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처럼 힘차게~~
현관을 나서자마자 꽃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다. 게다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마치, 내가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 환하게 피어 있는 동백꽃이다.
고창 선운사에는 3,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개화기라는데, 여수 오동도엔 5,000여 그루, 통영 장사도 10만 그루의 동백나무에 꽃이 피면 온통 붉은 섬이 된다는 동백에 관한 소문이 무성해지는 봄날이다.
동백꽃이 예쁘다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가 보고픈 마음이지만, 이 바쁜 철에 농원을 팽개치고 나들이 갈 배짱도 없는 처지고 보면, 집 밖을 나서면 와락 달려드는 동백꽃에 잠시 발목을 잡히는 것도 크나큰 호사가 아닐지 ~~ ♡
[이렇게 예뻐서야~~]
블루베리 하우스에서 풀 뽑기 작업 중이다. 복숭아나무 가지치기를 밀쳐 두고 오늘은 혼자서 풀을 뽑는다. 윤고은의 EBS 북카페에서 들려오는 소설이야기에 빠져 있다 보면, 시간이 언제 갔는지 모르게 지나있고, 화분도 깨끗해져 있다.
남편이 연휴에 맞춰 휴가까지 쓰고 내려온 첫째의 힘을 빌려, 둘째까지 데리고 하우스 옆, 은행나무 아래를 치우고 있어서다. 풀이 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어서 아들들과 정리해야겠다고 벼르던 터였다.
은행나무 아래엔 온갖 쓰레기들이 숨겨져 있었다. 지난해도 장마철에 비가 많이 와서 보를 열었던 관계로 은행나무 아래쪽까지 물이 흘러들면서 쓰레기들이 쌓였던 것을 치우는 연례행사가 있었다. 플라스틱 병과 스티로폼, 비닐과 음료수캔, 커피캔 등 마치 환경의 날 쓰레기 줍기 행사를 하는 것처럼 대대적인 작업이 한나절 동안 펼쳐졌다.
과수원 옆에 있으면 안 되는 나무가 있다. 바로, 아카시아와 찔레다. 두 나무는 탄저병이 쉽게 걸려서 병원균이 과수로 옮겨오는 매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 블루베리 하우스 옆에 은행나무가 50여 그루 있고, 그 주변으로 아카시아 나무가 있고, 복숭아 밭 옆으로는 농수로가 있어서 연중 물이 흐르는데, 수로 건너편 언덕에는 찔레나무가 많이 있다. 꽃으로 보기에는 예쁘고 좋았는데, 과수에 해가 된다고 한다.
화분에 풀들이 이토록 예뻐서 뽑기가 미안할 정도다. 겨울을 이겨 낸 풀들이라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어쩌겠는가. 하필이면, 블루베리 화분에서 깨어났으니 말이다. 벌써, 꽃을 피운 풀들도 있지만, 나는 또 뿌리까지 캐내야 한다. 손가락이 아프도록 흙속으로 깊이 손을 넣어 뿌리를 찾아 뽑고 있다.
오늘도 날씨는 완연한 봄이다. 푸른 하늘을 노래하며 날아다니는 새들도 봄이 온 것을 환영하는 중이다.
어서 와~~ 봄!
[블루베리 작은 하우스에서]
블루베리 큰 하우스와 별도로 관리하고 있는 작은 하우스다. 144개의 블루베리 나무가 플라스틱 화분이 아닌, 부직포 화분에서 자라고 있다. 일이 하도 바빠서 엄두가 나지 않아 이곳의 이파리를 제거하지 않고 그냥 두려고 했는데, 너무 빽빽하게 자라고 있어서 가지치기를 겸한, 이파리 따기 작업을 하고 있다.
우선, 느슨하게 작업하고, 나중에 촘촘히 정리하고, 바닥 쓸기까지 해야 한다. 벌써, 날씨가 더워져서 통풍이 잘 되도록 앞뒤 문도 열었다. 아직도 천장에 환풍기를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오기 전까지 전에 환풍기 설치해야겠다. 오늘까지 큰 작업이라도 마치려면, 손 놀릴 틈이 없다. 삼월은 더 빠르게 가는 느낌이다.
남편은 복숭아나무 가지치기를 했다. 둘째는 가지치기를 한 나무의 잘린 부분에 붓으로 도포제를 바르는 일을 했다. 도포제는 잘린 부분의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고, 가지가 말라서 썩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너무 잔가지에는 바를 필요가 없지만, 잘린 부위에 도포제를 발라주면 상처 입었을 때 연고를 바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둘째는 처음에는 열심히 했는데, 언제 사라진 줄 모르게 가버렸다고 남편이 전했다.
차분한 성격의 첫째는 가지치기를 마친 블루베리 나무의 이파리를 꼼꼼하게 따냈다. 휴가 올 때마다 쉬지도 못하고 엄마 아빠와 함께 농사일을 돕는 착한 아들이다. 이번 연휴에도 첫째 덕분에 블루베리 이파리 따기 작업을 수월하게 마칠 수 있었다. 첫째가 왔다고 친정 엄마께 전화드리면, "옛날에 네 엄마처럼 쉬지도 못하고, 너도 엄마 일을 돕는구나. 네가 착실해서 네 엄마 마음을 편하게 해 줘서 고맙다." 이렇게 내가 할 말을 대신 하신다.
다음날, 비가 오락가락한 날씨 덕분에 오늘도, 복숭아밭에 갈 수 없었다. 사흘 전부터 블루베리 하우스 작은 곳의 풀을 뽑고, 가지치기, 이파리 따기, 바닥 쓸기까지 사흘이나 걸려 모두 완성했다. 소나기가 쏟아져서 하우스 바깥으로 나뭇잎들을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여기까지의 공정이면, 99% 완성한 셈이다. 눈같이 게으른 것이 없고, 손같이 부지런한 것이 없다는 말이 있다.
눈으로 보기에는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 보이지만, 부지런히 손을 놀려서 일을 하다 보면, 끝이 보인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빽빽하게 들어찬 느낌이던 비닐하우스 안이 휑한 느낌마저 든다. 오늘 작업 목표를 모두 완성했다. 오후에는 비도 오고 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계획에 없던 휴가를 즐기고 있다.
다음날, 바닥을 쓸어서 모아 두었던 가지와 이파리를 치웠다. 리어카에 쓸어 담아서 바깥으로 옮기는 작업이었다.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한 시간가량이 걸렸다. 가벼운 이파리들이 바닥에 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아 수차례 비질을 해야 했다.
화분과 배수관이 맞붙은 구석에는 어김없이 이파리들이 끼어 있어서 손으로 잡아 빼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 완성한 모습을 찍으려는데, 남편이 시키지도 않은, 포즈를 취한다. 모델 기질이 있었나? 목표를 달성한 홀가분함이 살랑이는 봄처럼 전해오면서 나까지 한껏 즐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