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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Dec 29. 2023

사소한 차이, 큰 결과

블루베리 화분에 꽉 찬 풀들을 또 한 차례 모두 뽑았다. 반대편 처음 풀 뽑기를 시작했던 화분들에서도 여름처럼 무성하게 풀이 올라오지는 않고 있다.


 

풀을 뽑을 때마다 두툼한 면장갑의 손가락 끝이 닳았다. 손톱밑으로 흙이 들어가서 아팠다. 손끝의 살이 갈라지며 흙물과 풀물이 들었고, 손등도 거칠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일을 많이 해  볼품없는 손이 더 투박해졌다.



면장갑의 손바닥 쪽에 고무 코팅이 된 것은 좀 나았지만, 또 한나절이면 끝부분이 찢어지며 손과 마음에 손상 입히기를 반복했다.



평소에도 장갑이 답답해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 설거지용 고무장갑도 마찬가지다. 농장에 도착해 풀이 보이면 철가루가 자석에 붙듯 달려들어 맨손으로 풀을 뽑기 일쑤였다. 장갑을 찾아 끼고  순차적으로 작업을 시작하는 것도 호사였다.




나이를 먹으면 손끝까지 영양이 가기 어려워 건조해지기 쉽고, 손톱 끝도 약해진다고 한다. 봉숭아물을 들여서 탑코트로 칠하면 손톱 끝이 단단해진다. 그렇게 공들인 손끝이 닳게 되면 정말 싫었다.



겨울이 되면서 수축되어 단단해지니 풀이 더 뽑히지 않는다. 흙의 온도가 내려가서 손끝이 시렸다. 위생 비닐장갑을 먼저 끼고 그 위에 면장갑을 덧끼고 작업했다.



와!!! 왜 진즉 이걸 몰랐지!!!



얇은 비닐장갑 한 겹 더 을 뿐인데... 장갑이  찢어지지 않는다. 따뜻하고, 손도 덜 아프고, 손등도 매끌매끌, 손톱 완전보호!!!



장갑이 찢어지는 이유가 흙과의 마찰 때문이 아니라 손톱과 부딪혀서였다. 장갑의 겉이 문제가 아니라 손톱과 부딪히는 안쪽이 문제였던 것이다.




어니스트 홈즈는 [마음과 성공]에서

"삶은 내면에서 비롯해 외부를 향하는 것이지 결코 외부에서 비롯해 내면을 향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 삶에서 힘의 중심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라고 했다.



우리가 느끼는 행과 불행이 외부 환경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뜻으로 생각된다. 물론, 스스로 불가항력적인 상황은 제외일 터다. 남 탓, 환경 탓 그런 습관을 바꿔야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평소와 비슷한 상황에서도 내 마음이 편치 않으면 상황자체가 반갑지 않을 때도 있고, 내 마음이 편하면 다 좋게 받아들이기다.



이래라저래라 투닥거리게 되는 둘째에게도 마찬가지다. 일관성 없이 엄마의 기분대로 대처할 때가 많다.



얇은 비닐장갑처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보호막이 필요할 것 같다. 작은 마음씀이 따뜻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기억하며, 열일해 내는 고마운 내 손도 보호해 가며 야겠다.



풀들아! 기다려! 완전무장하고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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