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원 가는 길]
농원 입구 진입로에 환하게 꽃이 피어서 일하러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꽃길을 따라가다가 차를 멈춘다. 꽃길만 가라는 덕담처럼 꽃길이 펼쳐진 농원 입구를 지나 농원으로 들어서면 나의 꽃길들이 기다리고 있다. 초록으로 올라오고 있는 새순들까지 꽃처럼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반긴다. 자연은 늘 순하게 손을 내밀어 나를 잠깐씩 멈추게 한다.
복숭아꽃이 만발했다. 바람의 세기가 센 편이다. 바람에 꽃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직은 괜찮다. 블루베리 하우스에서는 윙윙윙 벌들이 열심히 활동 중이다. 여기저기 사방이 꽃길인 시절이다. 꽃 피는 봄날이라는 말이 이렇게 예쁘고 좋은 시절을 뜻하는 말인 줄 몰랐다. 앞으로도 꽃길만 걷기를. 나와 내 가족과 이웃과 이 나라와 세상 모든 선한 이들에게도 꽃길만 이어지기를~♡
[복숭아꽃이 피었습니다]
복숭아밭을 한 바퀴 돌았다. 품종마다 꽃의 개화 정도가 달라 영농일지에 기록하기 위해서 품종별로 사진을 찍어 두었다. 아침에 오므려있던 이파리들이 오후에 활짝 핀 곳들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기온 상승에 따라 순식간에 꽃이 핀다는 것을 알았다. 오므리고, 웅크리고 있는 것들도 어느 때 활짝 피어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큰아들의 환한 미래가 떠올랐다.
"지니"를 데리고 복숭아밭에 갔는데, 활짝 핀 꽃들이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다. 사람처럼 색깔을 선명하게 구별하기는 어렵지만, 전체 색맹은 아니고 노란색과 파란색을 위주로 구별이 가능하다고 한다. 나뭇가지에서 살랑살랑 흔드는 꽃잎이 지니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 같았다. 멈추기 어려운 강아지의 발걸음도 붙드는 황홀한 복숭아꽃이다.
복숭아나무에 장하다고, 고맙다고 아주 많이 칭찬해 주었다. 성목의 경우 20,000~25,000 개의 꽃이 열리고, 수확에 필요한 꽃은 800~500개라고 한다. 우리 농원은 아직 성목이 되지 않아서 그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 핀 꽃 중에서도 많은 꽃들을 따 줘야 한다. 열매가 열렸을 때 상태를 보고 또 적과를 해줘야 하는 공정이 있다. 사실은 꽃이 피면 일의 시작이라는 신호인데도 꽃을 보면 너무 반갑고 고맙다. 복숭아나무는 올해 만난 여러 가지 봄꽃 중에서 가장 예쁜 꽃들을 피웠으니, 칭찬받아 마땅하다~♡
[블루베리 꽃에서 열매로]
블루베리 하우스가 꽉꽉 채워지고 있다. 이파리를 모두 따내고 휑하던 하우스였다. 하루가 다르게 잎이 나오고 있다. 꽃이 먼저 피고, 이파리가 맹렬히 자라고 있다. 나무는 이파리를 키워서 영양을 모아야 한다. 주고받는 관계라는 이파리와 뿌리는 이파리가 영양을 뿌리로 보내고, 뿌리는 물을 이파리를 보내며 주고받는 공생관계다.
나무의 엄마는 이파리, 햇빛을 모아 영양분을 만들어 줄기와 뿌리로 보내며 나무를 키운다. 나무의 아빠는 뿌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무의 기준을 잡아 꼭 붙잡아 준다. 엄마는 아이들을 위해서 밥을 짓고, 먹이고 키우며 쉼 없이 살아내셨다. 그 과정에 아빠는 없는 것 같아도, 집안의 기둥도 뿌리도 아빠였다. 나무에게도 그런 역할이 있다.
