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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샘물에서 퍼 올린 그리움

2023년 여성특집 - 김능자 작가

by 민휴

1. 맑고 순수한 삶과 글로 만나는 작가


3년여의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종료되면서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직접 만나기 어려운 환경에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글쓰기 등 치유와 소통을 위한 적극적인 방법으로 글을 쓰는 인구가 확산하고 있음은 긍정적인 일이라 여긴다.

소녀처럼 순수한 감성으로 늘 맑은 미소를 잃지 않은 김능자 작가는 1940년 전남 화순군 도곡면 천암리에서 태어났다.『문학춘추』시(1994),『수필과 비평』수필(1994),『아동문예』동시(2000)로 등단했으며 문학춘추작가 부회장, 금초문학회장, 전라수필문학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광주시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광주문인협회, 전남문인협회, 화순문인협회, 광주전남아동문학인협회, 우송문학회, 문학춘추작가회, 전남여류문학회, 전라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발간한 저서로 2010년 시집『하얀 민들레』(한림출판사), 2012년 동시집『청새알』(한림출판사), 2017년 수필집『세월의 숲』(한림출판사) 등이 있다.

이처럼 시집, 동시집, 수필집을 발간하며 소속된 여러 문학단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간적인 면을 보여준 김능자 작가에 대해 책과 글을 들여다보면서 작가로서의 삶과 사유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2. 그리움으로 빚어낸 시어들

―시집『하얀 민들레』를 중심으로


김능자 작가가 펴낸 첫 번째 시집『하얀 민들레』의 머리말을 보면 “한글을 알기 전부터 어머니가 읊으시는 시를 들으며 가슴이 요동쳤다”라고 한다. 작가적 자질은 어머니께 받은 귀한 유산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말갛게 차오르는 생수를 마음껏 퍼낼 수 있기를 소망하는 작가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애씀에 게으름이 없기를 다짐하면서’(「나는 시방·1」) 성실하게 살아 온 작가의 성품과 삶을 향한 마음가짐을 알 수 있다.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알아야 웃을 수 있다는 거’(「잘할 걸」)에서 겸손한 사람, 늘 밝은 마음으로 살고 싶어 하는 의지가 읽힌다. ‘웃다보면 나을 거라고’(「웃지요」)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긍정적인 삶의 모습이 시집 곳곳에서 드러난다. ‘시간은 바보처럼 쉴 줄도 몰라’(「세월」) 독특한 시선이다. 그저 세월은 흐르는 것이고, 시간은 가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바보처럼 쉴 줄도 모른다는 생각이 독창적이면서도 순수한 동심을 마주하는 것 같아 신선하다.

멱사꽃, 초코슴, 도련히, 겅게, 무담시, 스락이는, 길섶, 무시로, 고샅, 정제, 살강, 새암, 댓돌, 토방, 도투마리, 둠벙, 면빗달, 사스락, 시렁 등 잘 사용하지 않는 언어들을 골라내서 옛 정서를 끌어와 잊혀진 언어를 살려낸 작가의 시어에서 그리움이 되살아난 듯하다.

누에치던, 강나루, 외다리, 언덕배기 등 (「나그네인가」), 인두판, 골무, 꽃부전, 콩깍지, 꼬투리 등 (「예나 지금이나」)에서 보이는 옛 정서에서 구수하고 애틋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소중한 옛날을 기억하며 시로 풀어 쓴 그의 마음이 다정하고 고맙다. 써레질, 묵정밭, 삐비꽃대, 다슬기 등(「내 고향 뜰」)에서 어린 시절의 고향 모습과 활동한 상황이 눈에 보이는 듯 선하다.

시집을 읽다 보면 옛정서와 어울리면서도 빛으로 빚어낸 시어들을 만난다. ‘초봄 분홍 빛으로 물 밴’(「풋 가슴」), ‘몸을 식힌 해님이 연보라 빛 자락을’(「한가위에 부는 바람」), ‘보랏빛 멱사꽃’(「구름 가리고」), ‘잿빛으로 빠져가는’(「흰나비 한 마리」), ‘다채로운 깃털’(「나는 누구인가」) 등에서 작가와 공감대가 형성된다.

뙤약볕 장독 틈에

주홍빛으로 소담히

한 여름 피워내는 너는

무슨 한이 그리도 많아선가.

가슴 속 앙금을 토해내느라

안으로 안으로 피고 피는 꽃잎

수많은 송아리로도 모자라

진록 빛 이파리에

피멍으로 담아내는 너

끝내

까만 사리를 곱게 담아

주절이 걸어두고 돌아서는

너는 정녕 내 어머니 아닐런가.

