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엄마와의 통화를 했다. 사실 거의 매일 한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적적해하실 걸 알기에 일부러 더 한다.
그런데 그만 그저께 전화를 빼먹었다. 변명 같지만 아이가 하도 체력을 불사르며 뛰어다니기에 쫓아다니다 보니 전화할 정신이 가출을 해버렸다.
그리고 어제 아차하고 다시 전화를 했다. 그런데 전화기에서 들려온 엄마 목소리는 힘이 없다. 몸이 좀 안 좋다고. 설사를 해서 힘이 없다며 누워있다는 말을 들었다. 열도 없고 괜찮으니 그냥 좀 쉬겠다는 말에 물 좀 많이 드시고 쉬시라며 전화를 끊고 하루가 지났다.
아침부터 마음이 시끄럽다.
아이 숙제를 봐주면서도, 청소를 하면서도, 시끄러운 마음에 일부러 틀어 놓은 음악 소리에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힘없던 엄마 목소리가 목에 걸린 가시처럼 내 신경을 긁고 있었다.
만약 내가 그랬다면, 내가 아파서 누워 있다고 했으면 엄마도 지금의 나처럼 일상을 보냈을까?
아마 아니었을 것이다. 엄마는 만사를 제치고 나를 보러 왔을 테지.
이게 엄마와 자식의 차이인가?
마음이 무겁지만 할 일이 있고 내 아이를 보살펴야 한다는 핑계로 바로 달려가보지 못하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외로우실 텐데. 아빠도 안 계신데.
무거운 마음에 결국 다시 전화를 걸어본다. 아니, 오늘도 전화만 걸어본다. 가보고 싶다는 생각과 못 가는 상황이 엉망으로 엉켜버린 마음만 가지고.
"응? 엄마 이제 괜찮아. 걱정했어? 어제 뭘 잘못 먹었나 봐. 이제 설사도 안 해. 걱정하지 마."
조금은 힘이 들어간 엄마 목소리에 눈물이 왈칵 나왔다. 미안했다. 너무 미안하고, 미안해서 가슴이 아려왔다.
나아진 거면 다행인데, 엄마 성격에 딸내미 걱정할라, 아직 아파도 저리 말하겠지.
"내일은 내가 갈 수 있으니까, 오늘은 자극적인 거 먹지 마요. 혹시나 심해지면 전화 꼭 해야 해요!"
"뭘 와, 안 와도 된다니까. 오지 마, 힘들어."
보고 싶으면서 꼭 저렇게 말한다. 이제 다 알거든요?
내일은 오지 말래도 꼭 가서 보고 와야겠다 다짐한다.
그러니까 별 일 없이 잘 지내고 계세요!
나이가 들 수록 엄마가 된 딸은 늘 엄마에게 미안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