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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오리 Aug 19. 2024

나는 2024년까지 어떻게 살았나

대학시절부터 지금 7년차 직장인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며

20대 때는 내 마음대로 살았다.

직감적으로 내키는대로 살았다.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싶어서 좋은 학교에 과는 낮춰서 입학했다.

들어가 보니 그 학과를 나와서 할 수 있는 미래가 제한되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한되었지만 안정적일 수 있는 미래를 버리고 불확실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불확실의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잡은 것은 컴퓨터였다.

신호처리를 하면서 코딩이라는 것에 무턱대고 박치기를 해보았다.

그리고 졸업을 하려면 코딩 및 MRI 신호 관련한 학위 논문 비슷한걸 써야 했다.


코딩 및 MRI 신호 관련해서 뭐가 뭔지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뭐라도 썼다.

영어도 부족해서 다른 논문 들에서 영어 문장 구조 등을 많이 참고해서 작성했다.


그렇게 무언가 만들어졌다. 나는 그 프로젝트에서 A+를 받았다.

대학 4년 동안 다니면서 그 수업이 가장 내게 큰 성취감을 주었다.


그렇기는 하나 코딩 및 컴퓨터, 신호처리 쪽의 미래는 어두워보였다.

또, 대학원에 가서 일을 하면 이렇게 힘들고 피폐하게 사는 삶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싫었다.

나는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할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잠깐 발을 들였던 세계를 벗어나서 다른 세계를 소심하게 찾아다녔다.

그러는 동안 졸업 날짜가 다가왔다.

다른 이들도 나와 같이 미래를 모르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대학원에 가거나 휴학을 선택했다.


나는 미래를 여전히 몰랐지만 다른 길을 선택하지 않고 그대로 졸업했다.

일종의 배수진 전략이었다. 기한이 다가오면 뭐라도 하겠지 싶었다.


좋은 학교를 나왔으니 겉으로 보기에 좋은 기업에 들어가고 싶었다.

대기업들에는 손 닿는대로 넣었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 아직 뭔지 몰랐기에 직렬 불문하고 넣었다.


S사에 가서 면접 때 내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다하고 떨어지기도 하고

K사에 가서 정형화된 기업의 꼰대스러움을 경험하기도 하고

B사에 가서 인생에 대한 설교도 들었던 것 같다. 내용은 기억이 안나지만 그 때는 도움이 되었었다.

영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C사는 면접에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그다지 나 자신을 숨기지는 않았었다.

나 자신을 보였을 때 받아주는 곳에 가야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결과적으로, 1년 간 그렇게 모든 대기업급 취업준비가 실패했다.

나 자신이랑 큰 조직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중소기업에 지원했다.

잘 모르겠지만, 연구직으로 학사를 뽑는다길래 한번 내려놓고 지원했다.

연구직은 석사 이상만 뽑는 것인줄 알았는데 학사도 뽑는다고 하니까 궁금했다.


여태까지와의 면접과 다르게 무미건조하게 묻는 말에만 답변했다.

그랬더니 합격해서 회사에 들어왔다.

합격한 것 자체가 조금 어이가 없었다. 힘을 뺀 것이 결과가 더 좋은 상황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다지 즐겁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솔직히.. 내 높았던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 회사였다.

출근하기 전 연봉에 대한 정보를 받았는데 내가 보기에는 하찮았다.


그래도 일단은 다니기로 결정하고 첫 날 양복차림 출근을 해봤는데, 너무 힘들었다.

한 것도 없지만 9시부터 6시까지 있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어른들은 이런 것을 매일 했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다.

앞으로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야한다고 하니 조금 절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금방 적응했고 일은 재미있었다.
피펫도 어떻게 잡는지 모를 정도로 연구실 베이스가 없었지만,

몸을 움직이면서 가운을 입고 연구라는 것을 한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2018년 말, 회장님이 우리 회사의 미래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나는 눈을 반짝거리면서 들었다.

2021년까지 회사는 외형적으로 매우 팽창했고, 회장님의 미래 비전에 맞게 회사가 커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회사의 성장과 함께하며 나 또한 대단해질 거라는 상상을 했다.

