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나무를 맨 처음 식재한 것이 2011년 12월이었다. 이제 본격적인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데, 품종 개량을 하겠다는 남편의 말이 의아했다.
우리가 심었던 품종 중에 단점이 있는 나무들이 발견되었다. 예상치 못한 고온다습 기후로 발병과 확산이 빨라지고 있다. 우리가 관리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나무 자체가 이겨내지 못하면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기존의 농가들도 매년, 노후된 나무나 새 품종을 도입하기 위해 11월 말에서 12월 초경에 나무 식재 작업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새 구덩이를 파고, 20Kg 부숙퇴비 반포를 흙과 섞어 주었다.퇴비가 직접 뿌리에 닿지 않도록 고운 흙으로 다시 덮어서 뿌리가 잘 자라도록 심는다. 눈접의 방향을 유인줄이 있는 곳에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과하다 싶을 만큼 충분히 물을 주고 마지막으로 흙을 덮어 완성했다. 두 품종, 40그루를 새로 심었다. 큰 나무들은 이번에 심은 나무들이 수확할 수 있을 때 즉, 두 해 정도 수확을 하고 나서 잘라내면 된다.그때쯤이면, 지금 심은 묘목은 성목이 될 것이다.
복숭아를 기르는 농가들은 복숭아나무를 접목해서 새로운 나무로 품종을 갱신하고, 늘리고 싶은 대로 키워 나가고 있었다. 우리도 더 전문성을 갖추려면, 접목하는 방법을 자세히 배워야겠다.
[아직도 초록인 것]
비닐하우스 안에는 상추랑 배추가 한창 자라고 있다. 여린 배추를 솎아서 김치를 담갔다. 싱싱한 생김치가 부드럽게 씹히며 입맛을 올려 주었다.
큰애한테 보내주려고 택배상자를 꾸렸다. 야채를 좋아해서 쌈용 배추랑, 상추를 한 봉지씩 넣었다. 아직도 초록인 오이고추, 애호박도 1개 있어서 보냈다. 김치랑 유자차를 넣고, 얼려 놓았던 것들도 넣었다.
틈틈이 큰 애한테 보낼 것들을 만들어 놓는다. 시래기를 삶아서 쌀가루, 된장, 간 마늘을 버무려 한 두 끼 먹을 만큼씩 납작하게 눌러서 얼려 놓는다. 물을 붓고, 코인 육수 하나면 바로 먹을 수 있다. 혼자서 밥을 지어먹는 큰애가 대견해서 반찬 하나라도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보낸다.
나는 고등학교를 대도시로 오면서부터 결혼 전까지 11년 동안 자취를 했다. 오 남매가 한 두 명 군대를 갈 기간을 빼고는 함께 생활했었다.
주말마다 시골에 내려가 김치를 담가서 올라왔다. 버스에 김치 국물이라도 흘리는 날은 어찌나 창피하던지.그래도 일주일 동안 먹어야 해서 양팔이 무겁도록 낑낑대며 반찬을 들어 날랐다.
시험기간에는 아홉 개의 도시락을 싸야 해서 도시락 그릇만 큰 대야로 한가득이었다. 주말마다 엄마는 갖가지 밑반찬과 김치들을 마련해 주셨다.
큰애한테 택배를 보낼 때면, 나보다도 더 젊고 어렸을 엄마의 넓은 품이 생각난다. 내가 손수 길러서 좋은 것만 골라서 보내주는 택배를 "엄마! 택배 잘 왔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