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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Dec 22. 2023

블루베리 월동 준비

보통은 농한기라고 생각하는 12월에도 쉴 틈 없이 농장으로 달려간다. 물론, 여름보다는 덜하지만 이 시기에 꼭 해야 할 공정이 있다. 지인들은 "너무 크게 일을 시작해 바쁘게 산다"라고 걱정한다. 그렇지만 시설을 조금씩 나눠서 계속 설치해 나간다는 것도 불가능하고 논리에 맞지 않다. 초반에 조금 벅차더라도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춰서 시작해야 되는 상황은 어쩔 수 없다.



블루베리 나무를 키우는 것도 계획에 없던 일들이 갑자기 생겨나서 연일 바쁘다. 블루베리 하우스 화분에서는 나무와 함께 풀들이 자라고 있다. 나무가 먹어야 할 양분을 풀이 먹기 때문에 풀을 주기적으로 뽑아 줘야 한다. 풀의 뿌리가 굵어진 후에 풀을 뽑으면 블루베리 나무의 뿌리도 다칠 수 있고, 풀이 씨를 맺어 화분에 퍼트리기 때문에 풀이 어릴 때 뽑아 줘야 한다.



"아직 어린데 나중에 뽑고 다른 일부터 합시다."

"지금이야 어리지만, 금방 드세진다고요. 둘째를 보세요. 순둥이가 지금은 제 맘대로 하려고 하잖아요."

풀이 보이면 서둘러  뽑아야 된다는 나와, 나중에 뽑아도 된다고 자꾸만 미루는 남편과 실랑이가 이어진다. 아예, 풀이나 뽑는 일은 내게 맡기고 자기는 더 급한 일을 한다며 돌아다니는데,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나를 불러서 거들게 하니 풀 뽑는 것이 미뤄져서 숙제처럼 남는다.



10월부터 날이 추워지기 시작했다. 나무도 추울 것 같아 측창은 열어 두었지만, 천창을 닫아 주었다. 나무가 붉은색을 띠면서 잘 자라길래 좋아했다.

"벌써 꽃눈이 나오면 안 되는데, 왜 천창을 닫았어요?"

"날씨가 많이 추워졌잖아요~ 나무들이 추울까 봐 닫았지요."

전문가가 방문해서 나무를 살펴보더니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나무는 사람보다 강해요. 들판에서도 잘 살잖아요."

우리가 블루베리를 너무 사랑해서 과보호를 한 거란다. 집안에서 오오 하며 키우는 아이들을 보며 "온실의 화초"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강하게 키우지 못한 거였다.



"천창을 닫아 놓으니 나무들이 봄이 온 줄 알고 꽃눈이 나오고 있어요. 이 꽃눈이 진짜 추운 1월과 2월에 얼어 죽어요. 그러면 봄에 꽃이 없으니 열매를 수확할  없어요."

"그럼, 언제까지 천장을 열어 두는 거여요?"

"비나 눈이 오지 않으면 12월 말까지는 열어 두고 1월에도 기온을 봐서 조절해야 해요."

우린 정말 몰랐다. 올해 5월에 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겨울을 맞은 것이다. 다시 천창을 열었다. 비가 올 때만 닫기로 했다.



근처의 선진 농가에 견학 가서 월동준비를 배웠다. 창은 겨울에도 열어 두는 거이라고 한다. 눈이 많이 오거나 아주 춥지 않으면 열어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무가 유일하게 쉬는 시기가 겨울인데 추울 거라고 생각해서 창을 닫으면 일을 해야 하는 거로 생각해서 나무가 쉴 수 없다고 한다. 천창은 비나 눈이 오면 닫고 기온에 따라서 조절해야겠다.



만성두통에 시달렸다. 지끈거리기 시작하면 두통약을 먹어도 소용없었다. 한 알이면 증상이 완화되었던 것이 지금은 두 알을 먹어도 듣지 않는다. 건강검진에서 두뇌 CT나 MRI 촬영을 해도 별이상이 없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신경성 두통'이라고 말한다. 두통의 원인이 천차만별이라서 원인을 찾아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꽃차를 만드는 지인은 구절초차가 두통에 좋다고 알려 주었다. 심리적 안정이 중요하다고 마음을 편히 하라는 조언도 들었다. 내 경우는 늘 24시간이 모자라 잠자는 시간이 충분치 못했다. 몸살과 수면부족이 두통의 원인이라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무리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블루베리 나무도 잠을 자지 못하고 나처럼 지끈지끈 두통을 앓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너무 미안했다.



바람만 불어도 나무가 추울 것 같았는데 나무의 생리를 몰랐던 것을 반성하고 더 세심하게 통풍과 온도 관리를 해야겠다.  날씨가 추울 때 모터나 연결 부위들이 동파되지 않도록 기계나 배수관의 물을 빼주는 방법도 배워 왔다. 우리 농장에도 월동을 대비한 조치를 하고 돌아왔다. 갑자기 눈이 많이 내려서 월동 준비를 미처 하지 못해 걱정하다가 선배 농부님들의 농장에 다니면서 배우고 있다. 조언을 듣고자 농장을 찾아가면 아는 것들을 아낌없이 알려 주신다.  귀한 가르침을  주시는 선배 농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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