대단해질 나를 조금 더 빨리보고 싶은 마음에 회사에 뭐라도 기여하고 성장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하기로 한 일은 통계였다.
회사에서는 통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통계를 모르지만 그냥 냅다 박치기해서 어떻게든 배웠다.

배워서 통계를 하는 흉내라도 나름대로 내었다.


얼마 안 있다 보니 통계에 관련해서는 나름 회사 내에서 아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실제로 통계를 하셨던 분이 왔을 때 내가 한 것에 대해 이야기 했더니 괜찮았다고 이야기 해주셨다.

기쁜 일이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동기가 팀장과의 갈등으로 인해 힘들어했다.

나는 팀장님의 생각이 조금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서 동기와 같이 연대해서 이의를 제기했다.


그 결과는 업무 범위의 축소였다. 기본기를 더 쌓아야할 때 기본기를 더 쌓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고 생각했고, 성장하는 재미가 사라졌기에 회사에 점점 다니는 의미가 사라졌다.


환경 변화를 위해 이직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3번의 걸친 면접 끝에 나는 S사에 또 떨어졌다.


위의 이유에 더해 개인적인 인간관계와 관련된 부침까지 생겼다.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기력을 잃었다.

처음으로 심리상담센터에 가서 도움을 요청했다.

기질-성격 검사를 받고, MMPI를 받고 문장 완성 검사를 받고 상담을 받았다.


내가 누군지 약간 알게 되었다.

마음의 부침은 있었지만, 뭐라도 시도할 기력을 약간 얻었다.

심리상담센터에서는 내가 경증이라고 판단했는지 상담 주기를 조정했다.


그 약간 생긴 기력으로 팀장 및 인사팀과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조금의 고심 끝에 지금 있는 부서로 옮겼다.


커리어를 걸고 움직였기에 뭐라도 하려고 애를 썼다.

첫 1년 간 대표이사 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뭐라도 잡고 날뛰었다.

그 결과 나의 자리는 나름대로 만들어졌다.


이 것은 유효했지만, 나의 자리는 새로운 조직 개편을 통해 조금 좁아지게 되었다.

이에 대해 부당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조직 개편을 통해 내 일을 가져간 그 사람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나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그 성과를 내야만 회사가 살아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해 화가 많이 났다.

영역을 뺏겼다는 생각과 회사에 있어서 중요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에 증오가 깊어졌다.


조금 있다가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아무리 싫어도 조직을 뒤엎을 수 없다면 조직을 나가야하는 것이 아닐까?

그 와중에 경력이 적지만 나보다 위로 오는 사람도 한명 생겼다.


결국 나는 이직을 준비하게 되었다.

여태까지는 준비가 안되었다고 생각해서 미뤄왔지만, 분노와 증오가 나를 앞으로 밀었다.


그 분노와 증오가 있는 동안 자소서를 마구 난사했다.

분노와 증오는 의외로 오래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 때 날린 자소서는 어느정도 내게 서류 합격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나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있다.

가능한 좋은 결과를 받아 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결과를 받아내고 생각하는게 맞지만, 변화의 기회가 잘 오지 않는 세상에서

변화의 기회가 눈 앞에 보이니 마음이 떨릴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글을 여기까지 쓰면서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몇 줄로 요약해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로, 나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가능한 변화를 택했다.

이러한 점에 대해 나는 좋게 생각하지만, 이제 나이가 조금 든 만큼 변화가 좋을지
조금 신중하게 고민해보고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든다.


둘째로, 성장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성장하고자 하는데 제대로 안될때 마음이 꺾이는 경향도 같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조금 더 들여다보고, 내 마음대로 안되는 일이 있을 때 잘 극복해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로, 이상적인 것을 추구하지만 비교적 현실적이다.
가능한 좋은 것을 추구하지만, 내가 지금 현재 닿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 현실에 맞게 처신한다.
이것도 나름대로 내가 완전히 극단까지 몰리지 않게 해주는 안전장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를 알게 되면 나에 대해 조금 더 긍정할 수 있게 되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느낌이다.

오늘 글을 쓰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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