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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_북촌

bukchon hanok village, seoul, korea

by 푼크트

북촌 한옥마을, 서울의 오래된 숨결이 담긴 골목.

여행자의 발끝이 기와 지붕 아래 굴곡진 돌담길을 따라 닿을 때,
북촌은 은은한 향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첫 향은 초록 대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맑은 바람,
한옥 처마 밑으로 흐르는 나무 향과 고운 흙냄새가 부드럽게 코끝을 간지럽힌다.
젊은 날 도시의 분주함 속에서도
이런 고요함이 숨어 있을 거라 상상했었지,
북촌은 그 기대를 향기로 증명해 준다.


좁은 골목 사이 찻집에서 새어 나오는 따뜻한 보이차와 은은한 쑥 향,
작은 전통 간식 가게에서 퍼지는 꿀과 인절미의 고소한 풍미,
그 속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과 느릿한 여유가 되살아난다.


마당에는 감나무가 주황빛으로 물들고,
바람에는 꽃잎과 솔잎이 뒤섞인 자연의 숨결이 실려 흐른다.
기와가 햇살을 머금은 오후의 시간엔
차분한 머스크와 달큰한 백단나무의 잔향이
오래된 벽을 따라 나른하게 퍼진다.


황혼이 북촌에 내려앉으면
장독대에서 퍼지는 된장과 간장의 구수한 냄새가 삶의 진솔함을 일깨우고,
작은 술집 골목 끝에서는 따뜻한 막걸리와 구운 전의 향이
하루의 피로를 부드럽게 씻어낸다.

북촌의 향기는 화려함보단 담백함이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잊히지 않는 차분한 온기다.
돌아서는 길, 북촌은 말없이 속삭인다.

“빨리 가지 않아도 돼, 향기처럼 천천히 머물러.”

그래서 북촌은 풍경으로 남기보다 향기로 남아,
바쁜 마음에도 조용한 쉼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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