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 최강자 두부와 자극 최강자 김치의 만남
나는 등산을 참 싫어한다. 멀리서 바라보면 참 멋진 산이, 막상 오르려고 하면 더없이 싫어진다. 숨이 헉하고 차오르고 허벅지는 죽어라 당겨오고, 어쨌든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내려올 때까지는 운동을 끝낼 수도 없는지라 딱 질색이다.
정말 사람 일이라는 것이 하기 싫다고 안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가장 효과적인 운동이 등산이더라는 말이다. 별수 없이 날이 덥지 않으면 북한산, 설악산, 금강산 가릴 것 없이 산에 올랐다.
그런데 등산이라는 것이 한 번 하면 1,000칼로리가 넘는 운동이다 보니 없던 입맛도 돌기 시작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생각나는 것은 뽀얗고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이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차가운 막걸리를 노란 양은 사발에 한가득 담아 벌컥벌컥 마시면 몇 시간 동안 지친 나의 몸과 마음이 싹 풀릴 것 같은 기분이랄까. (물론 건강상의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지만, 기분까지 어쩔 도리가 없다.)
이 막걸리를 생각하다 보면 생각나는 안주가 몇 가지 있다. 기름에 노릇하게 튀긴 모둠전, 비계와 살코기가 적절하게 섞인 제육볶음, 그리고 뜨끈하게 데친 두부와 고소한 참기름에 볶은 김치를 함께 먹는 두부김치다. 특히 이 두부김치는 ‘막걸리’ 하면 빼놓을 수 있는 최고의 안주가 아닐까.
사실 나는 두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콩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두부의 뭔가 되직하면서 질퍽한 식감이 나에게는 썩 유쾌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런데 두부김치를 먹을 때만큼은 두부를 정말 잘 먹는다. 매콤 고소한 김치와 담백한 두부가 정말 잘 어우러진다. 두부와 김치는 서로를 위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가끔 오빠의 부탁으로 집에서 두부김치를 만든다. 정말 간단하면서 끝내주는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사실 두부김치는 김치의 맛이 제일 중요하다.
두부김치 만들기
준비물
두부 한 모, 참기름 한 스푼, 익은 김치, 돼지고기 앞다릿살, 고춧가루 한 스푼, 설탕(혹은 알룰로스) 한 스푼, 다진 마늘 한 스푼, 간장 한 스푼, 양파 반 개, 대파 흰 부분 약간
1. 두부는 끓는 물에 5분 정도 데쳐준다.
2. 팬에 기름을 약간 두르고 앞다릿살을 넣고 살짝 볶다가 설탕을 넣어 코팅하듯 한 번 볶아준다.
3. 앞다릿살이 어느 정도 익으면 고춧가루 한 스푼과 간장 한 스푼을 넣고 1분 정도 볶다가 먹기 좋게 자른 김치와 참기름, 다진 마늘을 넣고 5분 정도 충분히 볶아준다.
(참기름을 가열하면 안 좋은 성분이 나오지만, 사실 나는 맛이 더 중요하다.^^;)
4. 김치가 숨 죽을 정도로 볶아지면 양파를 넣어 3분 정도 더 볶아준다.
5. 썰어놓은 대파를 넣고 섞어준다는 느낌으로 1분 정도 강한 불에 볶아준 뒤 통깨를 뿌려준다.
6. 데쳐놓은 두부와 볶은 김치를 그릇에 담아주면 완성이다.
참기름은 높은 온도로 올라가면 암을 유발하는 성분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김치와 참기름이 어우러져 볶아지는 그 맛을 놓칠 수가 없다. 좀 더 건강을 생각한다면 발연점이 높은 기름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내가 만드는 맛은 나지 않는다.)
김치는 충분히 오랫동안 볶아야 감칠맛이 살아나므로 적어도 5분은 볶아줄 것!
요리에 익숙해지면 이 정도 메뉴는 순식간에 뚝딱 만들 수 있다. 가족끼리 저녁 메뉴로도 좋고,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도 손색없는 음식이다. 고소하고 매콤 짭짤한 맛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침이 고이는 맛이니 꼭 해보길 바란다.
특히 두부김치의 찐 맛을 느끼고 싶다면 북한산을 한 번 등산하고 난 뒤 먹어보는 것을 적! 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