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22.]
복숭아나무 가지 치기를 끝냈다. 가지에 병원균이 있을 수도 있고, 제초작업을 하려면 예초기나 운반차 등 농기계들이 드나들기 쉽게 하려면 가지들이 농원에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깨끗하게 치워야 한다.
풀들이 나뭇가지를 꽉 붙잡거나 숨겨주고 있어서 풀이 많이 자라기 전에 동계전정을 풀이 자라기 전에 마쳐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내년에는 1월에는 블루베리 나뭇잎 제거 작업. 2월에는 복숭아나무 동계전정 마무리 작업. 꼭, 명심해야 할 사항으로 기록했다. 가지를 치우느라 풀들을 헤치다가 황금빛 민들레 꽃을 발견했다. 올해 첫 민들레 꽃이다.
꽃말이 "행복", "감사"라고 해서 더욱 반가운 민들레 꽃이다. 마당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노란 악마"라는 별칭으로 부른다는 설명이 인상적이다. 나는 그저 반가운 마음에 화들짝 놀라 사진을 찍었다.
4~5월이 개화기인데, 부지런히 꽃을 피운 민들레 꽃이 우리 농원에 "행복과 감사"를 가져다준 것 같아서 덩달아 행복하고 감사했다.
[25.3.21.]
블루베리 하우스에 수정 벌을 넣어 주었다. 블루베리 꽃이 피기 시작하고 13일 만이다. 꽃들이 수정하여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 주어진 것이다. 우리가 하기 힘든 일을 벌들이 대신해 준다니, 참말로 고맙기 그지없다. 오전 작업은 벌통 설치와 키가 작아서 몸체부터 키워야 하는 나무의 꽃 따주기였다.
어린 묘목이 꽃을 피운 나무들이 있다. 열매를 만드느라 키가 자라기 어렵기 때문에 우선, 나무부터 키워야 한다. 똑같이 키우는데도 유독 잘 자라지 못하는 나무들이 있다. 세가 약한 나무들에게 열매까지 만들라고 하면 너무 가혹한 일이다.
블루베리 하우스 안이 견디기 어려울 만큼 더워졌다. 겉옷을 벗어야 작업이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삼월부터 이렇게 더워지면, 온도관리에 관심을 더 많이 들여야 할 것 같다.
[25.3.23.]
뒤영벌이 부지런히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직접 일하지 않고 벌들에게 소임을 맡겼다. 어릴 적 오이 하우스를 할 때, 어른들이 붓을 들고 꽃가루를 이리저리 묻히는 일을 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사람의 고된 노동력을 대신해 주는 뒤영벌이니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잎사귀도 꽃도 싱싱하게 자라는 모습이 건강하게 보인다.
날씨가 더워지고 있어서 아침저녁으로 창을 개폐해 줘야 해서 꼼짝없이 농원에 발이 묶인 형편이 되었다.
온도관리는 이제, 블루베리 나무들과 벌에게도 매우 중요한 요건이 되었다. 열린 창으로 바람이 들어와서 나무들과 놀고 있다. 초록색 흔들거림이 상큼한 봄날이다.
[25.3.24.]
블루베리 작은 하우스의 천창을 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양쪽 옆과 전후로만 문을 개폐할 수 있는 수동식 하우스다. 벌써부터 온도가 여름처럼 더워지고 있어서 블루베리 나무가 데일 염려가 크다.
남편이 "무동력 환풍기"를 사놓고 바빠서 설치를 못하고 있었다. 구입한 제품을 직접 조립하여, 하우스 천장에 고정해서 설치해야 하는 고난도의 작업이다.
설치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닌데, 천장까지 높이 올라가야 하는 일이 크나큰 문제였다. 블루베리 나무의 간격이 장비가 수월하게 드나들 수 있는 넓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것은 나무를 배치하기 전에 미리 환풍기를 설치했으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천상 초보 농군인 우리가 그걸 알 리가 없었으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처음에는 운반차로 들어가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작업해 보려고 했지만, 삼각 사다리의 각도가 맞지 않아서 반듯하게 놓을 수 없고, 높이를 조작하려면 시동을 끌 수 없기 때문에 흔들흔들 불안정한 데다, 운반차의 높이도 조금 낮아서 고소작업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고소작업차 궤도의 넓이가 겨우 들어갈 정도라 좌우의 진입을 봐주고 진행하면서 작업하게 되었다. 휴가차 나온 큰아들이 이번에도 우리의 큰 숙제를 해결해 주었다. 아빠의 든든한 파트너가 돼서 우여곡절 끝에 작업을 마쳤다. 그 어려운 일을 작년에도 해결하지 못하고 미뤘었기에 올해는 여름이 오기 전에 꼭 해결해야 할 숙원사업이었다.
성공 뒤에 큰 기쁨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환풍기가 너무 멋지고 자랑스럽다. 새들이 뚫어 놓은 곳도 테이프로 붙여서 일석이조다~*
[25.3.20.]
고소작업 차가 들어가지 못할까 봐서 미뤄 두었던 두둑 끝부분의 가지치기를 했다. 조심조심 한쪽의 작업을 마쳤다. 두 곳이 더 있는데, 내일 오전에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남편은 3단과 4단의 가지들을 과감하게 전정을 한다.
어떤 가지는 정확하게 묶어야 잘라 줄 부분이 정해진다. 또 어떤 가지는 묶여있는 줄을 풀어야 자르거나 남길 가지가 정해진다. 전정만 하는 작업이라면 긴 시간이 걸리지 않겠지만, 나무가 자란 만큼 묶은 줄을 풀어서 옮겨 주기도 하고, 기둥이나 위인 줄에 닿는 나뭇가지에 완충재를 넣어 주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그래도 고소작업 차의 작업 효율은 기대 이상이었다. 사다리를 옮겨가며 오르락내리락하던 작업과는 비교불가다. 오늘 작업을 해보니, 가장자리의 철봉을 바깥쪽으로 20Cm만 빼내면 작업이 훨씬 수월할 것 같다.
내일 오후에는 지난번에 바닥 평탄 작업을 하면서 군데군데 모아 두었던 큰 돌들과, 가지치기한 나뭇가지들을 농원 밖으로 치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 잘린 나뭇가지에 병원균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남김없이 치워야 한다.
[25.3.21.]
오후 햇살이 좋았다. 그림자는 더 짙어졌다. 초록으로 올라오는 풀들도 아직은 예쁘다. 통행에 방해가 되고, 병원균을 옮기게 되면, 복숭아나무를 위해서 풀과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2월 말부터 시작한 복숭아 가지치기 작업 대장정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되었다.
오늘 오후에는 마지막 가지치기라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작업에 임할 수 있었다. 가지치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자리만 잡고 있었던 꽃눈과 잎눈이 제법 통통해져 있다.
복숭아꽃도 금방 세상구경을 할 것 같다. 우리도 설레는 마음으로 복숭아꽃을 기다린다. 우연히 초록색 풀 위에 재미있게 만들어진 그림자를 카메라에 담았다. 바람은 좀 불었지만, 햇살도 좋고 공기도 차갑지 않았다.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 불로 인해 전국 곳곳의 산들이 타들어가고 있다. 비 예보가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진화에 힘쓰고 계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위로를 드리며 조속한 진화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