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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Dec 07. 2023

농한기가 뭐래요?

"내년 농사는 올 9월부터 시작입니다."



농업기술센터 [농업인 전문기술교육 복숭아과정] 12월 6일 교육 강사님의 첫마디였다.



과일을 수확한 후부터 가지전정, 토양관리, 병해충 방지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토양관리를 통해 나무의 힘을 길러 주고, 열매를  얻기 위한 무분별한 가지치기가 아니라 나무 자체가 튼실하게 자랄 수 있도록 가지전정을 해야 한다고 알려 주셨다. 초보들은 꼭 살려야할 나무를 잘라버리고, 필요없는 가지를 살려 놓는다고 말해서 뜨끔했다.



우리 밭엔 아직 관수시설을 못 했는데 여름에 관수는 필수라고 한다. 물이 부족하면 과일이 크지 못하고 당도도 좋지 않다고 한다.



수차례의 교육에서 듣지 못했던 소독제도 알려 주셨다. 소독제는 나무나 인체에 무해하고 세균의 번식을 막아 줘서 세균피해로 인한 농약 살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다양한 장점을 알려 주셨다. 가격이 좀 높긴 해도 소독제 사용은 필수인 것 같다.



강의장 양쪽이 가득 차고 자리가 없어 서서 듣는 사람들도 있었다. 화순의 대표작물인 복숭아 농사에 관심과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도 겨울철인 지금도 연일 바빠서 농장으로 출근 중이다. 블루베리 하우스 화분의 초록색 풀들도 틈틈이 뽑고 있다.


2주 전까지만 해도 쑥쑥 뽑히던 풀이 날씨가 추워지면서 흙도 수축이 되는지 풀을 움켜쥐고 놓지 않아서 뿌리가 뽑히지 않고 끊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또 풀과 땅은 한편이라는 것을 알았다.



복숭아나무 가지치기한 나뭇가지들을 여름에 마련한 1톤 트럭 덕분에 한나절만에 치울 수 있었다.



나뭇가지를 주워 내려고 했더니 풀들이 나뭇가지를 꽁꽁 감싸서 숨겨 주고 있었다. 땅에서 눈에 보이는 가지들을 주워 한쪽에 모아 놓았다.



매년 겨울에 퇴비를 해 줘야 해서 나무마다 20kg 두 포씩 내려놓았다. 그 작업도 트럭 덕분에 작년보다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장비의 힘은 위대했다.



한 달에 한 번 집에 오는 큰애가 올 때마다 농사일을 돕는다. 모처럼 가족들과 쉬고 싶을 텐데, 우린 또 우리끼리 하기 벅찬 일을 기운 좋은 큰애가 왔을 때 하게 된다. 이번에는 퇴비를 나무에 뿌리는 일을 맡았다. 싫은 내색 않고 돕는 큰애가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다. 뭐 하러 농사는 시작해서 온 가족을 흙속에 살게 하는지 싶어서...



일하기 싫어하는 둘째도 형 옆에서 꼼짝없이 일하는 중이다. 평소의 꾀부리는 아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 형만 있으면 순둥이로 변하는 둘째를 위해 형의 실물크기로 브로마이드를 만들어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척척 손발 맞춰 일해 나가며 우리 가족도 나무들처럼 흙속으로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이 겨울 추운 사람들도 서로 의지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튼실한 뿌리를 내려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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