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살림도 괜찮아
요즘 남자 요즘 남편
고물가 시대라 집밥을 자주 해 먹는다. 하루 3끼는 기본으로 먹는다. 아침은 간단하게 바나나와 시리얼을 먹고 점심은 백반을 먹는다. 저녁은 보통 아내와 함께 각종 요리를 해서 먹는다.
배달음식이나 밀키트는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국, 찌개, 볶음, 튀김, 구이 등 웬만한 요리는 다 해 먹어 보았다. 인터넷 검색만 하면 레시피가 잘 나와 있어서 그대로 보고 따라 하면 된다. 최상은 아니어도 꽤 괜찮은 결과물이 나온다.
요리를 싫어하지만
사실 나는 요리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요리를 준비하고 만드는 과정이 귀찮고 번거롭기 때문이다. 결혼 전까지만 하더라도 제대로 할 줄 아는 요리조차 없었다. 집에 가면 늘 어머니께서 맛있는 밥상을 차려주셨다. 그래서 요리에 대한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결혼 후 상황은 급격하게 달라졌다. 요리는 더 이상 피한다고 피해지는 게 아니었다. 먹고살기 위해서 당연히 해야만 하는 필수불가결한 활동이었다. 직접 장을 보고 음식을 차리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머니의 위대함이 느껴졌다. 그동안 이 번거로운 일을 혼자서 다 짊어지셨다니... 대단한 존경심이 일었다.
집밥을 해 먹다 보니 예전에 큰 인기를 끌었던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이 종종 생각난다. 이 프로그램은 삼시세끼를 차려먹는데 온 하루의 시간이 투자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작 내가 삼시세끼를 차려먹는 당사자가 되어보니 프로그램의 내용에 공감이 갔다. 밥 차리고 먹는 시간을 다 합치면 정말 생각보다 꽤나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저녁 준비는 언제나 내 몫이다. 아내의 퇴근시간이 항상 나보다 늦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담당이 되었다. 매일 밤늦게 퇴근한 아내를 위해서 나름대로 맛있는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아내와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 시간이 가장 즐겁다.
독박살림을 짊어져도 괜찮은 이유
요리뿐만이 아니다. 집안 청소, 화장실 청소, 빨래, 분리수거 등 집안일은 내가 도맡아서 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독박살림이다. 내가 일하는 직무 특성상 자택근무가 가능하다. 그래서 집안일 역시 내가 맡아서 주도적으로 하기로 아내와 협의했다.
일반 직장 생활을 할 때도 웬만한 집안일은 내 선에서 모두 처리하였다. 나는 바로바로 하고, 아내는 한꺼번에 모아서 처리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냥 내가 맡아서 처리하는 게 속 편했다.
사실 처음에는 독박살림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집안일을 같이 안 하니 나만 손해 보는 기분이 들었고 아내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늘어났다. '요리도 싫고 청소도 귀찮은데 왜 나만 희생해야 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다시 곱씹어서 생각해 보았고, 결국 각자의 상황에서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나의 요리와 집안일로 편안함을 느끼는 아내의 모습을 보니 하기 싫은 일도 잘 해낼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좋다는데 그냥 내가 하면 그만이지 뭘. 아내가 좋으면 나도 좋아.'라고 생각했다.
독박살림이어도 괜찮다. 나는 상대적으로 아내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근무한다. 직장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이나 압박감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글 쓰고 코칭하면서,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다. 따라서 이렇게 자동 충전되고 있는 만족감의 에너지를 집안일에 사용하면 된다.
나는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 아내에게 최고의 휴식과 편안함을 선물하고 싶다. 아내가 행복하게 웃는 표정만 보아도 나 역시 엔도르핀이 샘솟고 하루의 피로가 풀린다. 이게 가정주부의 삶이자 살림남의 라이프라면 계속해도 괜찮다. 집안일만 하는 게 아니라, 내 일을 같이 하니 조금은 힘들어도 밸런스가 맞는다.
안사람과 바깥사람의 경계를 파괴하면 생기는 일
안사람과 바깥사람의 경계는 허물어진 지 오래다. 누가 안이든 밖이든 무엇이 중요한가? 내조와 외조를 무엇하러 구분해야 하는가?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에서 각자의 역할을 최선으로 다하면 된다.
외조의 참뜻은 아내가 사회적인 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남편이 도와준다는 뜻이다. 나는 평생 동안 아내가 원하는 커리어를 쌓고 만족스러운 직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나는 아내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믿는다. 그녀가 꿈꾸는 자기실현의 살아가도록 돕는 것은 나의 중대한 임무 중 하나이다.
아내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아내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다. 아내는 내가 가진 능력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아내는 내가 훌륭한 작가이자 코치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본업을 할 때 아내는 언제나 나를 서포트하는 든든한 매니저 역할을 자처한다.
우리 부부는 서로가 서로를 배려한다. 각자가 잘하는 걸 밀어주면 된다. 싫어하는 일만 계속해서 하게 되면 우울감과 공허함에 빠지기 쉽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개인이 가진 강점을 살리고 개발해 나가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강점을 발휘하는 일은 긍정정서를 형성하는데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서로가 가진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강화하는 사이가 가장 이상적인 부부 사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나에게 주어진 여건 아래서 최선을 다해 행복을 추구하면 된다. 이게 바로 진정한 요즘 남자와 요즘 남편의 라이프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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