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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영 Jul 31. 2022

1인 당일치기 여행 - 카루이자와 #2

#1탄을 보시려면 여기로 https://brunch.co.kr/@a4611dbd6bc9454/3


언제쯤 다른 곳으로 이동할까 고민하던 중 블로그를 찾아봤는데, 빨간 버스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호텔에 오기 전 구긴자도오리에서 잠깐 본 빨간 버스가 생각이 나서 찾아보니, 구긴자도오리 부터 만페이 호텔을 지나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버스였다. 50분에 한 대씩 지나가는 버스였는데 시간표를 찾아보니 20분 정도 뒤여서 천천히 계산하고 나왔다. 

시간적으로는 1분 빨랐는데 어째서인지 버스가 먼저 도착해서 출발을 하고 있어서 손을 흔들었더니 다행히 바로 세워주셨다. 라틴음악이 나오는 엄청 경쾌한 분위기의 버스였는데, 각종 스폿에 대한 기사님의 설명이 곁들여졌다. 

혹시나 빨간 버스의 공식 홈페이지: https://www.karuizawa-on.com/kkbc/


전망대에 도착을 했을 때에는 아침에 온 비 때문인지 맑지 않았다. 20분 뒤에 다시 내려가는 스케줄이었고, 그걸 안 타면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할지는 뒤에 생각하기로 하고 전망대로 향했다. 그런데 정말 자욱한 안개 때문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고요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에 큰 잠자리들이 유유히 날아다니고 있었고, 알 수 없는 벌레가 윙 하며 귀 옆을 스쳐 지나갔다. 

산 아래에는 뭐가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시각과 청각에서 들어오는 자극에 한시라도 여기를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걸음아 나살려라 라는 마음으로 버스 타는 장소로 돌아갔다.

버스에 내려서는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였던 쿠모바 연못에 가기로 했다.


연못에 가는 길은 사람이 많은 길가가 아니라 별장들이 숨어있는 숲 속의 길이어서 걷는 내내 마스크를 벗고 걸을 수 있었다. 코로 들어오는 젖은 나무 냄새와 비를 맞은 풀의 냄새가 마스크 쓰는 동안 자극이 없었던 코끝을 강하게 자극했다.

깊숙이 들어오는 공기가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연못에 도착해서는 속이 뻥 뚫리는 장관에 감격해서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맑은 날씨와 청량한 분위기가 이 장관을 더더욱 잘 살려주고 있었다.

흘러가는 구름도 구경하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느끼며 한 시간 넘게 벤치에 앉아있었다. 도쿄에서는 느끼기 힘든 여유로움과 조용함이 어지러운 마음을 가라앉혀주었다.


2시가 조금 넘어서 다음 장소로 향했는데, 소바로 유명한 카와카이만이었다.

오리고기를 넣어 만든 쯔유가 유명한 소바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소바집에서 갓 튀긴 튀김을 안 먹으면 섭섭하지 싶어서 튀김도 함께 시켰다. 고기 냄새에 민감한 편인데 이 집 쯔유는 정말 독특한 맛에 안에 있는 오리고기 또한 너무 맛있었다. 짭짤한 간이 배어 있고 야들야들 잘 익어서 소바와 함께 정신없이 먹었다. 튀김은 여기만의 특별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이것 또한 맛있었다.


배부르게 소바를 먹은 후에는 카루이자와 역 근처에 있는 아울렛에 갔다.

굉장히 넓고 뒤에 보이는 스키장 슬로프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하지만 아울렛들은 솔직히 어디든 넓고 않은가?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아울렛도 크게 있어서 들어가 보긴 했는데, 쇼핑에 크게 흥미 있는 편은 아니어서 구경만 하다가 나왔다. 요즘엔 현대적이고 힙한 곳들보다는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있는 곳들이 훨씬 마음에 든다. 이래서 사람들이 캠핑을 좋아하나 싶기도 했다.


시간이 되어 다시 신칸센을 타고 도쿄역에 도착했다. 퇴근시간 즈음이라 아침과는 다르게 바쁘게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고 나도 길을 막거나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으려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어떤 걸 기대하고 가면 좋을지 모르는 곳에 갔다가 생각보다 많은 걸 보고 돌아온 여행이어서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가을에도 한 번 더 가려고 생각 중이다. 그때는 친구와 함께 1박 2일 여행으로 가볼까 한다. 하지만 혼자 여름에 가는 것도 추천하냐고 물으면, 난 강력 추천한다!

생각과 마음을 비울 수 있는 여유가 있고,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곳이며 도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는, 여러모로 좋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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