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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_몽샤우

Monschau, Germany

by 푼크트

돌과 물, 그리고 시간의 향이 살아 있는 마을.


몬샤우, 독일 서부 아이펠 산맥의 품 안에 안긴 조용한 마을.
루어강이 마을을 가르며 흐르고,
검은 슬레이트 지붕과 하얀 목골 가옥들이 언덕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 있다.
여행자의 발끝이 젖은 자갈길을 조심스럽게 디딜 때,
공기는 이미 이곳의 향으로 가득하다.


첫 향은 새벽 비에 젖은 산의 냄새,
아이펠 숲에서 내려온 송진과 젖은 낙엽의 흙내음이
루르 강의 습기와 섞여 마을 전체를 감싼다.


알트슈타트의 좁은 골목을 지나면
회색 석조 벽과 나무 창틀에서 배어 나오는 냉기,
거기에 살짝 스민 가죽공방의 따뜻한 향이 스쳐 간다.
이곳의 공기는 무겁지 않다.
차분하고 단단하게, 세월의 냄새를 머금고 있다.


아침이 밝아오면 마켓플라츠가 천천히 깨어난다.
시장 한쪽에서 파는 꿀과 허브차의 향기가 바람을 타고 흘러들고,
장터의 채소와 약초들이 내뿜는 생기로운 냄새가 섞인다.
민트, 카모마일, 레몬버브가 뒤섞여
마을 전체가 부드러운 허브향으로 숨을 쉰다.


그 향은 따뜻함보다는 맑음에 가깝다.
몸이 아니라 마음을 덮는 듯한 투명한 향기.

정오 무렵, 부르크 몬샤우 언덕길을 오르면
바람 속에서 다른 향이 느껴진다.
오래된 성벽의 이끼 냄새와 젖은 돌의 차가운 기운,
그 위로 스치는 솔잎의 푸른 향이 뒤 섞인다.
산등성이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은
마치 향의 층위처럼 서로 다른 톤으로 겹쳐 있다.

루르 강의 물 냄새, 돌담의 서늘함, 슬레이트 지붕의 미묘한 금속성 향기.


오후의 몬샤우는 고요하다.
로트하우스, 옛 직조공 가문의 붉은 벽돌 저택 안에서는
양모와 천에서 오래도록 배어 나온 먼지 냄새와
낡은 목재 바닥의 은은한 바닐라톤 향이 느껴진다.
그 향은 부드럽지만 어디선가 쓸쓸하다.
세월의 결이 향으로 남은 집의 냄새다.


비가 잠시 내리면
하우프트슈트라세의 돌길 위로
비 냄새와 금속성 공기가 얇게 깔린다.
그때 창문 안쪽의 양초공방에서는
수제 밀랍초가 타면서 은근한 꿀내음을 내뿜고,
그 향이 젖은 공기와 섞여 마을을 따뜻하게 감싼다.

저녁이면 강가의 선술집에서 지역 맥주의 홉 향이 퍼지고,
불빛이 루르 강 수면 위에 잔잔히 일렁인다.

장작불이 타오르는 벽난로에서는
나무껍질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은은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 연기엔 앰버의 부드러움도, 머스크의 농도도 없지만
오직 진짜 나무의 냄새가 남는다.
그것이 몬샤우의 향이다.


밤이 깊어지면 종탑에서 천천히 울리는 종소리,
그 진동 속에서 향은 더 고요해진다.
꽃의 향도, 과일의 향도, 단내도 없다.
대신 돌과 나무, 물과 바람의 향만이 남는다.
그 단단하고도 투명한 냄새가
여행자의 마음에 길게 머문다.


돌아서는 길,
루르 강 위로 떠오른 안개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이곳의 향은 바람과 함께 흩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도 너의 기억 속에서 계속 흐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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