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왕 Oct 13. 2023

인간은 왜 아이를 낳을까?

종족 번식의 본능을 실현하는 최선의 고통


몇 년 전 독서모임에서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와 인생을 살아가는 목적에 대해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서부터,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 자기실현을 위해서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나의 귀를 사로잡은 것은 한 모임원이 건넨 말 한마디였다.



인간이란 오로지 종족 번식의 본능을 실현하기 위해서 살아간다고 봐요.
 결국 잘 먹고 잘 사는 것도, 가정을 꾸리는 것도, 모두 다 종족 번식의 본능을 위해서죠. 연애, 결혼, 섹스도 전부다 마찬가지고요.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



당시에 이 주장을 꺼낸 이는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 그녀는 다소 단호하고 거친 어조로 자기 의견을 피력했다. 남자가 아닌 여자의 입에서 나왔던 말이라 뭔가 한결 더 사이다 같은 발언으로 느껴졌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살짝 웃음이 흘러나왔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모두 웃었다. 아마 그 웃음의 이면에는 공감하는 마음반 불신하는 마음반이 담겨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는 종족 번식의 본능


"종족 번식의 본능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이다. 인간은 자신의 유전자를 전파하는 데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 어찌 보면 이 말이 꼭 틀린 것은 아니다. 인간은 신체적으로 가장 혈기왕성한 20~30대 시절에 자신의 짝을 찾아 나서고 연애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좋은 짝을 만나기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사회적인 능력과 재력을 비롯해 외모, 학벌, 성격, 지위, 사회성을 키운다. 이러한 요소들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진 주된 관심사다. 자신이 가진 매력도를 키워야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어필하고 원하는 사랑을 쟁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외모가 출중한 사람을 보통 훈남과 훈녀라고 불렀다(물론 아직까지도 종종 사용되곤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훈남 훈녀가 알파메일(Alpha Male)과 알파 피메일(Alpha Female)이라는 용어로 대체되고 있다.



이들 용어는 일반적인 남성과 여성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사람들을 칭하는 단어다. 알파라는 뜻이 가진 '상대적 우월성'은 결국 연애와 결혼시장에서 보통 사람보다 높은 평가와 가치를 부여받고 있음을 나타낸다.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분 좋은 연애를 원한다. 평생을 함께 할 좋은 짝을 만나면 결혼을 희망한다. 평생의 반려자와 같이 살면 서로를 닮은 아이를 낳고 싶어 한다.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이 본능을 역행하기는 좀처럼 힘들어 보인다.



인간은 도대체 왜 종족 번식의 본능을 가지는 걸까? 다시 말하면, 인간은 왜 아이를 낳으려고 하는 걸까? 나는 항상 이 궁금증을 늘 갖고 있었지만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아이 낳기를 장려하는 부모 세대와 어른들은 말한다. "그래도 아이 하나는 낳아서 키워야지. 아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야. 키우기는 힘들어도 함께 살아가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란다."



아이가 인생의 전부라는 친구와 주변인들도 말한다. "사실상 결혼을 한 이유도 아이를 낳기 위해서라고 봐야지. 부부끼리만 살면 심심하고 따분하잖아. 하루가 고달파도 아이를 보면 사랑이 샘솟고 피로가 풀려. 아이는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 전부이자 원동력이야."



현대사회는 딩크족이 많다. 그러나 과연 딩크족 중에서 찐딩크족은 몇이나 될까? 만약에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나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딩크족을 탈피하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딩크족을 선호하는 욕구는 타고난 것이 아니다. 딩크족이 된 배경에는 아이를 낳고 싶은 본능을 억제하는 후천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치솟는 물가와 양육비에 대한 부담, 주거 불안정, 육아의 고난 등 아이를 키우기 힘든 환경이 한몫하는 것이다.



인간은 아이를 통해서 인생에 의미를 찾는다


나는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한 특별한 욕구가 없다. 즉, 종족 번식의 본능이 없다. 그렇다고 딩크족은 아니다. 단지, 무조건 낳아야 한다는 생각이 없을 뿐이다. 아이가 없어도 내 삶은 기쁨과 행복으로 충만하다. 나는 아이에게서 인생에 의미와 희망을 찾지 않는다. 이미 인생을 살아가는 뚜렷한 의미와 목적이 있다. 하루하루가 의미로 충만하다.



나는 몰랐다. 바로 내가 가진 이 생각이 종족 번식의 본능을 좌우하는 요소라는 것을 말이다. 인간은 아이를 통해서 인생에 의미를 찾는다. 즉, 인간이 아이를 갖고 싶은 욕구는 현재 자기 삶이 의미가 있느냐와 없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왜 그럴까? 나는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한 권의 책에서 그 힌트를 찾았다.



