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학창 시절 소울푸드
흔히 남자들의 소울푸드라고 불리는 음식이 있다. 돈가스와 제육볶음. 그리고 나의 학창 시절 소울푸드가 있다. 바로 매콤 칼칼한 오징어볶음이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2000년대 후반에는 학생들이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김밥천국이나 김밥나라 등 김밥집을 자주 갔다. 요즘에는 여러 프리미엄 김밥 브랜드가 나와 김밥은 물론 다른 메뉴까지 꽤 높은 가격에 책정되어 있지만, 그때 김밥천국은 대부분 천 원에서 이천 원 정도로 김밥 가격이 저렴했다. 또, 김밥은 물론 돈가스, 제육볶음, 순두부찌개를 비롯한 식사 메뉴도 만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에 한 끼 든든하게 먹을 수 있어 인기가 꽤 좋았다.
친구들과 김밥집에 갈 때면 친구들은 저마다 쫄면, 돈가스, 김밥, 라면 등의 메뉴를 시켰다. 하지만 나는 늘 오징어볶음 완전 매콤하게요!라고 외쳤다.
고춧가루와 설탕이 제법 들어가 칼칼하면서 달콤한 양념에 적당히 익은 양파와 파를 먹고 나서 야들야들하게 볶아진 오징어를 흰쌀밥과 함께 한입 가득 씹으면 쫄깃한 오징어와 아삭한 채소들, 그것들이 모두 어우러진 양념의 맛이 지금 생각해도 침이 고인다.
가끔 그때 생각이 떠올라 먹고 싶어도 우리 동네 매장은 모두 없어져서 마땅히 먹을 곳이 없다. 그렇다면 내 미각세포를 떠올려 직접 만들어 먹는 수밖에.
오징어볶음 만들기
준비물
오징어 3마리, 양파 한 개, 대파 한 대, 당근 1/3개, 다진 마늘, 식용유 세 스푼, 참기름 약간, 통깨 약간.
양념장 - 양념장은 미리 만들어 숙성해 놓아야 맛이 좋다.
고춧가루 3스푼, 고추장 1스푼 반, 설탕 or 알룰로스 1스푼 반, 물엿 1스푼, 생강가루 1/3 티스푼, 간장 한 스푼, 맛술 한 스푼, 후춧가루 적당량
1. 오징어는 내장을 제거하고 밀가루로 바락바락 비벼 깨끗이 씻어 놓는다.
(가능하다면 구매할 때 손질을 부탁하자. 오징어 손질 꽤 귀찮다.)
2. 오징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큰 볼에 담은 다음 미림을 세 큰 술 정도 넣어 재워 놓는다.
3. 대파는 반을 갈라 3~4cm 정도 길이로 썰어주고, 당근과 양파도 대파와 비슷한 크기로 썰어준다.
4. 넓은 팬에 식용유를 넣고 파와 양파를 넣어 파 향이 올라올 때까지 볶아준다.
5. 양파가 살짝 투명해지면 당근을 넣고 2분 정도 더 볶아준다.
6. 익은 채소 위에 미리 준비해 둔 양념장을 넣고 채소에 양념을 입힌다는 느낌으로 빠르게 한 번 볶아준다.
7. 미림에 재워둔 오징어를 모두 넣고 다진 마늘 한 스푼을 넣어 강불에 빠르게 볶아준다.
8. 오징어가 오그라들면 익은 것이므로 불을 끄고 참기름을 둘러 섞고 통깨를 뿌려 마무리하면 완성이다.
매운 것을 잘 먹는다면 레시피에 청양고추를 추가하거나 매운 고춧가루를 추가해도 맛있게 매운 오징어볶음을 먹을 수 있다.
요즘 다이어트에 진심인 편이라 설탕 대신 알룰로스를 넣는다거나 하는 정도의 노력은 한다마는 맛있는 음식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에 하루 세끼 맛있는 음식을 먹는 시간이 몇 안 되는 힐링타임이니 자극적인 음식은 하루 한 끼 정도 타협하는 편이다. 아침과 저녁을 고구마만 먹을지언정 이 매콤하고 땀이 쫙 흐르는 오징어볶음은 절대 포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제육볶음의 양념은 좋아하지만, 돼지고기는 먹고 싶지 않은 그런 날. 단백질도 챙기면서 뭔가 속세의 맛을 즐기고 싶은 그런 날. 꼭 이 레시피를 한 번 따라 해 보시길. 정말 후회 없는 한 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