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자서전과 허구를 합친 진정한 “오토픽션”이다. 띠지에는 “사적인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억압을 용기와 임상적 예리함을 통해 탐구한 작가”라고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가 적혀 있다. 그는 1940년 프랑스 노르망디의 소도시에서 소상공인의 딸로 태어났다. 루앙 대학교를 졸업하고 중등학교 교직생활을 시작해 2000년까지 문학교수로 재직했다.
소개글에서 “1991년 발표한 『단순한 열정』은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의 사랑을 다루며 임상적 해부에 버금가는 철저하게 객관화된 시선으로, ‘나’라는 작가 개인의 열정이 아닌 일반적이고도 보편적인 열정을 분석한 반(反) 감정소설이다.”
소설은 주인공 ‘나’가 유부남 A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A와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면서 ‘나’의 모든 생각과 행동은 A와 연결된다. A와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A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서 A의 부인을 질투하고, A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어 하며 극도의 집착에 빠진다.
"내가 그 사람과 거리감을 느끼는 순간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일시적으로 오는 것일 뿐, 나 스스로 애써 그런 것들을 찾아내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사람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이전에 즐기던 독서나 외출 따위의 모든 활동을 자제했다."라고 (35P~36P) 온전히 한 사람만을 위해 자신의 생각과 시간과 모든 것을 바치는 열정의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A는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고 ‘나’는 심한 우울에 빠져 생활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단 한 번 재회하지만 또다시 헤어지게 된다.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난다.
(60P)에서 “지금 나는 내가 아니면 도저히 읽을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삭제와 교정으로 뒤엎인 원고를 앞에 놓고 있다. 나는 이것이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않는, 철저히 개인적이고 유치한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의 고백이나 수업 시간에 비밀노트 한쪽에 갈겨쓴 외설스러운 낙서처럼, 혹은 아무도 보지 않으리라 확신하면서 조용히 아무 탈 없이 써 내려간 일기처럼.그러나 이 원고를 타자로 치기 시작하고, 마침내 원고가 출판물의 형태로 내 앞에 나타나게 되면 내 순진한 생각도 끝장나고 말 것이다.”라고 자신의 소설이 세상에 나오면 수많은 질타를 받을 것을 예상하고 있다.
『단순한 열정』은 비교적 짧은 소설이다. 책의 구성은 뒤편에 숭실대 불문과 교수인 이재룡 문학평론가「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라는 해설에서 아니 에르노와 그의 작품세계를 18쪽에 걸쳐서 자세하고 다루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노벨상을 받아 주목받고 있는 아니 에르노에 대해 알고,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조재룡 평론가의 해설에서(81P)
『단순한 열정』과 『탐닉』을 발표한 후 그녀는 2005년 대담에서 자신은 항상 무엇인가를 상실한 후에 “커다란 공허를 강렬하게 느끼며 그 결핍을 바탕으로 글을 썼고, 일상생활에서 그 공허를 채우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회학적 전기에 뒤이어 내밀한 상실감을 보상하는 ‘성性 과 글’이 결실을 맺게 된 작품이 바로 『단순한 열정』이라고 적었다.
"문학사에 따르면 자전적 예술이 이토록 확대된 것은 두 가지 현상이 맞물려 작동한 결과이다. 우선 소위 거대 담론의 붕괴로 인해 작가의 시선이 집단에서 개인으로, 구조에서 주체로 이동한 것이 그 첫 번째 현상이라면, 이와 더불어 그간 예술적 관심사에서 외면당했던 평범한 개인의 낮은 목소리와 사소한 몸짓이 부각되면서 일상의 의미가 새롭게 해석되는 현상이 그 두 번 째일 것이다."라고(70P) 설명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세계적으로 내보인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조재룡 평론가님의 해설을 읽으며 이해하게 되었다. 단순한 열정이라고 표현했지만, 평범한 개인의 일상이 문학적 관심사로 옮겨지면서 사적인 이야기도 거대 담론이 되어 여러 사람들에게 읽히는 소재가 되고 있었다. 그 열정의 대상이 어떤 것이든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짐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