며칠 전 '최선의 고통'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인간 본성에 대한 보다 폭넓은 관점을 지지한다. 저자 폴 블룸은 인간이 타고난 쾌락주의자로 쾌락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최선의 고통에서 때때로 인간은 선택적 고난을 통해서 기쁨의 근원을 얻는다고 말한다. 선택적 고난이란 어떤 일을 할 때 고생과 난관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 일을 행하는 자체가 인생에 의미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인간은 타고난 쾌락주의자로 오직 쾌락만 중시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고통과 고난에 대한 욕구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이러한 관점이 틀렸다고 설득하려 한다. 고생과 난관을 극복하고 잘 살아낸 삶은 쾌락적 삶보다 더 많은 의미를 지닌다. 고난은 고귀한 목적을 이룸과 동시에 완전하고 충만한 삶을 사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다. 사실 우리는 보다 깊고 초월적인 무언가를 지향한다.

'최선의 고통' - 폴 블룸



당신은 현재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있는가? 인생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지금 당신이 하는 일은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가? 선택적 고난과 시련을 감수하고서라도 당신이 행하려고 하는 일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 일은 곧 당신에게 의미 있는 일이다. 



같은 원리로 아이를 갖는 것은 인간에게 의미 있는 일이다. 육아라는 선택적 고난을 통해 기쁨과 행복을 얻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부모는 자신의 삶이 부모가 아닌 사람들보다 의미 있다고 말한다. 의미와 행복에 대한 연구에서도 자녀를 돌보는 데 오랜 시간을 들이는 사람일수록 삶이 더 행복하지는 않더라도,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렇다. 아이를 낳는 것은 인생에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는 "이 세상 살기 힘들고 어려워도 자식 하나 바라보고 사는 거야."라는 사람들의 말을 종종 듣는다. 인간은 의미 추구의 동물이다. 자식을 키우는 행위는 비록 고난과 시련이 찾아오더라도 덧없는 인간의 삶에 의미와 목적을 가져다준다. 따라서 그 자체로 최선의 고통이다.



자기 인생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최선의 고통에서 저자는 우리 인간이 깊고 초월적인 무언가를 지향한다고 말한다. 초월적인 무언가를 지향하는 삶은 의미와 목적이 뚜렷한 삶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이 책에서는 인간이 가진 다양한 욕구에 대한 관점을 동기 다원주의 (motvational pluralism)라고 부른다. 다원주의 이론은 웰빙, 정의, 공정, 자비, 아름다움, 성취, 예술적 극치 등 수많은 행복의 종류를 상정한다.



이쯤에서 하나의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자기 삶에 의미와 목적이 뚜렷한 사람들은 종족 번식의 본능이 크지 않다는 가설을 말이다. 그들은 굳이 아이를 낳아 기르지 않아도 이미 자신이 하는 일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충족한다. 그들은 대게 주체적이며 삶에 대한 뚜렷한 목적과 목표의식을 갖고 있다.



단적인 예로, 일 욕심이 나 학업 욕심이 많아서 늘 바쁘게 사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자. 그들은 대게 일반 사람들에 비해 연애와 결혼에 대한 욕구가 크지 않다. 그들에게 "연애는 언제 할 거야?"라고 묻는 순간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딴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삶에 의미는 대게 한 가지 일에 온전히 몰입할 때 생겨난다. 아이를 갖는 것에 특별히 관심 없는 사람들은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이렇게 공들인 몰입의 에너지는 의미로 치환된다.



반대로 자기 삶에 의미와 목적을 찾지 못하는 이들은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어 한다. 아이를 낳는 것은 최선으로 행하는 기분 좋은 고통으로써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까닭이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은 육아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육아를 하는 사람은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웃고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삶에 의미를 얻는다.



인생에 의미를 갖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에 의미와 목적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시기를 겪는다. 심지어 죽을 때까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인생이 의미가 없으면 무력감과 불안감을 느끼기 쉽다. 의미 없는 삶은 인생에 대한 동기부여를 끌어내린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이나 직업을 가져도 삶에 큰 의미와 행복을 얻지 못한다. 아이를 갖는 것은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방법 중 하나이다. 인간이 종족 번식의 본능을 실현하고 아이를 낳는 이유는 단조로운 인생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그렇다. 인간은 이렇게 진화해 왔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 의미를 만들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삶에 의미란 본래 없다. 의미는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자기 인생에 의미와 목적을 만들고 그것을 실현하게 되면, 인생이 행복으로 충만해진다. 바로 이것이 자기실현의 삶이다. 다음의 칼럼을 추가로 읽어보고 인생에 의미를 만드는 힌트를 얻어보자.



글쓴이는 누구인가요?
작가의 이전글 성공한 사람들이 강조한 단 하나의 습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