―「봉선화」 전문


장독대에 소담스레 핀 봉선화에서 어머니를 생각하는 아련한 정서가 느껴진다. 한, 앙금, 피멍 등을 시어로 사용한 것을 보면 어머니에 대한 아픔과 그리움이 작가의 가슴에 간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이따금

기억의 사잇길을 지나

분실물 창고를 찾아 나선다

빛바랜 옛적 일 뒤적이다가

훈장 어른 말씀 한 구절을 챙겨 들었다

‘惡은 촛불과 같고

善은 풀잎과 같아라’

머리를 조아리며

禮를 익히던 모습들은

뒤안길로 밀려 났어도

훈장 어르신의 그 준엄한 목소리는

녹빛 축수가 되어

어지럽다 못해 넘쳐나는

거품을 거두고 싶어

무릎을 일으키려 애를 쓰고 있다

아스라이 들이는 저 소리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니라’

지금 우리 아이들은

안에서는 무엇을 보고 듣고

밖에서는 어느 것을 보며 살아가야 하는가.

―「잃어버린 모습」 전문

삶을 대하는 자세를 뚜렷하게 밝혀주는 내용임을 엿볼 수 있다. 선한 삶을 살아야 한다. 평소 호들갑스럽지 않고 차분한 정서로 조용히 미소 짓는 맑음 의 모습임을 유추하게 한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니라’ 이렇게 표현한 문장에서 작가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늘 그리움을 갖고 살아가는 김능자 작가는 큰 꿈처럼 어디론가 그리운 곳을 찾아 나서고 싶은 마음으로 하얀 민들레를 썼다. 그렇기 때문에 외로운 하이얀 민들레는 김능자 작가 자신이라고 할 수 있다.


푸른 촉수로

지구를 감싸 안고

찾아온 발자국 소리

듣고 있는가

사슴보다 슬픈 목선

길게 길게 밀어 올려

누구를 저리도

애타게 기다릴까

해마다

때가 되면

무시로 부는 바람

보료처럼 펼쳐놓고

씨앗에

깃을 달아

성화같이 달려 보낸

외롭디 외로운 하이얀 민들레.

―「하얀 민들레」 전문


꽃이나 풀처럼 곱고 예쁜 것도 결국은 착한 마음이 가장 귀하고 소중한 것이라고 말한다. 할머니가 말씀하셨다는 “善처럼 풀잎만 닮아라”라는 말을 삶의 지표로 기억하며 실천하고 살아 온 작가의 이념은 「풀잎만 같아라」, 「홀씨 하나」, 「간밤 꿈길에」 에서도 잘 표현되어 있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삶의 자세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홀씨처럼 삶을 선택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살아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난관에 부딪혀도 묵묵히 받아들이고 현명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듬직한 마음이 든다.

시집의 곳곳에서 어머니를 애틋한 정으로 찾는 것을 볼 수 있다. ‘저승길을 사흘 걸음으로 떠난 부부라 천생연분이라 했다.’(「뒷모습」)에서 오붓한 부모님의 모습이 엿보이지만, 자식으로서 얼마나 황망했을까를 생각하면 부모를 향한 그리움이 큰 이유를 알 것 같다.

꿈에서도 애타게 어머니를 부르며, 따라가고 싶은 걸 보면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큰 사람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받았던 사랑의 기억은 세월이 흐르고, 어머니의 나이가 되어도 희석될 수 없는 천륜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확인해 보는 대목이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시 「댓돌은」, 「고향의 여름 밤」, 「물촌 내 고향」 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남아 있는 것들의 모습과 변화를 통해 저승의 어머니와 연결고리로 그리움을 해소해 보려는 의지가 보인다.


한편으로는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시들이 많다. 어린 시절에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 이모와 아제 등 정겨운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꿈을 키우며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른이 돼서도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삶에 힘을 얻으며 순수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집을 읽으면 ‘가슴에 멍울진 아련한 연민’(「지금 그 곳에선」)의 정서들을 통해 순응하며 밝게 살아가려고 애쓰는 모습을 발견한다. 김능자 작가의 삶의 자세는 善을 통한 낙관, 긍정, 밝음, 순수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독도, 선암사, 소록도 등 여행지를 소재로 쓴 시들에서도 새와 꽃 등 자연에서 느끼는 것들을 ‘마음 열어 시를 줍고 있는데’(「내 고향 남도」)라는 말처럼 시를 사랑하고 일상에서 시심에 젖어 생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꿈을 향한 동심의 세계

―동시집『청새알』을 중심으로


자유분방하면서 개구쟁이 같은 사랑스러운 아이가 살아있는 것처럼 묘사한 글솜씨가 돋보인다. 어른이 어린이의 시선과 마음으로 세상과 사물을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김능자 작가는 순수한 마음의 눈으로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시를 쓰고 있어서 동심을 전하고 있다.


