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독 토독 토도독, 타닥타닥 작고 경쾌하게 콩꼬투리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콩알이 튕겨 나가서 떨어지는 소리도 귀를 기울이게 한다. 엄마는 콩을 거두었는지, 비닐하우스로 옮겨 놓았는지,타작을 했는지 물으신다. 바빠서 콩타작은 다음에 해야겠다고 했더니, 콩타작을 늦게 하면,까만 콩이 흰색으로 변한다는 엄청난 말씀을 하신다.
게으른 사람을 재촉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진짜였다.콩알들이 콩꼬투리 속에 오래 담겨 있으면, 검은빛이 옅어진단다. 굵직한 쇠작대기를 골라서 열심히 콩타작을 했다. 팔을 들어 콩대를 두드리는 일도 장시간 하다 보니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쬐끔 미운 사람들을 떠올리며 콩대를 두드렸더니, 일이 좀 수월했다. 우리 엄마는 누구를 떠올리며 콩대를 두드렸을까?(ㅎㅎㅎ)
얼마 되지 않아서 일하는 틈틈이 콩을 털지만, 친정 동네는 콩 탈곡기가 있어서 부모님들의 수고를 그나마 덜어 주는 것 같았다. 콩대를 뒤집으면,바닥에 까맣게 쌓인 콩들이 무진장 반갑다.
예전부터 가을이 좋았다. 더위를 유독 싫어하다 보니, 매번 가을은 기다리는계절이었고,밤이랑, 감이랑 익어가는 가을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시원한 바람이 지나면,매서운 바람이 닥친다는 걸금방 알게 되면서도 그랬다. 가을은 떠나는 계절이라서가을은 이별의 대명사이기도 하다는 것을 살아보니 저절로 알게 되었다.
때때로 풍성해지고, 때때로 쓸쓸해지는가을이 내 곁에 맴돌고 있다. 노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리다가 길가에 쌓여 쉬고 있다. 조금 더 붙잡고 싶은 가을이농원 주변에서내 마음을 흔들고 있다.
고향에서 머위와 신선초를 캐 왔다.항암에 좋다는 머위의 어린순은 데쳐서 된장, 고추장과, 매실액 등을 넣고 무쳐 먹는다. 줄기는 삶아서 껍질을 벗겨 들깨가루와건새우를 넣은 볶음으로 먹는다.쇠고기를 넣은 들깨 국도 맛있다.
엄마가 철마다 주셔서 음식을 잘해 먹었는데, 텃밭 언덕에 심으면 좋을 것 같아서 머위 뿌리를 나눠 주시라고 했더니,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캐가라고 한다.머위를 캐러 갔는데, 아직도 초록으로 싱싱한 식물이 보였다.신선초라고, 쌈을 싸 먹으면 좋다고 알려 주셨다. 데쳐서 시금치처럼 나물로 먹어도 된다고 한다.
신선초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며, 특히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면역력 증진, 혈당 조절에도 효과적이다. 나를 따라서 시집온 식물들도 새로운 땅에 뿌리를 잘 내리면 좋겠다. 가을이 수확만을 하는 계절이 아니라, 나무도 나물도 옮겨심기 적절한 계절이라는 것을 농부가 되기 전에는 몰랐다.
겨울은 휴면기라서 쉬는 기간을 갖고 봄에 활동을 하게 된다. 우리도 나무들의 휴식기에는 쉬엄쉬엄 일하고 싶다!!!
은행나무 가로수길을 지나 작업하러 갑니다~ 복숭아나무 수종변경을 위해 주문한 묘목이 당도했거든요. 한꺼번에 나무를 파 내는 건 아니고요~ 나무가 자라서 열매가 열리려면, 최소 3년은 걸려야 해서요~기존의 나무들 사이에 구덩이를 파고 묘목을 심는답니다. 벌써, 자라서 열매를 맺고 있는 나무들에서 2년 정도 수확을 해야,저희 집 경제에 타격이 없겠네요~
열일을 할 포클레인 위에 앉아봅니다. 하늘이 쪼끔 가까워졌지만, 맑음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네요~오늘 하루도 가을길을 따라서 힘을 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