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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Jul 05. 2024

무른파와 단단파

탕수육 먹을 때 찍먹파와 부먹파로 있다면, 복숭아도 무른파와 단단파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어서 복숭아를 사 본적이 거의 없었던 나는 올해 들어 복숭아가 맛있고 매력 있는 과일이라는 것을 배워가고 있다.



작년에 맛보기로 달아 놓았던 복숭아부터 자꾸 맛을 보고 먹어 버릇해서 그런지 복숭아를 먹어도 괜찮았다. 껍질째 먹는 것은 아직 조심스러워 깎아서 먹고, 선별작업을 할 때도 반드시 장갑을 끼는 등 주의하고 있다.



큰 복숭아가 물러져서 판매하기 어려웠다. 너무 아까워서 버릴 수도 없었다. 그냥 먹어도 꿀물을 먹는 것처럼 달콤했다. 판매한 복숭아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정말 맛있다고 하셨다. 더 없냐는 분들이 많았다. 수확시기를 1주일만 당겼어도 좋았을 것을 후회막급이었다.



아무리 초보농군이라고 해도 딸 때가 언제쯤인지 몰랐다는 말은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 멘토를 정하고 주기적으로 조언을 들었는데, 그분의 농장은 산에 있었다. 평지에 있는 우리 농장과 기온이 다르다는 것을 간과했다. 또한, 블루베리 수확기와 겹쳐서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는 변명으로 우리의 부족함을 덮어 보려 한다.






무른 복숭아를 씻어 껍질과 씨를 제거한 후,  주스처럼 먹었다. 남은 것은 설탕을 첨가해  만들었다. 두 솥을 사흘에 걸쳐 젓고 또 저어 복숭아잼이 완성되었다. 새벽에는 블루베리를 따러 나가고, 늦게 귀가해서 밤에 잼을 만드느라 잠이 너무 부족했다. 완성된 잼이 너무 맛있어서 힘든 것도 모두 잊을 수 있었다.



복숭아 잼을 만들어 언니랑 동생한테 선물했다. 마당발 언니가 지인들한테 선물한다고 많이 팔아 주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급하게 찾아 나섰지만, 벌써 밤이 되어서 예쁜 유리병을 구할 수가 없어 플라스틱 통으로 준비했다. 고생해서 나무를 키우고 잠도 못 자고 만든 잼이니 한 푼이라도 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너무 감사했다.



귀하고 감사한 분들께 드리려고 선물 포장을 했다. 잼을 받으신 분들이 엄청 좋아하셨다. 직접 기른 나무에서 딴 복숭아로 만든 잼이라 더 반겨 주시는 것 같다. 몇 개는 예쁘게 포장해 놓고 드릴 분들을 만날 시간을 설레며 기다리고 있다.



작고 단단한 조생종 복숭아도 지인분들이 주문해 주셔서 금방 판매되었다. 작으면서도 당도가 좋아서 이 품종도 더 달라는 분들이 많았지만, 애석하게 우리는 올해 나무를 키우는 것이 목표였다는 것을 알려 드렸다. 작은 열매들이라 더 손이 많이 갔다. 나도 작고 부족한 사람이라 엄마 손이 많이 갔겠다는 생각도 잠깐 해 보았다.



올해는 적화를 한 후 어느 날,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꽃이 한꺼번에 많이 떨어져 버렸다. 그래서 열매가 적었다. 내년부터는 적화 작업을 조심해서 해야 할 것 같다. 선배 농부가 자신은 적화 작업을 아예 하지 않는다고 알려 주기도 했다. 꽃을 따 버리면 어떤 열매가 열릴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열매의 모양을 보고 좋은 것을 남겨 놓는다고 했다.



결론, 복숭아는 물러도 단단해도 맛있다는 것~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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