호 호 불면

햇물든 비눗방울

구름 닿게 떠오른다

나도 따라 날아오른다

후후 날리면

풀물든 비눗방울

하늘 높이 뜬다

나도 따라 떠오른다.

어디만큼 갔나

여기만큼 왔지

구름이랑 놀다가

별들도 만나보고.

―「색비눗방울」 전문


비눗방울에도 멀고 광대한 우주까지 꿈을 실어 보내는 동심이다. 놀이를 통해 성장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잘 아는 작가다.

난 내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연고동 얼룩무늬 갈새가 되어

푸드득 날아오른 꿈을 꾸어요.

―「나는 무엇일까」 부분

새가 되어 날고 싶은 큰 꿈을 펼쳐 놓았다. 아마도 작가의 동시를 볼 때, 그리운 어린 시절 고향의 아름다운 전원에도 가보고 싶지 않을까 생각된다.

형아는 도롱태에

분홍 노을 감아가고

동생은 굴렁쇠에

파란 하늘 감는다.

―「굴렁쇠와 도롱태」 부분

위 시에서도 자연을 통해 크고 넓은 꿈을 키워가는 동심이 느껴진다. 어린이들의 놀이 장면에 그치지 않고 거기서 꿈을 찾아 주는 모습이 작가의 넓고 큰마음을 느낄 수 있다.


뜰이 환히 웃고 있어요.

봄이

솔랑

솔랑 오나봐요

햇살이

보송

보송

내려 앉아요.

언 땅을 쏘옥 올려 밀고

새 촉들이

콩 콩

꿈의 창가를 두드리면

오동 날개 활짝 펴고

요리조리

산들산들

봄마중 나가요.

―「겨울 난 오동나비」 전문


꿈을 맞으러 봄을 맞으러 ‘오동 날개 활짝 펴고’ 봄 마중 나가는 나비의 날갯짓이 보이는 듯하다. 봄, 꿈 등을 반기는 모습에서 생생한 봄의 활기가 느껴진다. 이런 감정은 「가을 가랑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을비가 낙엽을 밟는다는 발상이 새롭다. 낙엽이 다시 소슬바람 어깨에서 무등을 탄단다. 가볍고 밝고 재미난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 들 만큼 상큼함이 느껴진다. 「비 오는 날엔」 시에서는 비 오는 날 옹기종기 어깨를 맞대는 색색의 우산을 펼쳐 들고 학교 가는 아이들의 무리가 떠오른다. 어깨동무로 서로 기대고 도란거리는 정다운 이야기 소리도 들리는 것 같다. ‘우산 꽃’이라고 표현한 부분에서 친구와 교감하고 소통하는 모습이 진짜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비 오는 고샅길」의 시에서도 같은 정서가 느껴진다. 그리고 「봄 피리」, 「생수」, 「비 개인 저녁」에서도 그리움의 깊이를 짐작하게 한다.


예쁜 삽화와 어우러진 정겨운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듯하다. 그 옛날 할머니의 이야기는 밤새는 줄 모르고 들어도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달과 별들도 엿들으며 밤을 보냈을 귀한 시간이 담겨 있는 소중한 동시다.

동시집『청새알』에 「아름다운 언어,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주제로 해설을 쓴 전원범 시인은 ‘시인은 사람이나 일이나 사물과의 만남 속에서 시를 빚어내는 사람입니다. 풀잎 하나, 나무 한 그루, 벌레 한 마리에 이르기까지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뜻을 찾아내며,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신비스러운 것들을 보게 됩니다.’라고 시인의 자세를 밝히면서 ‘김능자 작가의 동시에서도 이러한 아름다운 언어, 따뜻한 사랑의 마음, 새로운 발견을 쉽게 만날 수 있다’고 썼다.


김능자 작가의 동시의 특징은 자연에서 동심을 발견하고, 놀이를 통해 꿈을 키우며 성장해 나가는 것을 바라는 마음이다. 정겹고 그리운 것들에서 동심을 표현한 시들도 아름답게 다가온다.




