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전부터 괴롭히던 것들에 대해 알아가기 (3)
나는 지금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다.
엉덩이를 붙이고 일해야하는 직종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몸은 편하다고 할 수 있다.
흥미가 가고 재미있는 업무라서 몰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뭔가 매번 쳇바퀴 돌듯이 오는 재미없는 일이라서 몰입을 하지 못할 때도 있다.
몸이 편한데 몰입을 하지 못하면 잡생각을 할 여유가 생겨버린다.
잡생각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대체적으로 나를 괴롭히는 것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내게 가장 무기력을 선사하는 것은 내가 처한 현실 중에 안좋은 점만 생각할 때이다.
처음에는 그럴 생각을 할 요량은 아니었지만,현재 처한 내 상황이 안쓰럽게 느껴지면서
나는 왜 이럴까? 내가 더 노력했다면 조금 더 나은 미래가 있지 않았을까?
나랑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더 잘 나가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생각을 하다가 결국 '이건 내가 못나서 그런거야... 내가 유니크하게 문제덩어리인가봐'
하는 생각까지 가는 경우가 꽤나 많다.
그 빈도가 많아지니 평소에도 조금 무기력한게 몸에 배었다.
환경 문제라고 생각이 들어서 환경을 바꾸려고도 노력했었는데, 그 결과는 이전 글에 있다.
환경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그 때 알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티션 속의 내 자리에 앉아있으면 또 이런 잡생각은 몰려왔다.
그 잡생각의 연쇄를 간단히 깨부신 것은 어이가 없게도
내 자리에서 일어나서 바로 팀장님에게 말을 거는 것이었다.
뜬금 없이 그냥 이야기 했다.
'팀장님 뜬금 없겠지만, 세상에 나만 힘들다고 생각할 때 그 때 무기력해지고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매우 뜬금없으셨겠지만, 팀장님은 곧 정신을 차리시고 내 말을 들어주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더니, 각자가 가지고 있는 힘듦이 또 있다는 것을 다시 상기할 수 있었다.
'그래 이것봐 나만 힘든것도 아니고 각자 나름 짊어지고 있는 건데,
그러니 나도 그냥 이걸 받아들이고 가면 되는거야.'
라는 생각이 들면서 괜찮아졌다.
이게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은 나와 비슷한 처지가 눈 앞에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위안을 얻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요즘 청년들의 고독사가 늘어가고 있다는 뉴스가 문득 떠올랐다.
그들은 아마도 원룸의 벽에 갇혀서 자기와 비슷한 처지에 몰려있는 이들을
보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청년들이 힘들 때 나와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를 생긴다면
청년들의 고독사나 정신적 문제는 조금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나와서' 대면 하는 것이다.
바보같은 인터넷 커뮤니티는 오히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를 숨기고 더 나은 생활을 위장하기 때문에 그다지 도움이 안될것이다.
사회적으로 강제적으로 만드는 방법은 참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작은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와서 비슷한 사람들을 대면했으면 좋겠다.
신기루처럼 힘든 것의 무게가 가벼워질수도 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