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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Apr 15. 2024

잔잔하고 감동 있는 이야기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소설집 『무엇이든 가능하다』(문학동네, 2019) 중 「도티의 민박집을 읽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1956년 미국 메인주 포틀랜드 출생이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영국으로 건너가 일 년 동안 바에서 일하면서 글을 쓰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끊임없이 소설을 썼지만, 원고는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작가가 되지 못하리라는 두려움에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잠시 법률회사에서 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을 그만두고 뉴욕으로 돌아와 글쓰기에 매진한다. 1998년 첫 장편소설 『에이미와 이저벨』을 발표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는다. - 작가소개에서      


    

작가가 만든 캐릭터에 대해 파악하고 그들의 관계를 주목하라. 작가가 인생과 상실과 삶의 문제를 어떻게 보여주는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소설 속 공간이 인물과 서사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하며 읽으라는 설명을 들었다.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2017 스토리 프라이즈 수상작, 《위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즈》 선정 주목할 만한 책 《USA 투데이》 선정 올해의 책이다. 아홉 편의 단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수수께끼가 풀리 듯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서 보여지는 내면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일반적인 소설책과 다른 설정이라 책을 읽으면서도 단편들끼리 서로 연결되는 부분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도티의 민박집」에 나이를 먹었음 직한 스몰 부부가 전화로 예약한 후 도착한다. 닥터 스몰은 의사인데 깐깐해 보인다. 셸리는 어딘가 불안해 보이고 어쩐지 평안해 보이지 않는다. 도티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도티는 찬찬히 셸리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도티는 어른이 되기 전에 엄청 가난하게 살았다. 어디를 가든 환대받지 못했던 수치스러운 기억들이 있다. 누구든 자신의 민박집을 찾는 사람들은 그런 느낌을 받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셸리는 친구의 이야기를 하는 듯, 자식들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가도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친구 부부의 이야기와 그들의 이혼과 새로운 인연에 의해서 받은 상처 등 이야기가 얽히고 얽혀서 셸리의 아픔을 드러낸다. 셸리는 자신의 마음을 이용해 놀림감으로 삼았던 친구 부부를 잊지 못한다. 그 충격적인 이야기를 도티에게 들려준다.   



셸리는 오랫 동안 마음에 담아 두었던 자신의 속 깊은 이야기를 도티에게 말한다. 도티는 셸리의 이야기를, 최선을 다해 들어주지만, 셸리로부터 외면당한다. 셸리가 지탄의 대상이었던 남편 닥터 스몰과 한편이 되어 도티를 놀림감으로 대화하는 소리를 우연히 듣게 된 도티는 경악한다.  




         

(자신의 속내를 모르는 사람한테 털어내고 싶은 충동은 있을 수 있다. 아무도 자신의 마음을 몰라줄 때, 처음 만난 사람한테라도 말하고 싶을 수도 있다. 너무 깊은 이야기까지 말하고 난 후에는 감당하기 어려워 오히려 말하지 않았을 때보다 더 껄끄러운 관계로 변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관계의 모호한 경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의 문제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도티는 민박집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연결된다거나 자신이 이용당한다는 생각을 했다는 부분이 이해되었다. 민박집이라는 공간으로 사람을 불러 들여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방식이 작년에 읽었던 아버지의 해방일지에서의 장례식장이라는 공간이 떠올리게 했다.)  


        

(사사는 주위 풍경을 통해 드러나고, 인물의 갈등을 통해 이어진다. 섬세한 표현 덕분에 도티의 민박집이 손에 잡힐 듯 속속들이 보이는 것 같다. 누군가 찾아오고 떠나는 민박집을 통해, 민박집을 운영하는 도티를 통해, 수많은 인간이 사연을 품고 왔다가 도티에게, 민박집이라는 공간에 그 사연들을 내려놓고 간 것은 아니었을까? 도티라는 편안한 사람 곁에서 저절로 빗장이 풀려 버렸을 수도 있다. 도티는 그들의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방편으로 이야기만 들어줄 뿐 어떤 조언도 하지 않으면서 상처받지 않고 그 자리에 버티고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작가소개에서도 보았듯이 글쓰기에 대한 끊임없는 욕망이 대작을 만든 비결이 아닐까 싶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의 후속작인 『오, 윌리엄』을 라디오에서 들었을 때, 못 말리는 윌리엄과 이혼한 루시가 친구처럼 왕래하는 관계와 흥미롭게 이어지는 전개가 가족, 연민, 사랑, 상실 등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작가라 인상 깊었다. 이야기 흐름도 좋고, 생경하면서도 좋은 감각적인 표현이 많아 매료되어 읽었다. 잔잔하면서도 울림이 큰 좋은 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 삶에서 연결되어지는 관계성에 대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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