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 낚시
“나를 따라오라. 내가 너희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그 사람의 집엔 왠지 예수의 저 말이 가훈으로 붙어 있을 것 같다.
대대손손 이어져 온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을 것 같다.
호구는 존재하는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대상들을 가만히 지켜보면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낚시하는 형국이 목격될 때가 있다.
거기에 악의란 없다.
호구와 낚시꾼의 역할만 있을 뿐.
이지만… …
호구역할이 내 가족이면 화가 올라오고
모르는 사람이면 어이없는 영화처럼 혀를 찰뿐이다.
나도 모르게 분별이 올라온다.
이 보다 확실한 망상이 있을까
아직도 나, 나, 나 하는 나가 있다.
그 나가 명상을 까먹게 한다.
지난밤 올라온 화가 새벽 일찍 다시 찾아왔다.
물이 부글부글 끓듯이 점점 마음이 뜨거워진다.
내면 어딘가는 달궈지고 있는데
안색은 차갑기만 하다.
화가 난다는 것은 적대감이 있다는 것이다.
한번 물린 적이 있으니 칫솔만 봐도 화가 올라오는 것과 같다.
물린 적이 있다고 생각할 뿐이지만
생각은 이미 나를 상처 냈다 는 생각으로 부풀려지고 있다.
의식적으로 마음의 핸들 방향을 바꿔보자.
겨우 겨우 … ‘ 이럴 때 좋은 점은 무엇일까’ 질문해 본다.
—-
1. 화를 알아차리게 된 것.
2. 내가 상처로부터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3. 언제든 우울로 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태라는 것.
4. 두 번째 화살을 맞았다는 알아차림.
5. 화가 일어났을 땐 자애수행을 하면 좋다는 아침법문을 듣게 된 것.
6. 화가 안 일어날 때가 진짜 좋았구나 라는 깨달음.
7. 화가 일어나도 타인을 괴롭히지 않는 나의 노력.
8. 가족도 남이다, 남도 가족이다 생각할 수 있는 계기.
9. 화를 알아차리되, 표출하지 않은 것.
10. 화의 부작용에 대해 통찰해 볼 수 있는 것.
11. 화를 경험한 것.
12. 화를 지혜로 변환한 것.
13. 지혜를 글 쓰는 에너지로 발현한 것.
14. 자판을 두들기며 글을 쓰니 식어가는 내 마음이 느껴지는 것.
15. 파도친 화가 바다로 돌아갔다는 것.
화 덕에 꽤 오랜만에 글을 쓴다.
아침화가 지혜의 꽃을 선물해 준다.
화둥절, 화 어디 갔지?
‘분노는 뿌리에는 독이 있고
꼭대기에 꿀이 듬뿍 들어 있어서
이런 분노를 죽이는 것을 성자들은 칭송하니
이것을 끊고 나면 슬퍼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
-쌍윳따니까야 끊음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