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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의택 Sep 08. 2023

사용자는 왜 우리 제품을 사용하기 불편해 할까요?

신체적 부담을 유발하는 제품의 3가지 특성

일상에서 우리는 다양한 제품들을 조작하여 이용합니다. 그렇지만 가끔은 내 몸에 잘 맞지 않는 제품들을 사용하다 보면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는데요. 한 손으로 사용하면 손가락이 잘 닿지 않는 스마트폰의 터치 화면, 내 키와 잘 맞지 않아 사용 후 허리를 아프게 하는 키오스크, 청소를 마친 후 팔을 저리게 만드는 무거운 무선 청소기, 이런 제품들을 사용하다 보면 우리 몸에 신체적 부담을 유발시켜 불쾌감이 들게 만듭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VR이나 스마트 워치, 무선 이어폰과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들을 이전보다 더 많이 사용되게 되었는데요. 만약 이러한 제품이 우리 몸에 잘 맞지 않아 착용감이 떨어지거나, 부담스러운 무게로 인해 피부의 압박이 가해진다면 우리는 다시는 그 제품을 찾지 않게 되기도 합니다.


결국 이러한 신체적 부담을 유발하는 제품들은 사용자의 신체적 특성과 한계를 잘 배려해 디자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용자의 신체적 특성에 대해 먼저 이해하고,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면서 신체적 부담을 느끼는 대표적인 원인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체적 특성을 알려주는 인체공학(Physical ergonomics)


사용자의 신체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먼저 인체 특성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이와 관련해서 인체공학(Physical ergonomics)에서는 사용자의 신체 크기와 형태, 도달 범위와 같은 인체 치수 정보와 함께, 조작하기 위한 힘과 같은 운동 기능에 대한 특성과 한계에 대해 다룹니다.


여기서 인체 치수는 정적(static) 치수와 동적(dynamic) 치수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정적 치수는 아래 그림과 같이 정해진 자세에서 움직이지 않는 사람을 인체 측정 기구로 측정해 얻어진 정보입니다. 이때 필요한 인체 치수 데이터는 디자인하고자 하는 제품에 따라 다른데요. 예를 들면 VR 기기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머리 둘레나 눈과 눈 사이의 간격 등의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반면에 적절한 키오스크 디스플레이의 높이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편리하게 정보를 보기 위해서는 선 자세에서의 지면에서부터 눈까지의 높이와 함께, 편리한 조작을 위해서는 팔꿈치까지의 높이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인체 치수의 측정 (이미지 출처: Antrhomania)


동적 치수는 움직이는 몸의 자세로부터 측정해 얻어진 데이터인데요. 예를 들면 아래의 그림과 같이 앉아 있는 자세에서 손이 닿을 수 있는 범위와 같이 신체의 도달 범위를 측정하여 도출할 수 있습니다. 동적 치수는 정적 치수와 달리 단순히 인체의 특정 부위 측정하는 것으로 데이터를 획득하기 어려운데요. 왜냐하면 사용자가 조작을 위해 움직일 때, 각 신체 부위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조화를 이루어 함께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동적 치수는 주로 실험을 통해 특정 환경에서 사용자들에게 과업을 수행하게 하여 데이터를 획득하는데요. 이러한 도달 범위에 대한 데이터는 제품의 버튼이나 터치 영역의 최적 위치와 같은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는 입력 장치를 디자인하는 데에 활용되기도 합니다.


앉은 자세에서 손 도달 범위 (이미지 출처. bostontec.com)


제품을 조작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힘을 요구되는데요.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이 근력이 거의 요구되지 않는 과업에서부터, 냉장고의 핸들을 당겨 열거나 청소기를 들고 밀고 당기는 것과 같은 근력이 많이 요구되는 과업이 있습니다. 이러한 근력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 작용에 의해 발생하는데요. 근육은 특정한 힘 이상을 요구하면 힘들고 쉽게 지칩니다. 뿐만 아니라 근력은 자세와도 연관되는데요. 신체는 자연스러운 자세(Neutral posture)에서 더 효율적으로 힘을 낼 수 있으며 근육의 부담 또한 줄어듭니다. 반면에 불편한 자세에서는 근육 작용은 효율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더 쉽게 피로하게 만듭니다. 그러므로 과도한 힘을 요구하게 하거나 불편한 자세를 유발하는 제품은 사용자에게 과도한 근력을 요구하게 하며 신체적 부담도 더욱 높여주어 사용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제품 사용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


