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잎사귀를 따 주었던 블루베리 나무가 꽃에 이어 초록이도 데려오고 있다. 땅속에서 초록 기운을 퍼올리는지 나무의 기둥들도 초록이다. 연한 초록빛을 드러내며 올라오고 있는 이파리들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간질간질한 생명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연초록으로 빛나는 블루베리 나무들에 물을 주었다.
물기를 머금은 나무들이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것처럼 맹렬히 빛나고 있다. 생동하는 봄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블루베리 나무들을 들여다본다. 농부가 되기 전에는 이토록 자세하게 나무를 관찰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블루베리 하우스에서 초록 기운을 쬐며 나도 봄기운을 보충하고 있다.
블루베리 꽃이 차츰차츰 피어나고 있다. 아직, 3% 정도의 개화로 보인다. 떨어지지 않았던 이파리가 빨갛게 물들었다. 예쁜 색깔이 "나 좀 봐줘! 빨리!"라고 말을 거는 것처럼 눈길을 잡아끌어서 저절로 얼굴이 돌려졌다. 초록 이파리와 어우러진 아이보리색 은방울꽃을 닮은 블루베리 꽃이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다.
날씨가 풀리는 이번 주말쯤에는 벌통을 넣어야 해서 주문했다. 초록빛 생명이 넘실거리는 블루베리 하우스에서 생각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있다. 탱글탱글한 보랏빛 열매를 상상하니, 주렁주렁 꿈들이 자라난다. 봄이 이토록 좋은 계절이라는 것을 예전에는 잘 몰랐었다. 겨울 동안 심란했던 생각들이 봄을 기점으로 차츰 밝아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초록빛 이파리와 꽃들을 매일 만날 수 있어서 얻어지는 기쁨이다.
(3.18.) 춘삼월에 내린 눈이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날씨가 흐리다는 예보가 지난주부터 있어서 걱정하고 있었다. 감자밭을 만드느라 심하게 무리한 남편이 허리와 엉덩이 쪽 고통을 호소했다. 날씨가 흐린 날에는 복숭아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하기 어려워서, 병원 진료를 받아보려고 예약해 두었다.
남편은 병원에서 척추 4번과 5번의 신경이 눌려서 아프기 때문에 다음 주에 입원해서 정밀검사 후,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여 치료하기로 했다. 체외충격파 치료를 했는데, 통증이 많이 가라앉았다고 한다. 병원에서 신경이 눌리는 상황이 초기라서 빨리 치료하고, 무리하지 않으면 계속 농사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남편도 나도 무척 안심이 되었다.
주변에 대설주의보가 내렸기 때문에, 오후에 블루베리 하우스로 갈 때까지 온도가 얼마 큼일까 심히 걱정되었다. 아무것도 막아 주는 것 없이 그대로 눈을 뒤집어쓴 복숭아나무보다 하우스 속에 있는 블루베리 나무들을 더 걱정하는 이유가 있다. 블루베리 나무는 꽃을 피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꽃들이 추운 날씨 탓에 냉해를 입으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꽃들 중에서 먹거리를 만들 수 있는 꽃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농부가 된 이후에야 알게 되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꽃들은 무사했다. 최저 온도가 영상 1.8도라서 정말 다행이었다. 내일 새벽에도 잘 버틸 수 있겠다 싶어서 난방기를 켜지 않고 귀가했다. 나무들이 잘 버텨 주리라 믿으며~~
(3.19.) 블루베리 꽃이 피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다. 엊그제는 눈까지 내렸으니, 말해 무얼 하겠는가. 어제 새벽 예상 온도는 -3도였는데, 비닐하우스 속은 최저기온이 1.8도로 영상을 유지했다. 바깥 온도보다 보온이 되는 것이라고 고무되었다.
오늘 새벽 예상 온도는 어제 새벽보다 1도가 더 높은 -2도였다. 그래서, 어제 농장에서 퇴근하면서 안심하고 집으로 갔었다. 어제 1.8도였으니, 오늘은 2.8도겠거니 했다. 웬걸!!! 새벽에 농장 쪽 온도를 검색하니, -5도였다. 너무 놀라서 농장에 출근하자마자 온도부터 확인했다. 최저기온이 2.8도가 아니라, -1.9도였다.
예보가 이렇게 다른 상황으로 바뀌어서 나타나니,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우리가 이렇게 어수룩한 농부라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블루베리 나무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내일 새벽부터 당장 온도 관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영상 1도로 맞춰 난방기를 켜놓았다. 그 이하의 기온이면 난방기가 작동하여 온도를 유지해 줄 것이다. 아직은 꽃의 개화가 3% 정도, 개화 준비가 된 것들이 10% 정도로 보인다.
육안으로는 꽃과 나무가 큰 이상은 없어 보이는데, 냉해가 있는지 어떤지를 확인하려면, 며칠 더 나무의 상태를 관찰해야 한단다. 내일부터는 날씨가 풀리기 때문에 개화로 더 많아질 것 같다. 오늘 금요일에는 수정 벌도 넣어주기로 해서, 이제 그만, 꽃샘추위는 물러가고, 날씨가 정상화되었으면 좋겠다.
(3.19.) 화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오전 : 복숭아 재배교육 (화순군 복숭아 연합회 주관) 오후 : 블루베리 재배교육 (화순군 농업기술센터 주관)이 있었다. 농작물 재배에 관한 교육은 필수로 참여하려고 노력한다. 오전 오후로 세 시간씩 잡혀 있는 교육을 소화하느라, 경황없는 날을 보냈지만, 교육의 효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을 믿는다.
복숭아 교육에서는 복숭아나무의 일 년 동안의 생장과 대처방법을 배웠다. 그중에서도 휴면기에 든 나뭇가지를 함부로 자르면 안 된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았다. 일이 바빠서 아직 가지치기를 덜 마친 우리에게 "복숭아나무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칭찬해 주셨다. 수확 후 가을 전정 때는 과감하게 강한 전정을, 동계전정 때는 결과지를 만드는 가벼운 전정을 한다는 걸 꼭 기억하기로 했다.
오후 교육인 블루베리 재배교육은 블루베리에 대한 권위 있는 전문가 화순군 농업기술센터 고재권 상담 소장님의 강의로 진행되었다. 전국을 다니며, 블루베리 재배에 대해 강의와 연구를 20년 넘게 진행해 오신 결과물을 바탕으로 교육해 주셨다.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올 컬러로 제작된 교육교재부터 마음에 쏙 들었다. 고재권 소장님은 직접 방문하신 농장의 사진들로 블루베리 상태를 진단하고, 처방하고, 치료해 주는 블루베리 의사 선생님이셨다. 블루베리 재배교육은 귀농부터 작물 선택, 식재, 관리, 수확, 판매 등 총괄적인 내용이라서 더욱 유용한 시간이었다.
이번 교육의 핵심은 모든 것을 나무의 생장에 맞춰줘야 한다는 것이다. 물리적인 환경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재할 때부터 장기적인 안목과 계획으로 실천해 나가야 하므로, 전문가의 조언이나 선도 농가의 견학과 교육이 필수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블루베리 교육교재에 우리 농장이 좋은 사례로 등장해서 더욱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