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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Apr 10. 2024

천불천탑과 와불을 찾아

화순 천불산 운주사

초등학교 소풍 때, 봄가을 중 한 번은 꼭 가곤 했던 장소가 운주사다. 아니, 운주사 이외의 소풍장소가 기억나는 곳이 거의 다. 천명이 넘는 전교생을 수용할 장소가 없어서 학년별로 다른 장소로 소풍을 가기도 했다.



화순 운주사는 내가 나고 자란 고향 마을에서 승용차로 7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소풍날엔 10리를 걸어서 학교에 갔다가 다시 10리를 걸어서 소풍을 갔으니 소풍이 아니라 행군이라고 명칭이 바뀌기도 했다.



층층이 논두렁을 지나서 구불구불 들어서던 초입은 대형차가 드나들게 수 있게 정비가 되었고 넓은 길이 마련되어 있다. 한마디로 꽃단장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전남 화순군 도암면 대초리 천불산(千佛山 또는 靈龜山) 기슭에 있는 사찰로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송광사 말사입니다.


창건설은 3가지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1.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창건했다는 설.

2. 운주(雲住) 스님이 주도했다는 설.

3. 마고할미가 세웠다는 설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통일신라말 도선국사가 풍수지리에 근거한 비보裨補사찰로 세웠다는 이야기가 가장 널리 전해지고 있으며, 이곳 지형이 배(舟) 형으로 되어 있어 배의 돛대와 사공을 상징하는 천불과 천탑을 세웠다고 합니다. - 운주사 홈페이지에서 발췌



운주사는 정확한 창건연대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고려초에서 중기에 지어진 사찰로 추정된다고 한다. 탑의 모양과 불상의 형태가 고려시대 것이라는 근거가 된다고 한다. 불상과 탑들이 다양한 모양과 자세라서 마치, 이웃 사람들을 조각해 놓은 듯 자연스럽고 친숙하다. 불상의 코가 없는 것은 아들을 낳으려고 코를 베어서 삶은 물을 마셨다는 전설이 있다. 실제로 불상의 코가 깎여 나간 모습을 볼 수 있다.



운주사는 그 형태와 가람배치 등이 다른 사찰과 특이하다고 한다. 9층석탑, 연화탑, 석불, 와불 등 16기의 지방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뛰어난 경관과 보존가치 덕분에 2017년에 유네스코 문화유산 잠정목록(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에 등재를 마쳤다고 한다.



운주사에는 누운 부처(와불)가 있어 유명하다. 도선이 천불천탑을 하룻밤에 세울 때 맨 마지막으로 와불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는데, 공사에 싫증난 동자승이 닭이 울었다고 거짓말을 하여 불상을 세우지 못하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운주사는 특이한 돌부처와 석탑이 모두 한 절 안에 있다는 점에서 천불천탑에 대한 독특한 신앙을 보여주는 좋은 예로서 우리나라 미술사와 불교사 연구에 중요한 곳이다. -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 포털에서 발췌



운주사는 평편한 경내를 산책하듯 구경하는 사찰은 아니다. 조금의 등산? 같은 오르막을 여러 차례 올라야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사찰이다. 와불은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다른 사찰에는 없는 귀한 와불을 보지 않고 가는 것은 운주사를 관람했다고 할 수 없다. 칠성바위는 동그란 일곱 개의 바위 배치가 북두칠성과 일치한다고 하니 그곳도 빼놓지 마시길. 운주사 전체를 한눈에 관람할 수 있는 곳인 맨 안쪽 언덕에 오르면 천불천탑이 보일 듯하다.



와불님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마음을 다듬는다. 보다 더 신중하게 꼭 빌어야 할 중요한 소원을 빌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라서. 매번 와불님을 만나러 갈 때는 그랬다. 둘째를 대동하고 오르는 길에서는 둘째를 와불님 앞에 내보이고, 잘 보살펴 주시라고 기도한다. 둘째는 양손을 흔들며 고개 숙여 인사한다. 와불님이 아니더라도  운주사터 전체에 퍼져 있는 탑과 불상들이 모두 친숙해서 만날 때마다 반갑다. 마치, 지인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인사를 건네야 할 것 같다.



산에서는 더 활발해지는 둘째가 엄마를 앞서서 산을 타고 내리는 모습이 대견해서 마음이 밝아진다. 운주사는 고향의 자랑스러운 사찰이라서 계절마다 쉽게 찾아가는 곳이다. 어쩌다 기회가 되어 한 두 번 찾아가는 사찰과는 다른, 태생적으로 마음속에 간직된 소중한 장소이다. 시간을 갖고 운주사 둘레길을 등산한다면 금상첨화다. 가을이면 더욱 아름다운 운주사에서 수많은 기도를 품었을 불상을 만나면 운치를 더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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