사용자의 제품 사용을 불편하게 만드는 원인은 크게, 인체 치수와 관련된 불편한 자세 및 불편한 착용감, 운동 기능과 관련된 과도한 힘의 요구를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인은 사용자의 신체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이로 인해 근육 저림이나 피로와 같은 신체적 불편함뿐만 아니라 과업을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는 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제품 사용을 불편하게 만드는 원인은 제품 및 과업의 특성에 따라 다르기도 한데요. 각 원인 별로 대표적인 제품 사용 사례를 통해 신체적 불편함이 왜 일어나는 지와 함께, 어떻게 하면 이러한 신체적 불편함을 줄여줄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불편한 자세

IT 제품이나 가전 제품의 입력 장치를 조작하면서 신체적 부담을 유발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불편한 자세인데요. 사용자의 신체 크기나 도달 범위를 배려하고 부적절하게 입력장치를 디자인했을 때에 불편한 자세가 유발됩니다. 이러한 불편한 자세는 입력장치를 조작할 때에 사용자에게 신체 피로를 유발하고 과업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대화면 스마트폰을 터치하여 조작하는 과업을 들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전체 사용 중 절반에 가깝게 한 손으로 그립하고 엄지로 화면을 터치하는 행태를 보이는데요. 이 때 엄지의 길이 및 관절의 움직임 특성에 따라 터치 화면에 도달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적으로 결정되게 됩니다. 아래의 그림과 같이 스마트폰 한 손 조작 시의 엄지 손가락의 도달 범위에 대한 데이터는 이러한 조작의 불편함을 잘 표현해 주는데요. 이러한 데이터를 참고해서 사용자들이 주로 조작하는 UI 요소를 자연스러운 자세로 편리하게 도달할 수 있는 그린 영역에 우선적으로 배치한다면, 사용자의 조작 편의성과 함께 터치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립 자세와 터치 편의성 (이미지 출처 shutterstock.com)


2. 불편한 착용감

스마트워치나 무선 이어폰, VR과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인체의 크기와 형상에 부적절하게 디자인되었다면 사용자는 불편한 착용감을 느끼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무선 이이폰과 같이 장시간 착용하는 제품에서는 음질과 같은 성능 못지 않게 착용감이 중요한데요.  장시간 사용이나 격한 움직임에도 맞춤옷처럼 귀에 딱 맞게 꽂혀 빠지지 않으면서 과도한 압박 없이 안정적인 착용감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 사용자의 귀 내부의 형상과 크기를 측정해 이어폰을 디자인하고 시뮬레이션이나 불편감 평가와 같은 분석 과정을 거쳐 인체공학적으로 착용감이 훌륭한 이어폰을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무선 이어폰의 인체공학적 디자인 (이미지 출처. LGE.com)


3. 과도한 힘의 요구

일부 가전 제품 중에는 조작을 위해 근력을 요구하는 과업이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대표적으로 냉장고나 세탁기의 도어를 열기 위해 당기는 과업이나, 스틱형의 무선 청소기를 무게를 지지하고 밀고 당기는 과업을 들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이러한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무리한 힘을 사용하면 많은 근력을 필요로 하는데요. 이로 인해 근육은 쉽게 피로하게 하여 회복기간을 필요하게 됩니다.


아래는 인체공학적 디자인된 스틱형 무선 청소기인데요. 가벼워진 무게와 그립 시 손목 꺽임 없이 자연스럽게 그립해서 밀고 당길 수 있도록 배려해 디자인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사용자의 근육부담을 낮춰 힘을 덜 들이고 편리하게 청소할 수 있도록 배려되었습니다. 특히 가전 제품의 주로 사용자인 여성이나 고령자는 근력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설계해 무리한 힘을 쓰지 않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다이슨 디지털 슬림 청소기 (출처: www.dyson.co.kr)




사용자의 신체적 부담을 줄여 주기


최근 인공지능의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음성 인식으로 제어하거나 별도의 조작 없이도 자동으로 작동되는 제품과 서비스들이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물리 버튼이나 터치 화면을 직접 조작해 제품과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보급과 활발한 사용은 아직도 사용자의 신체적 부담을 줄여는 주는 것이 좋은 UX를 제공해 주기 위해 고려해야 할 중요한 디자인 영역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제품을 사용하면서 사용자에게 신체적 부담을 유발하는 원인인 불편한 자세, 불편한 착용감 그리고 과도한 힘의 요구을 최소화하는 데에 많은 고민과 노력이 요구됩니다. 이를 위해 제품 특성에 따라 필요한 인체 치수와 형상 데이터 정의하고 수집해 제품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예를 들면 한국인에 대한 인체치수 데이터는 '사이즈코리아(sizekorea.kr)'에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 선행 연구들을 통해 도출된 핸들이나 버튼 크기나 위치 등과 같은 디자인 가이드라인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인간공학적 실험을 통한 사용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최적의 설계 치에 대해 연구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한 제품을 통해 사용자에게 신체적 부담을 줄여주고 사용 과정의 쾌적함을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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