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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배 Sep 24. 2022

거래소 규제는 언제쯤 만들어질까?

가상자산 규제

9월 21일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항소심 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두나무를 사기·위작 등의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관리자용 계정이 문제였다. 일반적으로 업비트 이용자는 두나무 계좌(지갑)에 원화 또는 코인을 입금해 거래한다. 하지만 업비트 계정은 아무런 입금 없이 코인을 계정에 입력해 매매에 임했다. 

출처: 이정배

실제로 코미드와 코인네스트 거래소가 차명 계좌를 만들어 보유하지도 않은 코인과 원화를 시스템에 입력해 유죄를 받은 판례가 있다. 코미드 대표는 고객 예탁금을 횡령하기도 했다. 검찰은 두나무가 이들 거래소와 유사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봤다.      


두나무 측 변호인단은 허위 계정에 보유하지 않은 자산을 입력한 타 거래소와 다름을 주장했다. “보유하지 않은 비트코인을 매도한 사실이 없음”을 밝히며, “충분한 수량을 보유하면서 회원을 (출금 불가능한) 위험에 빠뜨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두나무는 관련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자료를 보면 실제 비트코인 보유량(고객 예치금을 제외한 두나무 소유 코인) 보다 관리자 계정이 항상 적게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료와 별개로 검찰은 코인을 입금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매에 참여한 것이기 때문에 공매도와 유사한 상황이고 이를 일반회원에게 알리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에 두나무 측은 법인 소유 코인과 고객 예치 코인이 모두 한 지갑에 있어 개별 입금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판 결과는 12월 7일에 나온다. 


하지만 결과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거래소가 플랫폼 제공자이자 하나의 주체로서 매매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출처: Cointelegraph

거래소는 플랫폼 관리자이자 중개자로서 일반 이용자 보다 우월적인 위치에 놓이게 된다. 주문 수량에서부터 이용자 잔고와 거래기록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언제 어떤 코인이 상장되고 폐지되는지 알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코인을 보관하고 있다.    


증권시장에는 거래소, 증권회사, 그리고 예탁결제원이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 세 가지 역할을 모두 혼자서 맡고 있다. 그러나 관련 규제는 전무한 상황이다.     


거래소가 마음만 먹으면 이른바 ‘먹튀’나 시세조작을 할 수 있다. 예치금을 이용자들 모르게 다른 곳에 사용/투자하거나 횡령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은 시스템 뒤에 가려져 있어 이용자들은 이를 알기 어렵다. 

     

적절한 거래소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사장 (왼쪽), 박형준 부산시장(오른쪽) 출처: 부산시

양심있는 거래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거래소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순수 크립토만 취급하는 거래소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고, 바이낸스와 FTX 같은 해외 거래소는 국내 시장을 눈독 들이고 있다는 점도 규제의 필요성을 더해준다.


거래소 규제가 크립토 업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적절한 규제는 오히려 생태계 발전에 도움이 된다. 가령 나스닥의 경우 세계에서 규제 강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나스닥 상장을 원한다. 규제가 높은 만큼 그 가치가 인정받기 때문이다.      


거래소에는 다양한 코인들이 상장됐다 상폐되곤 한다. 국내 거래소에서도 대량 상폐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것이 논란이 된 적 있다. 적절한 규제가 도입된다면 이른바 스캠 코인으로 불리는 부실한 프로젝트의 토큰 상장을 막을 수 있다.     


규제는 기업 참여를 촉진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현재 다수의 기업이 크립토 생태계에 뛰어들고 싶어 하지만 규제의 모호성과 기준의 부재로 인해 참여를 망설이고 있다.      


현재 나스닥은 암호화폐 수탁 솔루션 서비스를 위해 신청서를 미국 규제 기관에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이들도 거래소 설립에는 보수적이다. 아직 적절한 규제와 경쟁 환경이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처: Nasdaq
“규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규제의 틀 안에서 운영하는 법을 알고 있으며 규칙에 따라 계속해서 혁신을 시도해나갈 것이다.” by. Tal Cohen 나스닥 수석 부사장


나스닥과 같은 보안성이 검증된 기존 금융업체들의 참여는 암호화폐에 대한 접근성 향상은 물론 거래소 간 경쟁을 촉발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암호화폐 이용자들은 보다 안전하게 크립토 생태계에 진입해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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