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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지식in Jan 01. 2023

[감상문] 3당 합당과 스타벅스, 서태지

시대교체. 세대교체. 문화교체.


새우가 고래를 이길 방법은 없나?



반장선거에서 누가 반장이 될까요. 1등과 2등의 당선을 예상하지만, 현실은 빗나갔습니다. 지난 13대 대통령 선거가 그랬습니다. 서울의 봄을 지나 민주화 바람이 불었지만, 신군부의 그림자는 아직도 정치권에 남아 있었습니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각자의 셈법은 복잡했으니까요. 국민투표를 거쳐 제6공화국의 시작을 알렸지만, 고래싸움에 역설적이게도 새우가 이겼습니다. 민주화 세력을 등에 업은 YS와 DJ의 예상을 뒤엎고 하나회 출신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겁니다. 전국 투표율이 90%에 가까웠지만, 대통령 지지율은 고작 36.64%였습니다. 어부지리였습니다.


실용주의. 다윗이 골리앗을 잡은 또 다른 이유였습니다. 정치와 경제 그리고 문화계로 움트고 있던 싹이었습니다. 1987년을 기점으로 운동권 색채가 옅어지는데, 지금 MZ세대처럼 사회적 기류가 급물살을 탑니다. 민주화 열망과 함께 불고 있던 또 다른 변화의 바람. 그 흐름을 노태우 후보가 읽어냈습니다. '보통사람의 위대한 시대' 카드를 꺼내 들었죠. 군복을 벗어던지고 물태우와 허당이미지를 밀어붙였는데, 효과는 예상밖이었습니다. 체육관 선거가 막을 내리고 치러진 첫 국민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됩니다. 나 이 사람, 믿어주세요. 특유의 구수한 경상도 발음이 통했습니다.



■ 실용주의와 오렌지족, 90년대 흐름 읽은 YS


한국사회 축소판인 대학도 변화의 바람이 붑니다. 1990년대부터 오렌지족들이 대학가에 상륙하는데, 거침없이 돈자랑을 합니다. 소비는 곧 미덕. 외제차를 타고 등교하는 것은 기본이고,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합니다. 부모의 재산을 등에 없고 돈을 뿌리고 다녔는데, 스타벅스가 대한민국에 뿌리내린 것도 이 시기였습니다. 남들 눈치 안 보고 소비를 자랑했습니다. 밥보다 비싼 커피입니다. 강남으로 이태원으로 홍대로 소비 트렌드는 대한민국 곳곳에 뻗어나갔습니다. 대학가를 점령한 운동권 색채도 점차 옅어지며 세대교체와 시대교체 분위기가 스며들었습니다.


시대적 흐름을 읽어낸 사람이 또 있었습니다. YS. 운동권 출신 김영삼 후보는 3당 합당을 단행합니다. 민주화 대부가 12.12쿠데타 신군부와 한배를 탄 겁니다. 온갖 질타를 받았지만, 대통령이 되기 위해 필요했습니다. 실용주의 노선과 손잡았지만 훗날 하나회를 척결하고 신군부 주역들을 재판장 앞에 세웠습니다. 공과 사를 구분한 거죠. YS의 결단으로 부산은 대한민국 보수의 뿌리가 됐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결국은 같은 족보였습니다.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인 강준만 교수는 1990년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3당 합당과 스타벅스를 꼽았습니다.



■ 문화교체 이뤄낸 서태지, 한류의 뿌리


대한민국 대중가요 역사는 서태지 이전과 이후로 나뉩니다. 성인가요와 발라드 위주의 음악방송이 10대 취향으로 재편됩니다. 대중가요 스펙트럼 역시 댄스, 발라드, 춤, 힙합 등으로 세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시대교체와 세대교체라는 시대정신이 문화에도 통한 겁니다. 1991년 혜성처럼 등장한 서태지는 문화교체를 이루며, X세대 밑거름이 됐습니다. 3050세대 위주의 문화 수요층을 10대들이 선점했고, 문화산업의 새로운 기둥으로 거듭났습니다. 97세대. '한강의 기적'을 맛본 이들이 젖과 꿀의 경제력을 문화산업에 쏟아부었으니까요. 적어도 IMF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서태지가 있었기에 한류도 가능했습니다. 대한민국 문화자양분을 두텁게 했습니다. '컴백홈'과 '발해를 꿈꾸며' 같은 노래로 새로운 방식의 음악과 가사를 써 내려갔습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듯 문화가 경제와 사회 전반으로 뻗어갔습니다. 성공방정식도 독특했는데, 서태지는 직접 기획사들을 돌며 도장 깨기를 했습니다. 1990년대만 해도 탑다운 방식의 연예기획사가 일반적이었지만, 이를 뚫어낸 겁니다. 탄탄한 실력과 시대를 읽어내는 관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BTS를 가능하게 한 뿌리입니다. 모두가 안된다고 했고 모두가 모르고 있었지만, 누군가는 알고 있었습니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재벌집 막내아들 감상문>


1. 승자의 저주, 장자의 저주

- 진성준을 위한 진혼곡


2. 전태일은 죽었다

- 망국적 도덕적해이 시대


3.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 초밥알 취재하고 등산복 광고 없애고


4. 3당 합당과 스타벅스, 서태지

- 시대교체. 세대교체. 문화교체


번외) '형제의 난' 해결사, 킹메이커

- 49대 51, 판도를 뒤집는 판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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