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용서하는 기적같은 일이 생길까?

함께라서 즐거웠나, 혼자여서 편안했나

by 이문희


2009년 20대 중반 우리는 서로 좋아하게 되었다.


남편은 이십대 중반의 대학원생, 나는 어린 나이에 우울증을 얻어 외부활동은 생각도 못하고 허송세월 하는 그저 그런 백수건달 이라고 할지 여튼 그런 사람이었다.









남편은 야마하 회사의 sr400 이라는 네이키드 모델을 타고 나를 만나러 왔다. 정말 마음에 안들었다. 키도 나보다 작아, 못생기고 말랐어, 게다가 오토바이 까지? 흥 뿡이다.










남편도 내가 너무 우렁차게 생겨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렇게 7년을 연애했다.


너희 진짜 서로 진심으로 사랑했구나, 서로의 꼴을 극복해 내다니! 나도 동의한다.











남편을 너무 사랑하게 되면서 23kg 체중감량에 성공했다.


경기도 분당 야탑 5평 반지하에서 남편과 신혼을 시작했다.


이 집은 창문을 열면 밖에서 안이 훤이 내려다 보여 환기도 어렵고, 곰팡이는 달고 살아야 하는 반지하 보다 조금 더 깊은 반지하 였다. 겨울엔 난방비가 아까워 전기장판 하나로 버티고 살았다.


나는 젊었기에 그게 고생하는 건지 잘 몰랐던 것 같다.











나는 평생을 스스로 경계성지능장애가 있나?

나는 병신인가? 또라이 인가... 생각하며 살았다.


그래서 똑똑한 남편이 내 자랑이고 내 자신감, 자존감의 근원이고 내 터의 기본판 이었다.
















임신기간에 내 인생을 뒤흔드는 사건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나를 찢던말던 다 필요없었다.

남편만 나를 지지해주면 됐다.












나는 절벽끝에 서있었다.


그런데 남편은 다른 사람들처럼 나를 찔러댔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죽었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산다.











내가 오토바이를 탄지 9년 쯤 되었는데, 그 즈음부터 같이 오토바이를 타며 우정을 나누는 부부를 만났다. 어떻게 지내느냐 라는 말에 내 근황을 말해주었다.














요즘 좋지 않아요!

그리고 남편이 미워 죽겠어요.

도저히 용서가 안돼요.


아까 두분 서로 챙겨주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어요.


두분은 내 이야기를 경청해주었다.

그리고 두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우리도 서로 가해자고 피해자였어요.

얼마나 서로를 찔러댔는지 말도 못해요.


우리 아내가 저 죽여버린다고도 했어요.

지금은 서로 든든한 버팀목이에요.


옆에서 친구인 아내가 눈물을 뚝뚝흘린다.

나도 그 모습에 목이 메여서 눈물이났다. "












두분은 용서하라고 내 손을 잡고 말해준다.


나를 위해서 용서해야 된다고 말해준다.

그래야 스스로에게도 관대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위로해 준다.












나는 요즘 성인ADHD로 인한 일상의 어려움과, 동반장애인 조울증 으로 고생하고 있다. 그로 인한 자괴감으로 나 자신을 비난하고, 학대한다.


타인에게는 진심으로 위로할 줄 아는 내가, 스스로에게 얼마나 잔인하게 구는지 모르겠다.


친구부부와 헤어지고 집에오는 길에 두 사람 참 어른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때 당신이 이렇게 될 줄 알았냐, 나도 뭘 몰랐지 남편은 정말 후회하고 있다고 말한다.














전 직장 대표님이 문희씨, 요즘 점심을 혼자 먹어서 괜찮냐 묻길래 아주 괜찮습니다. 점심을 빨리먹고 남은시간엔 차에서 책을 읽게되어 좋다고 말씀드렸던 적이 있다.


대표님께서 아들이 그런 모습을 안보니까 모를 거 같죠? 문희씨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아들은 다 알게된다며 엄지척을 날려주셨다.













내가 이 십샹큐를 용서할 날이 올까?



나는 <논어>의 가르침을 참 좋아한다.

책에 쓰여있다.



용서하기 어려운 사람을 용서하는 것.

사랑이 필요한 사람에게 사랑을 나누는 것.

사랑하기 어려운 사람을 사랑하는 것.


인생 후반에 그런일이 일어나는 것은 기적이라고 한다.



나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 기적을 만들 수 있다고.. 그리고 내가 바라는 삶에 가까워 지려고 노력하는 요즘이 나는 정말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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