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둘째와 둘이서 400포를 나무 앞에 내려놓았다. 남편은 포클레인으로 복숭아나무 묘목 심을 구덩이 파는 작업을 했다. 지금은 복숭아나무에 퇴비를 뿌려줘야 하는 시기다. 성목 한 그루에 두 포씩, 유목에는 한 포씩 나무 아래까지 운반했다.
한 팔레트에 80포씩, 포장되어 있는 비닐을 제거하고 운반차에 싣고, 나무에 내리는 일이 힘들었다. 처음에는 쉽게 되던 작업이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갔다. 20kg의 비료포대가 천근만근이 되는 느낌이었다. 나무에 퇴비를 내려놓고, 빈 운반차에 둘째를 태워 주었더니, 그 재미에 툴툴거리던 심통도 사라졌다. 하기 싫은 일을 하게 만들려면 당근이 필요한데, 둘째에게 맞춤한 당근이었다.
운반차를 구입하길 참 잘했다. 일의 효율을 생각하면, 장비는 많을수록 좋겠다. 너무 당연한 말이다. 나무들이 영양가 높은 밥을 먹으면서 겨울을 잘 쉴 수 있도록 빨리 뿌려 줘야겠다. 퇴비를 뿌려 주면, 보온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무 기둥을 중심으로 반경 1m~1.5m 거리에 뿌려 줘야 하는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고흥 산에 20여 그루 유자나무에 올망졸망 노란 유자들이 달려 있다. 나무의 키를 낮춰서 따기 좋게 관리를 했어야 하는데, 화순에 있는 농장 일이 바빠서 손보지 못했다. 갈고리가 달린 장대로 높은 곳의 유자를 따자니 너무 힘이 들었다. 그냥 장대로 두드렸다. 바닥에 떨어진 유자를 줍기로 했다.
약을 한 번도 못한 유자라서 빛깔이 예쁘지는 않다. 솎아 주지 않아 열매가 많이 달려서 크기도 잘다.유기농 유자가 몸에 더 좋다고 우기며, 열심히 주워 담은 유자가 노란 콘티 박스로 10개가 넘었다.
카페 하시는 지인분이 다섯 박스를 가져가셨으며, 이제, 다른지인분들과 나눌 차례다. 유자를 그냥 나누면 일감이 될 것 같아서 유자차를 만들어서 나누기로 마음먹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물기를 빼놓았다. 남편은 유자를 잘라서 숟가락으로 알맹이를 제거했다. 칼로 썰기에 분량이 너무 많아서 믹서기에 갈아서 설탕과 버무리려고 했더니 수분이 부족해서 잘 갈리지 않는다. 촘촘하게 채 썰기도 힘들고 듬성듬성 썰어서 설탕과 올리고당을 넣고 버무렸다. 먹을 때, 갈아서 먹으면 될 것 같았다.
오늘 작업은 새벽 2시까지 마쳤다. 아직도 두 박스가 더 남아있다. 완성된 유자차를 봐도 시중에 판매되는 유자차처럼 깨끗하지 않아 받는 사람이 좋아할지 조심스럽다.
수확을 마친 블루베리와 복숭아 농원들이 비교적 농한기라서 영농교육이 한창이다.
12월 3일 - 블루베리 가지전정교육이 이서면에 있는 블루베리 농장에서 있었다. 수만리 고개는 봄철에는 철쭉으로, 가을에는 단풍으로 아름다운 길이다. 단풍 구경을 갈 처지가 못되어 연일 농장에 매달려 있었는데, 영농교육을 들으러 오가며 예쁜 단풍을 볼 수 있었다.
블루베리를 수확한 다음에 바로 열매가 달렸던 가지들을 제거해야 된다는 설명을 들었었다. 우리는 복숭아 수확 때문에 블루베리 하계 전정을 하지 못했다. 동계 전정에서 손 봐야 할 가지가 많아졌다는 이야기고, 하계 전정을 하지 않아서 결과지가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교육을 통해서 이제야 배웠다. 지난 일은 어쩔 수 없고, 내년에는 아무리 바빠도 블루베리를 수확한 후, 곧바로 하계전정을 실시할 것을 별표 다섯 개로 표시해 두었다. 블루베리 수확을 빨리 끝낼 수 있도록 난방 방법을 고심 중이다.
12월 4일 - 화순군농업기술센터에서 복숭아 월별 재배력에 대해서 배웠다. 경기도 이천에서 복숭아 농사를 지으시는 이걸재 마이스터대학 교수님이신데 유튜버 상에서도 유명한 강사님이셨다. 설명을 정말 잘해주셔서 큰 공부가 되었다. 생물학적인 요인 이외의 요건을 기본적으로 갖춰준다면, 큰 어려움이 덜 할 것이라는 "기본에 충실해라"는 요지의 강의가 참 유익했다. 배수관리, 온도관리, 토양관리, 병해충방제 등 종합적인 강의 내용을 듣고 많은 것을 배웠다.
예전에는 강의를 들어도 내용을 잘 모르겠고,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실제로 농사를 지어 본 경험을 토대로 반복해서 강의를 들으니, 강사님이 말씀하실 때 우리 농장의 모습을 떠올리며 메모하고 집중해서 들었다. 강의 경력이 많으셔서 원리를 알 수 있게 잘 설명해 주셨고, 해결책까지 알려 주셔서 좋았다.
매번 교육시간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수강생들이 많이 오셨다. 연세가 많고, 농사 경력이 많으신 분들도 교육마다 참여해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시려고 애쓰시는 모습 또한 배울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후변화에 따라 새로운 병충해가 발생되고, 예방과 치료 방법들도 다양해져서 교육참여는 필수다.
12월 5일 - 복숭아나무 가지전정 현장교육이 도웅리 복숭아 농가에서 있었다. 작년에도 화순군 복숭아연합회에서 동일한 농가에서 실시해 줘서 큰 도움이 되었었다. 화순농협에서 주최한 영농교육이었다. 간식까지 협찬해 주셨다.
실제로 복숭아나무를 보면서, 가지전정을 배우니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농장과는 다른 수형이지만, 응용해서 실천하면 좋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