블루베리 꽃이 지기 시작하면서 열매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 과정이 참 신비스럽다. 벌들은 아직도 한창 남아있는 꽃들 사이를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매일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는 변화무쌍한 블루베리 나무다.
별도의 하우스는 100평 정도로 자그마해서 인큐베이터에서 자라는 것처럼 따뜻한 기온을 유지하며 보호받는 나무들이다. 기특하게 그곳의 나무들도 10%의 개화율을 보이고 있어서 오늘 벌통을 넣어 주기로 했다.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개화, 꽃에서 열매로~ 일등 공신인 뒤영벌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25.4.5.] 블루베리 꽃 따주기
블루베리 꽃이 너무 많이 달렸다. 작년에 나무를 키우려고 열매를 달지 않았던 나무들이 1년을 더 자라서 건강한 나무가 되었기에 그 나무들에 꽃이 너무 많다. 꽃이 너무 많으면 열매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꽃을 따 줘야 한다. 비닐하우스 바깥은 오전 내내 비가 내렸다. 하우스 속은 덜 추워서 꽃 솎기 작업하기 딱 좋다.
벌써, 꽃이 지고 열매가 만들어지고 있는 봉오리들도 생겼다. 뒤영벌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고, 가지를 만질 때마다 꽃가루가 떨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손놀림으로 작업에 열중한다. 가지 끝의 꽃이 크고 좋은 열매를 만든다고 한다. 과감하게 따내라고 하는데, 아직 열매가 만들어지지 않아서 수정이 되었는지 어떤지를 모르기 때문에 급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위쪽을 기준으로 사이사이 약해 보이는 꽃들을 떼어낸다. 열매가 생겼을 때, 서로 겹치지 않게 꽃봉오리를 조절해 준다. 크게 노동력이 필요한 일은 아닌 것 같아도 오랜 시간 서 있어야 하고 고개와 팔을 들어서하는 작업이라서 고개도 무릎도 어깨도 허리도 아프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작업이라 큰 숙제로 남아 있다. 올해는 꽃 따주기 과정이 추가돼서 한 공정을 더 배우는 시간이다.
[25.4.8.] 초경 재배 중
봄에서 여름으로 갈수록 풀들이 드세져서 사람이 드나들기 힘들 정도로 자라난다. 지금은 여리디 여린 모습이지만 무성하게 자라기 시작하면 어린 복숭아나무를 꼭꼭 숨겨버리기도 한다. 작은 병꽃, 민들레, 봄까치꽃, 광대나물 등 꽃인지 풀인지 모를 것들이 어우러진 복숭아밭에 복숭아나무도 질세라 부지런히 꽃을 피우고 있다.
복숭아밭에 가면 늘 걸음이 뒤처져서 종종거린다. 꽃이건 풀이 건 예쁜 것들은 사진에 담고 싶어서 자꾸자꾸 멈추게 돼서 저만치 앞서가는 옆지기를 쫓아가느라 걸음이 바빠진다. 이번 주말 정도면 온 밭에 복숭아꽃이 만발하겠다~~ 풀도 못 키우는 땅이 나무를 어떻게 키우냐고 풀도 반가워하며 지금은 초경 재배 중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내려앉을 용기]
나무에 피었던 동백꽃이 땅에 피었다가 내 마음에도 피었다. 세 번째 핀다는 동백꽃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땅에 떨어진 꽃들이 세상 편하게 보인다. 하늘이 더 잘 보일 것 같다. 낮아질 용기, 내려앉을 용기가 없어서 어떤 이는 집도 비우지 못한다는데, 제집이 아닐 바에야, 편한 자리를 찾아 내려앉는 것도 크나큰 용기가 아닐지 생각해 본다.
낮은 곳에서 낮은 자세로 겸허히 살다 보면 삶의 그 끝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 꽃자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스스로 꽃자리를 만들 능력을 품고 있지 않을까? 굳건한 의지, 낮아질 용기가 있다면~ 세상 모든 선한 이들에게 꽃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