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말로 근친을 욕망하는가?
무의식이라는 단어는 프로이트 이전에도 비슷한 형태로 존재했으며 지금은 심리학이나 다른 정신분석 분파에서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그들이 사용하는 '무의식'은 프로이트 선생이 말한 '무의식'이랑은 전혀 다른 개념으로 주로 '본능'을 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대략 '본능'이라고 바꾸어 쓰고 이해해도 맥락에서 큰 차이가 없지요.
'모든 심리 이론은 창작자가 겪는 증상에서 나왔다'는 말처럼 처럼 프로이트 무의식 개념은 프로이트 선생이 가진 기질이랑 그가 자라온 환경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당연한 말입니다. 배우가 연기를 함에 자기 평소 모습이 녹아 나오듯 아무리 위대한 학자라 하더라도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습니다.
아버지 야곱 프로이트가 젊은 새 아내 (프로이트 친모)를 아내로 받았기에 이복형들이랑 새엄마는 나이차이가 크지 않았던 지극히 특수했던 그 개인사를 바탕으로 무의식 이론은 탄생했습니다. 일부는 자기 가족 체험을 인류 모두에게 적용하려는 오류라고 비난하지만 반대로 직접 경험한 시간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론이기에 생생하고 임상에서도 틀림이 없다고 평가합니다. 둘 다 맞는 구석이 있는 평가이기에, 저에게는 정신분석이 종교이며 프로이트는 모세라고 하여도,
프로이트 정신분석은 원죄가 있음을 인정합니다.
다시 제 글에 나오는 무의식은 프로이트가 말한 무의식으로, 언어를 배워 인간 사회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근친 성욕을 억제해야 했고 그것이 억제되었는지도 모르고 사는 우리 신경증자들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얻게 되었답니다. 이 과정에서 탈락한, 실패한 이들이 바로 정신병자로 그들은 서로 간에도 대화가 불가능한, 오로지 자신만이 이해하는 언어를 가지고 우리 신경증자들에게 밀리고 치이며 살아갑니다.
저는 이 논리 구조를 믿으면서도 근친 선호 사상이 늘 걸렸습니다. 정말로 우리는 그토록 근친을 좋아하는가? 문명을 가진 민족이라면 아무리 소수라도, 과거 역사를 통틀어 살펴보아도 근친을 금지하는 것은 공통이라지만 그렇다고 인간은 근친을 욕망한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학교에서 이미 근친 교배가 주는 열성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본능으로 꺼린다고 배웠으며, 집안에서도 오빠 여동생이나 누나 남동생 사이가 어찌 형성되는지 알기에 근친에 끌린다기보다는 근친을 더욱 미워하고 싸우는 경향이 크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프로이트 선생 가정사도 정확하게 말하면, 새엄마랑 큰 형이 나이가 비슷하긴 하나, 전혀 피가 다르기에 근친이 아니고요.
AI에게 우리 인간 말고 근친을 피하는 동물을 정리해 달라고 했으며 그 이유랑 연관된 질명이나 근친을 피하는 방법 따위도 함께 요약시킨 것이 아래입니다.
https://chatgpt.com/share/68db56c3-ece4-800e-83a8-1f79ceeab533
근친 혼인을 장려한 옛 유럽이나 러시아 왕실에서 지독한 유전병을 경험한 후손들 이야기도 대부분 아시는 터라 이것은 더 이상 논의할 영역이라기보다는 입증된 사실로 다루는 것이 맞겠습니다. 개들은 자식이 부모랑 섹스한다고 하지만 (그래서 대부분 문화권에서 욕은 개에 비유하지만) 그것은 인간이 개를 사육하면서 좁은 곳에 몰아넣어서이지 실제로 자연 상태에서 방목하는 늑대나 들개는 근친을 하지 않기에 집에 키우는 개가 근친을 한다고 모든 동물은 근친에 거부감이 없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호주는 다민족 국가인데 레바논 사람들은 사촌 간에 결혼을 장려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실제로 만난 그들은 근친혼 문화를 지금까지 유지하는 자신들을 손가락질하는 호주 사람들 비판에 극렬하게 대응합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일하는 누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형을 가지고 태어나는 신생아들 상당수가 레바니스 계열이라는 증언은 무시하기 힘들죠.
