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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에 살고 죽다

by diletantism

피피두를 포함한 다섯 마리의 젊은 공작새들은 첫 시험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었네요.

낮은 점수를 받은 네 마리의 젊은 공작들은 모두 우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피피두는 다릅니다. 아니면 아직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나 봅니다. 표정이 밝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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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공작이 다섯 공작 앞에 서서 나지막이 말합니다.


“절대.... 포기하지.... 마시게들....”


늙은 암컷 공작의 조언에 들은 체도 하지 않는 공작들이었습니다.

자, 이제 두 번째 시험이 이어집니다.


‘기세’ 공작 무리에서 기세는 아주 중요합니다. 사실 자연에서 공작들은 그다지 싸움을 잘한다거나, 뛰어난 방어술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본인들의 화려한 모습들 때문에, 언제나 값싼 먹잇감으로 평가받고 있지요.


그럼에도 그들이 인정받는 부분은 바로 기세입니다. 이 무지막지한 단어로 최고를 꼽으라면 ‘벌꿀 오소리’가 있을 수 있지요.


그 미치광이 짐승들은 대대로 코끼리에게도 성질을 부릴 정도로 성격이 포악하다 소문이 난 녀석들입니다.

공작들은 그 미치광이 무리들과는 결이 다르지만, 자신들의 무리를 해치려 하는 짐승들에게는 미치광이들 못지않는 모습을 보여준답니다.


그래서 공작 무리에서 기세는 아름다움만큼 수컷에게 중요한 능력입니다.


그들의 평가 장소는 낭떠러지의 쓰러진 나무를 타고 반대편으로 걸어가는 것입니다. 여기서 규칙은 절대 날지 않는 것입니다.


쓰러진 나무는 너무도 오래되어 한 발자국 디디는 순간, 부서질 듯한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아래로는 빠른 유속의 강물이 흐르고 있어 다른 공작들의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답니다.


대부분의 젊은 수컷들은 자신이 아무리 용맹하다 한들 중간에 포기하거나, 중심을 잡지 못하여 날갯짓을 하여 만 점을 받은 자가 드물었습니다. 어쩔 때는 몇 세대만에 만 점자가 한 마리 겨우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이번에도 역시 젊은 공작들은 이 시험에서 만 점을 받을 기세 있는 공작은 없어 보입니다.


나무의 부서지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중간에 포기하기 일쑤네요.


자, 이제 피피두의 차례입니다.


피피두는 기센제압을 하기 위해 시원하게 “피피두!” 하고 웁니다.

첫 발부터 ‘우지끈’하는 소리에 당황한 피피두였지만, 그의 작은 체구는 이 시험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피피두가 한 발 한 발 나아갈 수 록 그에게 관심 없던 공작들이 드디어 피피두를 쳐다봐주기 시작합니다!


피피두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습니다!

그는 스스로 아무도 건너지 못 한 반대편으로 건넜습니다!


반대편을 바라보니 다들 표정이 황당하고 당황한 표정이었으나, 응원의 박수는 쳐 주는 거 같네요.

루도비코가 날아와 피피두에게 말하네요!


“축하한다! 피피두! 이제 다시 저쪽으로 건너가면 돼! 날아서 가라. 이미 넌 만점이니!”


“....”


“뭐 하냐! 피피두!”


“못나는데요..”


“뭐?!”


“못난다고요.”


“그래... 일단 알겠다. 그래도 반대편에 올 수 있지? 여기까지 왔으니 말이다.”


피피두는 군 소리 없이 다시 나무를 밟으며 나무 위로 올라왔습니다.

찬찬히 무리를 향해 한 발씩 옮길수록 무리들은 흥분하여 각자의 울음소리를 지르기 시작합니다!

피피두는 최대한 흥분하지 않으려 노력했답니다.

벨의 눈과 마주치기 전까진 말이죠...


벨의 호수 같은 눈과 마주친 피피두는 콧김을 불며 더 늠름히 걷기 시작했습니다!

공작들이 흥분한 피피두를 알아차리고 진정하라며 소리 질렀지만, 그럴수록 피피두는 더욱 자신을 표출하고 싶어 하네요.


다행히도 앞까지 도착한 피피두는 마지막 한 걸음을 두고 또 쇼를 준비합니다.


그가 준비한...


“?!”


나무가 부서졌습니다.....

피피두가 절벽에 대롱대롱 매달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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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들은 모두 절벽에 매달린 피피두보고 날아오르라며 소리치지만, 피피두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반대편에서 루도비코가 녀석을 구하려 오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부여잡고 있으면 됩니다!


“날아! 피피두!”


피피두는 바보입니다.

자기 능력 밖이라도 벨이 소리치자, 날아오르려 했습니다.

피피두는 두 번의 날개짓과 함께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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