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혁 작가는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9년 『세계의 문학』으로 데뷔해 시를 쓰기 시작했고, 몇 권의 시집과 산문집을 냈다. 세종사이버대학교, 추계예술대학교 등에서 문예 창작 강사로 일하고 있다. 김잔디 작가는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문예 창작을 전공했고 시를 쓰다 상혁을 만났다. 원고 교정을 보고 운이 좋을 땐 글을 쓰기도 한다. - 작가소개에서
이 책은 난다에서 펴낸 “걸어본다” 시리즈다. 파주는 출판도시로 유명하다. 미술관이 많이 있다는 헤이리 마을에도 가보고 싶어서 여행 버킷리스트로 꼽고 있는 도시다. 이 책을 읽으며 몇몇 곳은 꼭 가보고 싶다고 동그라미를 더 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파주에 사는 부부가 “파주의 길 이름이 아름다워 도로명을 중심으로” 주거니 받거니 파주에 얽힌 이야기를 번갈아 가며 쓰고 있다. 김상혁 작가는 파란색, 김잔디 작가는 노란색으로 색지로 구분되어 있어서 책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김상혁 작가는 세 권의 시집과 두 권의 산문집을 모두 읽었고,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사람이며, 라디오에서 시를 읽고 들려주는 유명한 사람이라 믿고 읽는 사람이다. 김잔디 작가는 편집자로 일하는 사람이라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김상혁 작가가 온화하게 가정을 꾸려가는 이야기를 라디오에서 많이 들었는데 그 다정하고 예쁜 모습을 책으로 만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늘 잠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그런 과정들을 이겨내고 부부가 합심해서 서로를 돕는다. 길고양이와 강아지, 수원청개구리 등 자연과 공존하는 동물들의 삶을 걱정하고 도와주려는 그들의 삶이 아름답다.
부부와 현재 여덟 살인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써 왔던 글들이 모여 있다. 세 식구와 강아지와 여섯 마리의 고양이가 함께 사는 집을 상상해 본다. 집이 북적여서 옷도 비품들도 가급적 다 버리고 마음이 환해졌다는 김잔디 작가의 말을 따라 해 보고 싶었다. 얼마 전 『미니멀 라이프』를 읽고 열심히 따라 했던 것처럼.
남편은 늘 칭찬하고 아내는 행복해하는 다감한 친구 같은 부부의 모습이 참 따뜻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도 따뜻하고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노을빛로를 따라 걷다가 달맞이공원을 지나 책향기로로 돌아오는 길이 마음에 들었다.”(p240) - 김잔디
글로만 읽어도 너무나 아름다운 길이겠다는 상상이 된다. 내가 아는 아름다운 길은 벚꽃이 바람에 날려 꽃비로 떨어져 내리던 대원사를 오르는 길, 폭포도 보이고 기다란 삼나무가 쭉쭉 뻗어 늘어선 강천산 가는 길, 섬진강을 바라보며 자전거로 달리던 꽃길들이다.
“마음속 쇠구슬이 비처럼 내릴 때, 놀란 마음이 난데없는 슬픔을 불러올 때, 사랑이 간절할 때, 내가 나를 일으켜야 하는 순간에 책을 읽는다.”(p255) - 김잔디
생활이 미칠 듯이 바쁘고, 내 앞에 놓인 상황들이 너무 답답할 때, 나도 책 속으로 도망가곤 했다. 덕분에 토지를 두 차례 완독할 수 있었다. 젊은 날에는 그랬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읽을 낼 수 있을 만큼 체력이 되었지만, 지금은 시력이 나빠져서도 불가능한 일이다.
회동길에 있다는 “밀크북”에서는 빵과 커피와 동화책을 판단다. 책향기로에 있다는 냉면집도 가 보고 싶다. 숲속노을로에 있는 교하도서관도. 도로명을 이토록 예쁘게 지어 놓은 파주라는 도시가 정말 멋있게 느껴진다. 이름만으로도 가보고 싶을 정도로.
꽃과 식물들에 별 관심이 없다는 김상혁 작가의 말이다. 자기와 가까운 곳에 있는 꽃과 나무, 생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무식하고 게으른 것이라고. 그만큼 생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책의 내용이 좋아서 푹 빠져서 읽었다. 접고, 밑줄을 그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는데 김잔디 작가가 쓴 부분에 더 많은 표시가 되어 있다. 내가 진짜로 김상혁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데 말이다. 김잔디 작가의 글에 더 많은 공감이 가는 걸 보니, 여성작가의 삶과 생각과 표현들에 내 마음이 더 많이 간다는 것을 알겠다. 김잔디 작가의 섬세한 감성과 시적 표현들에 공감이 많이 갔다.
자연에 말을 거는 사람들을 따라 마음이 따뜻해지는 산책길을 따라다닌 것처럼 편안해진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