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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갈빵 Feb 26. 2023

[맛동산 시리즈10] 맛동산 비긴즈

명동 금산제면소, 사당 청송산오징어

0. 맛동산, 그 위대한 서막

2017년 12월 18일, 大맛동산호가 드넓은 맛의 바다로 출항했다. (두둥) 돌아보니 햇수로 7년, 꼬루룩-하던 뱃고동 소리가 잦아들만도 하건만 시간이 지나며 더 맛깔나게 꼬르르륵-! 울려대고 있다. 


[맛동산 시리즈] 특별 기획, '맛동산 비긴즈'. 

시리즈 10화를 맞이하여 맛동산호의 첫 항해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신출내기 삼인방의 닻은 어디로 향했을까. 명동과 사당, 4호선 하늘색 바다이다. (감동)


1. 명동 금산제면소

음식 사진을 찍는 청년들. 찍었기에 이루어진 모임이렸다. 회장님과 필자는 본인이 먹은 음식들을 곧잘 올리곤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서로의 먹부림을 지켜보다 만나자, 만나자 했지만 둘만으론 어쩐지 어색했다. 오작교가 되었던 건 총무님, 그 또한 먹기라면 일가견이 있었다. 둘이면 어색하지만 셋이면 어색하지 않은 그 오묘한 만남은 누구나 한번씩 경험해봤을 터. 무튼, 그게 시작이었다.

금산제면소였다. 이 가게의 오너는 미디어상에서 맛깡패로 불리우는 이였다. (정말 깡패인지는 몰랐지만) 맛은 확실했다. 제법 추운 날에 조금의 웨이팅을 했다. 탄탄멘, 이런 류의 면요리는 처음이었다. 음식이 나오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눈을 번쩍 뜨고, 입을 활짝 여니 그릇은 게눈 감추듯 비어졌다. 만족스러웠다. 총무님의 첫 계산, 그때나 지금이나 그는 예의가 발랐다. 가게를 나설 때면 늘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 먹었습니다'

가게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맛동산 초기의 시그니쳐 픽쳐였지만 지금은 잘 찍진 않는다. 귀찮음이 는 것일까. 각설, 꼴에 첫모임이라고 몇가지 룰을 만들기로 했다. 당시, 회장님은 사당에 거주하셨다. 맛있는 곳을 안다고 하셨다. 



2. 청송산오징어

회장님의 혜안은 그때부터 남달랐던 것이다. 겨울에 청송산오징어. 빠지는 구석이 없다. 당장이라도 가서 소주 뚜껑을 돌리고 싶다. 조만간 회원들과 들려봐야겠다는 생각이다.

1) 월 1회, '맛있는 것을 같이 먹자'

2) '회장, 총무, 정회원' 체계 확립

3) 그리고 뭐 뚱딴지같은 소리를 나누었겠다

회와 찜. 다시 보니 침 꼴깍. 첫 모임을 이런 훌륭한 곳에서 했다고 하니 새삼 긍지를 느끼게 된다. (미소) 야무지게 먹었겠지. 믿음을 주는 때깔. 조만간 다시 가서 준회원이 포함된 넷과 잘근잘근 씹어줘야겠다. 완전 소주다. 오토바이 지나가듯 아스라이 사라진 옛날아, 소주 한잔 마시면 다시 돌아와줄래? 내게 한번만 더 기회를 줄래?


0. 맛동산 비긴즈

7년 전의 일이라 기억나는 것은 없다. 아, 생각나는 감정은 하나 있다. 먹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이곳저곳 먹으러 다닌다는 모임의 지향점이 평범하기 그지없지만 내게는 꽤 특별했다. 맛스타나 맛튜브같은 것이 지금처럼 크게 활성화된 때도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주변에는 더 없었다. 먹는 얘기도 하고 실제로 돌아다니면 재밌겠다, 하는 생각을 하던 때였다. 그런 와중에 맛있는 음식을 탐하는 몇이 모여 주기적으로 만난다는 건 꾸준히 해도 될, 아주 좋은 취지의, 행복감 높은 활동임을 뜻했다. 7년이라는 시간이 놀랍지만 또 당연스럽게 이어져 온 것도 같다. 당연한 것 같지만 또 긴 시간을 알찬 모임으로서 지속해온 것이 뜻깊기도 하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꾸준히 만나며 뭐 먹을지 고민하고, 맛있는 값을 뿜빠이할 친구들이 있다는 건 좋은 일임에는 틀림없다. 7주년 후드티나 한장 만들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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