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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뽈삐래 Jul 22. 2022

취업 성공기

워홀러의 워킹 라이프

 워홀러에게 꿈의 직장 연어 공장에 취업하다. 

매주 35시간 이상의 근무 시간과 높은 시급에 세컨 비자 취득이 가능하다는 이 공장은 워홀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일했던 사람은 있다는데 실제로 일하는 사람은 본 적은 없다는 그곳의 문을 두드리려 우리는 타즈매니아로 왔다. 크리스마스와 부활절 시즌에 상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여 비정규직인 워홀러를 대폭 고용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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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력서를 작성한 후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했다. 세 달 동안 연락이 없었다. 이제 일하지 않으면 세컨 비자 취득을 위한 최소 근무 일을 채우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초조해졌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공장 이력서 양식을 출력해 가서 직접 방문하여 오피스에 제출했다. 그렇게 며칠 후, 시그넷에서 딸기와 씨름하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왠지 기분이 좋았다. 내 안에 가장 친절하고 유쾌한 자아를 끄집어내어 전화를 받았다. 드디어 인터뷰가 잡혔다. 인터뷰는 영어 실력을 확인하기 위한 간단한 절차이므로 영어 실력이 중급 이상이라면 일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엄마! 나 또 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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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연락을 받은 후 우리는 식탁에 앉아 진지하게 면접 준비를 하였다. 이력서 돌리면서  했던 영어 면접들 마다 미끄러진 적이 있어서 더욱더 부담이 되었다. 왠지 이 면접이 마지막일 거라는 강렬한 촉이 왔고, 통과를 못하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으로 불안감이 증폭되었다. 면접장에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기에 예상 질문을 만들기 시작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은 바로 나. 역시 영어가 발목을 잡는다. ‘왜 영어 공부를 소홀히 한 걸까 대체 호주 와서 한 게 뭐야!!’하고 가슴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래도 어쩌겠어? 해야지, 내 인생에 이렇게 간절하게 무언갈 바란 적이 언제였는지 정말 열심히 외우고 또 외웠다. 자부할 수 있다. 


 면접 순서는 내가 첫 번째였다. 잔뜩 긴장된 얼굴과 굳어진 몸으로 로봇처럼 면접장으로 들어갔다.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예상 질문과 다른 면접 내용에 크게 당황했다. 머릿속은 텅 비었고 내 입은 떠드는데, 그게 뭐라고 말하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는 느낌을 아시나요.  면접장을 나오면서 아 망했다라고 생각했는데, 합격이었다. 8할이 운이었던 거 같다. 


 면접을 본 다음 주에 합격통지 메일을 받았고 메디컬 체크 후에 바로 일을 하게 되었다. 일은 너무 쉬워 금방 지루해진다는 점과 굉장히 간단하고 단순하여 두뇌활동이 제로에 가까워 점점 멍청해지고 있다는 자각이 든다. 같이 일했던 대만 친구는 더 이상 스튜피드가 될 수 없다며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가 확정되자마자 메인랜드로 떠났을 정도. 

호주 휴온빌_연어로 연어 초밥 만들기

 연어 공장에서 일하는 가장 큰 혜택은 직원 할인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복지를 누려보고자 통 연어 Whole Salmon을 주문했는데 정말 이렇게 통째로 올 줄이야. 그래도 생선 대가리와  지느러미는 잘라서 반으로 갈라 비닐은 벗겨 줄줄 알았는데 내장만 제거된 상태. 음 당황스럽군.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는 상황. 이걸 어떻게 손질해야 하나 막막했지만 먹겠다는 의지로 두 명이 70cm가 넘는 연어 한 마리에 칼을 들고 달려들어 해체 작업에 나선다. 가운데 뼈가 두꺼워 한 명은 톱질하듯 칼질을 하고 다른 한 명은 껍질 제거를 맡는다. 식욕이 이겼다. 결국 해냈다. 여기 와서 별걸 다해 본다. 경험 마일리지가 또 쌓였다. 새로운 에피소드 적립 및 새로운 장기 발견. 나중에는 살점 하나 버리지 않고 곱게 껍질을 벗겼다 회로 먹고 초밥을 먹고 찌개를 끓여 먹어도 한참이나 남았다. 평생 먹을 연어는 이곳에서 다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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