4. 그리움의 고개를 넘고 넘어

― 수필집『세월의 숲』을 중심으로


수필집『세월의 숲』발문을 쓴 정주환 수필가는 「추억과 회고의 미학」이라는 주제로 글을 썼다. ‘작가 김능자는 바로 자연인이다. 그의 글에서는 어떤 꾸밈을 발견할 수 없다. 본성 그대로를 보여주고 그대로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 많은 고유어, 전통적인 전라도 사투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읽기에 불편하더라도 그런 토속 언어를 애용하는 것은 바로 그가 자연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어서다. 그것은 작가만의 철학이요, 기질이며 가치관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작품 「오매」를 보면 ‘오매, 귀신한테 홀리면 삼 년 넘기기 어렵다는디, 시상에 요 애기가 집이 외손녀여? 그러고 봉께 즈그 딸 소라 꼭 판박어놨그만잉,’ ‘글시말이여, 호랑이한테 업혀 가면 혼이 빠져 얼마 못 간다며 오지게들 말도 많았는디. 하기사 죽는다 소리 들어싸믄 무지허게 오래 산다고 하등만 참말로 그렁개비네잉.’ 이런 표현이 나온다. 구수한 옛말을 그대로 재현해서 쓴 작품이다. 꾸밈없이 옛날 사람들이 쓰던 입말로 글을 써 놓아서 더욱 정감이 간다.


김능자 작가는 “언제 어디서든, 앉으나 서나 기쁜 일이 있을 때나, 슬플 때나 내 가슴 속에 함께 산 어머니‘(「엄마의 품」)라고 말했듯이 어머니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은 삶의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어머니의 어머니 세상」에서는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읽을 수 있다. ‘구름의 향방이나 미물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일기를 점치’는 할머니의 지혜를 배운다. 할머니께 받은 사랑에 감사함도 보인다.

「업은 아이 三洞 찾는다」에서는 열쇠를 잃어버린 에피소드에서도 어머니 말씀, 할머니 말씀을 인용해 소회를 밝히는 부분이 있다. 생활의 면면에서 늘 어머니를 생각하고 그리워한다는 것을 보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연륜과는 무관한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든다.

읽을수록 어린 시절의 풍경들이 그림을 그리듯 펼쳐지는 수필집이다. 정겨운 언어와 풍습, 자연의 모습이 그가 고향을 사랑하고 고향에서의 어린 시절을 무척 그리워하며 현재도 고향을 오가며 추억을 가꾸고 다듬고 있음을 느낀다.


수필 「풀 소금」을 읽고 있으면 누에치기, 빨래터, 메밀꽃, 서숙, 녹두, 풀 소금 등 옛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한눈에 보이는 듯하며 “풀 소금”에 대한 궁금증도 자세히 풀어갈 수 있다.

수필 「세월의 숲」에 나타난 동식물들에 정감이 간다. ‘그 숲속에서 청량한 새소리 풀벌레 소리. 사계절 피고 피는 갖가지 꽃들이 꽃잔치, 꿀잔치 벌리면, 오라하지 아니해도 벌 나비는 절로절로 날아들고, 바람이랑 햇살이랑 노니는 숲 속에서 꽃이랑 꿀이랑 다 내어주어도, 토실한 열매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수풀 새 도랑에선, 가재랑 다슬기랑 숨어 살면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물 틈새 비집고 빼꼼히 내다보는 곳. 줄무늬 다람쥐가 참나무 우듬지를 오르락 내리락. 그러다 가을이 오면 떨어진 상수리 모자를 벗기느라 바삐 돌아가는 곳.’이란 표현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작가는 자신이 소속된 문학회를 일컬어 숲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문학과 동호인을 사랑하고 귀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애정과 사랑을 갖고 열정적으로 참여한다는 활동 모습도 알 수 있다.

「예쁜 꽃신」, 「양귀비 일곱 송이」 등 어린 시절의 꽃 이야기가 상세하게 적은 걸 보면, 어릴 적부터 꽃을 좋아하며 감성적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0년대의 옛 정서를 기록으로 남긴 듯한 귀한 수필집이다.



5. 문학과 함께한 삶의 여정


시집『하얀 민들레』, 동시집『청새알』, 수필집『세월의 숲』을 출간 순서에 따라 조명해 보았다. 김능자 작가의 맑고 순수한 마음과 옛 정서에 대한 그리움이 물씬 풍기는 고향 같은 귀한 책들에 대한 느낌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동화 시를 써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나가려는 작가적 열정은 맑은 샘물에서 퍼 올리는 순수함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이야기를 좋아했고, 엄마가 읊어주신 시에 가슴이 저렸다는 작가는 작가가 될 운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집, 동시집, 수필집에 이야기를 한가득 실어낸 것을 보면 김능자 작가는 분명 이야기꾼이다. 사라져가는 전통의 것들을 글로 남겨 기록하고 감동을 전해 주는 소중한 작가이다.

오랫동안 작품활동을 하면서 후배들에게도 긴 세월 지치지 않고 작품을 창작하는 본보기가 되고 있다. 앞으로도 열정적인 글쓰기 활동으로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기를 마음 모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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