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19. 블루베리 하우스]
새벽 5시. 고요한 블루베리 하우스 문을 열고, 속으로 빨려들 듯 미끄러져 들어간다. 어제저녁, 열매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둑할 때까지 블루베리를 딴 골목을 이어서 따내려고 찾아간다. 밤새 거미들은 또 많은 일들을 해 놓았다. 거미줄은 잡히지 않는 곤충을 대신해 무심코 지나치는 내 얼굴을 덮치곤 한다.
정신없이, 나무와 열매와 씨름을 하는 어느 결에 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시간이 있다. 처음 며칠은 몰랐다. 새벽부터 일을 해서 땀이 나려니, 일정한 시간 동안 일을 계속해서 그런 것이려니 했다. 며칠간 반복되는 현상에 시계를 보면, 어김없이 아침 8시 부근이었다.
아하! 나무들이 일제히 숨을 크게 내쉬며 하루를 시작하는 기지개를 켜는 현상이라고 짐작되었다. 어떻게 동시에 기지개를 켜는지는 설명할 길이 없지만, 체험으로 느낀 근거를 제시하기엔 허술한 과학적 이론이라 하겠다. 나도 쉬는 시간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하우스 밖으로 나와 웅크렸던 어깨를 펴고 힘차게 기지개를 켠다. 나도 나무들의 신호에 맞춰 기지개를 켤 시간이다. 농사를 짓지 않았다면, 나무를 직접 키우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것을 깨닫고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또 고무된다.
[25.6.14. 텃밭에서]
비닐하우스 속에서 듣는 빗소리는 훨씬 더 크게 들린다. 농장옆 보에 쏟아지는 물의 양만 봐도 밤새 내린 비의 양을 알겠다. 물소리도 커지고 물의 양도 많아지는 것이 확연하게 보인다. 비 예보 덕분에 느지막이 출근해 커피 한 잔 탔다.
블루베리에 매달려 있는 동안 텃밭 식물들도 훌쩍 자라나 있다. 빨간 고추도 보이고, 둘째가 도장에서 가져온 방울토마토도 다섯 개나 빨갛게 있었다. 수차례 손님 접대를 했던 상추도 꽃대가 올라올 정도로 컸고, 치커리도 밭을 덮을 만큼 자랐다. 호박도 오이도 제 할 일인 양 새끼손가락만큼 열매가 생기기 시작했다. 덩굴들이 많이 뻗어서 지주에 묶어줘야겠다.
바쁘게 돌아가는 텃밭 위를 나비 한 마리가 독차지하고 날아다닌다. 노는 것 같아도 나비도 부지런히 일하는 중일 게다. 나도 블루베리 수확하려면, 그만 놀고 일어서야겠다.
[25.6.15. 블루베리 하우스에서]
똑똑똑!!! 숲처럼 우거진 블루베리 하우스 문을 연다. 밤새 더 자란 열매들과 눈을 맞춘다. 나무들 속으로 얼굴을 밀어 넣으면,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들이 있다.
숨어서 살고 있는 마을에 침입자가 된 마음이라서 굵은 열매 몇 알을 전리품으로 취하고 조심히 빠져나온다. 수확의 보람과 노고가 겹쳐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지 못했다. 일요일인 만큼, 나도 숨을 좀 고르며 찬란한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햇살이 따가워 블루베리 하우스 속이 사람을 밀어내듯 해 숨쉬기 힘들 지경이다. 그 핑계로 또 쉴 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25.6.17. 복숭아 밭에서]
복숭아밭 병해충 예방약을 살포하는 날이다. 비 오기 전후로 실시해야 해서 어제 오전까지 비가 왔기 때문에 오늘이 적기다. 일기예보상 바람의 세기가 0이라서 반가웠는데, 갑자기 2~3으로 바뀌면서 바람이 세졌다.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 진행하지 않을 수 없다.
블루베리 하우스에서는 친구가 열매를 따주고 있는데, 복숭아밭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어 마음만 바쁘다. 매사가 너무 급하게 돌아가고 마음은 너무 조급해져서 화가 차올라 있다.
시골 생활이 유유자적할 거라는 어이없는 착각은 예전에 잊은 감정이지만, 요즘 같은 급박한 날들의 연속은 정말 버거워서 신체적, 정신적인 피로도가 너무 높다.
[25.6.18. 저온저장고 바닥공사]
저온저장고 바닥공사를 혼자서 해보겠다고 며칠째 매달려 있는 옆지기~~
땅을 반듯하게 고르고, 프레임을 짜서 사방을 튼튼하게 막았다. 습기가 올라오지 않도록 비닐을 두 겹으로 덮었다. 사각틀 안에 벽돌을 촘촘히 채운다. 모래와 시멘트가 섞인 몰탈을 뿌리고, 물을 뿌려가면서 장화를 신고 골고루 밟는다. 촘촘한 사각망을 덮고 다시 몰탈을 붓고 물을 뿌린다.
길이를 재고 수평을 맞추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법은 유튜브와 지인들의 도움~~ 블루베리 수확하느라 바쁜데 옆지기는 저온저장고 바닥 부분을 만드는 공사에 심취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