누나들 이야기를 하나 더 소개하자면 우리가 길에서 마주하는 건장한 레바니스 이민자들은 근친 제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그들이 우리보다 크고 강한 것은 근친을 통해 우성이 더 강화된 결과라는 것입니다. 단점은 위에서 지적하듯이 집 밖에 나오지 못하고 심한 유전병을 앓는 형제들이고요. 하지만 찾아본 결과 근친을 하면 열성 유전자만 아이에게 전달될 확률이 높아질 뿐 우성 인자 전달은 미비하기에 누나표 이론은 틀렸습니다.
https://chatgpt.com/share/68db5848-5124-800e-895e-14bcfcd45a7b
초기 인류 모습이 잘 그려졌다고 생각하는 자료 중에 저는 구약을 가끔 떠올립니다. 제가 다른 역사서를 잘 안 보아서 그런 것도 있고 구약은 그 세계관에 따르면 0부터 시작하기에 문명이 시작되는 단계를 잘 엿볼 수 있습니다. 구약에 보면 근친을 금하는 구절은 자주 나옵니다. 다만 그 이유나 결과 값에 대한 설명은 없기에 아쉬울 따름이고요. 근친에 대한 규제가 강력하게 나오는 레위기를 보시면 근친이 나쁜 이유를 '가족이니 그렇다' 정도로 설명하고 이는 '나쁜 일이라 내가 금한다'는 결론으로 바로 건너뜁니다.
레위기 제18장: 가증한 풍속을 따르지 말라
6 각 사람은 자기의 살붙이를 가까이 하여 그의 하체를 범하지 말라 나는 여호와이니라
7 네 어머니의 하체는 곧 네 아버지의 하체이니 너는 범하지 말라 그는 네 어머니인즉 너는 그의 하체를 범하지 말지니라
8 너는 네 아버지의 아내의 하체를 범하지 말라 이는 네 아버지의 하체니라
9 너는 네 자매 곧 네 아버지의 딸이나 네 어머니의 딸이나 집에서나 다른 곳에서 출생하였음을 막론하고 그들의 하체를 범하지 말지니라
10 네 손녀나 네 외손녀의 하체를 범하지 말라 이는 네 하체니라
11 네 아버지의 아내가 네 아버지에게 낳은 딸은 네 누이니 너는 그의 하체를 범하지 말지니라
12 너는 네 고모의 하체를 범하지 말라 그는 네 아버지의 살붙이니라
13 너는 네 이모의 하체를 범하지 말라 그는 네 어머니의 살붙이니라
14 너는 네 아버지 형제의 아내를 가까이 하여 그의 하체를 범하지 말라 그는 네 숙모니라
15 너는 네 며느리의 하체를 범하지 말라 그는 네 아들의 아내이니 그의 하체를 범하지 말지니라
16 너는 네 형제의 아내의 하체를 범하지 말라 이는 네 형제의 하체니라
17 너는 여인과 그 여인의 딸의 하체를 아울러 범하지 말며 또 그 여인의 손녀나 외손녀를 아울러 데려다가 그의 하체를 범하지 말라 그들은 그의 살붙이이니 이는 악행이니라
추가로 3 절에 보시면 "내가 너희를 인도할 가나안 땅의 풍속과 규례도 행하지 말고"라고 되어있는데요. 여기서 가나안 땅은 지금 레바논 전체를 포함하는 넓은 지역으로 레바논에서 지금까지 내려오는 근친 풍속을 따르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극찬을 받는 한국 영화들, 특히 해외에서 상을 휩쓰는 이른바 예술 영화 혹은 거장들이 만든 영화에도 근친 코드는 종종 보입니다. 누나를 사랑한 남자가 복수로 딸을 제물로 아버지에게 주는 [올드보이]부터 여동생에게 자위를 매일 서비스받는 오빠가 뜬금없이 나오는 홍상수 영화 [오! 수정]까지 다양한데요.
문제는 근친이라는 소재가 영화제에서 잘 팔린다는 이유로, 관객들 입장에서 '굳이?'라는 불편함을 주기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어머니랑 직접 섹스를 표현한 김기덕 영화 [뫼비우스]가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별로 재미도 없고 무슨 큰 의미도 발견하지 못했기에 억지스럽기만 하고 전혀 매끄럽지 못한 영화로만 기억납니다.
아직 정신분석을 받지 않았기에 제 무의식에 무엇이 똬리 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분석결과 그것이 정말로 근친 욕구라면 더 이상 길게 쓸 필요 없겠지요. 하지만 많은 분석가들이 아직도 프로이트 무의식을 인정하는 것은 그 구조가 정말로 근친을 억제하면 발생한 것이 맞다는 반증이 아닐까 짐작만 해봅니다.
실제로 정신분석을 받을 때까지 내 무의식이 계속 궁금할 것입니다.
봄이 온 시드니에서
추신:
시합 준비는 계속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운동을 열심히 하니 체중이 너무 빠져서 체급 경기인 유도에서 불리한 지점에 왔다는 것이고 이를 극복하려고 왕창 먹다 보니 소화 불량에 오히려 컨디션이 엉켜서 최악인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하지만 이겨내고 최선을 다해서 임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