로 문제를 삼는 분위기라니

가벼이 여길 일도 아니다.


일선 현장에선 1년에 한 학교에서 200건 정도의

학폭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니 교육행정이 마비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할 땐

아 그런가 보다 했는데 막상 이렇게 관련이 생기다 보니 그저 그런가 보다 하며 넘길 일도 아닌 것 같다.


앞으로도 몇 번의 조사나 진술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하니

이 또한 지켜봐야 할 일이다.


해답은 없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아이를 믿어주고 아이를 변호하는 일뿐이다.


그래서 요즘 더 아이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 외부활동은 가급적 줄이고 저녁을 함께 하고 함께 운동을 하고 있다.

아이도 점점 일상에서 잊어가고 있고, 그전처럼 아이가 학교생활도 모범적으로 잘하고 있다는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그나마 위로가 된다.


문제를 삼으려고 하면 문제가 되는 세상이 되었으니 아이에게 이런 세상을 만들어준 것 같아 아비로서 참 미안하고 괴로운 시간이다.




세 번째 파도는 겸직금지와 관련한 블로그 운영의 문제이다.

공직에 몸을 담고 있진 않아 큰 문제는 아니나

블로그를 통해 일부 수익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에

향후 겸직금지에 따른 논란이 예상된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남들이 하는 취미활동 중 하나로

하고 있는 것이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브런치인데

본업과 상충되는 요소가 크지 않음에도

심리적으로는 분명 위축이 되는 risk임에는 논란이 없으므로

이에 대해 한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직접적으로 받은 제재는 없지만,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했던가?

아무튼 이게 잘못한 건지 아닌지 판단이 서질 않는데

마음에 꺼림칙하니 블로그를 그만둬야 하나

아님 수익만 포기하면 되나 그도 아님 다 그냥 포기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다 보니 머릿속이 많이 복잡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되는 세상이다 보니..

온라인 세상의 취미활동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먹잇감이요,

참 공격받기 좋은 포인트가 되어버렸다.


물론 이 부분도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줏대 있게 나아가면 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심적으로 위축되고, 여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창작의 욕구는 늘 피어나는데

그걸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 막힌다 생각하니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꽤나 답답했던 모양이다.




나는 꽤나 좋아하는 사자성어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것이다.


위기 뒤에는 늘 기회가 있고,

나쁜 일 뒤에는 좋은 일이 있기 마련,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늘 버텨내는 것’ 임을 알아차리고

나만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 나가고 있다.


잠시 파도의 흔들림으로

몸과 마음이 흔들리는 시기는 있어도

결국 파도는 잦아들 것임을 알기에

그 시기를 조용히 기다려 본다.


얼마나 좋은 일이 오려고

이렇게 힘든 건지 모를 일이니

지금 이 순간도 그저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경수치가 높은 삶은 고단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듯

오늘이란 이 시간도 잘 버텨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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