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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Hunter Aug 12. 2023

불칼 2023 시작하며

작은 이야기 - 小說

2023년에 다시 보는 <불칼>


구독자 40명이 생기니 감사함을 지나 어떤 글을 올려 드려야 흡족해 하실지 고민도 생깁니다. 새로운 글을 계속 뽑아내는 재주가 있다면야 즐거움뿐이겠지만 서툰 글에 제한된 소재로 마흔 명이나 계시는 독자에게 (그것도 대부분 글을 쓰시는 작가님들!) 웃고 울리는 작은 극을 매일 준비해야 하는 변사마음입니다.


결국은 또 2003년 유학생인 '나'에게 '우리 독자님들이 좋아할 만한 것 있을까?' 연락을 해봅니다. 그중 소설 비슷하게 써본 <불칼>이 떠올랐습니다. 말이 소설이지 지난 제 글들처럼, 어디선가 듣고, 때론 겪은 사사로운 독립된 구슬들을 하나씩 닦고 구멍을 내어 연결해 만든 것입니다.


오늘은 주말이니 대략 들어가는 글만 올리고 본 소설은 곧 발행하겠습니다.


모두들 사랑하며

토요일도 사무실에 나와 숫자 만지던 겨울 시드니.





2003년 6월 불칼을 시작하며


2선 국회의원으로 이제는 명실상부한 정치인이 된 김홍신 최대 히트 작은 <풍객>이 아닌 바로 <인간시장>이다. 혹 소설가 김홍신을 모르는 이일 지라도 <인간시장>이랑 <장총찬>은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것이다.


박경리 <토지>가 완결되기 전까지 대한민국 최장편 소설은 <인간시장>이었다. 혹자는 <인간시장>을 소설로 치지 않기 때문에 그 당시에도 장편 소설하면 벽초 홍명희가 쓴 <임꺽정林巨正>이나 <토지>였다.


궁금했다.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많이 팔린 소설이며, 이문열 <삼국지>가 나오기 전까지, 최고 인기 작품이 어찌하여 소설로 인정을  받을 수 없는가? 한평 짜리 구둣방 아저씨 의자 아래에도 한두 권쯤 있고, 중국집이나 이발소에도 꼭  있는 <인간시장>인데, 1980년 한국을 말하면서 과연 인간시장을 빠뜨릴 수 있을까? 헌데 소설이 아니라니…


<인간시장>은 원래 동아일보에 <스물두 살의 자서전>이란 제목을 달고 연재소설 식으로 세상에 나온 이후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면서 지금 우리가 아는 단행본 <인간시장>이 1981년 출간하게 된다.


그리고 MBC에서 동명의 TV시리즈 <인간시장>을 만들고 이 역시 공전에 히트를 기록하며 장총찬 역의 무명 뮤지컬 배우 박상원까지 일약 톱스타로 끌어올린다. 애석하게도 우리 모친 극성으로 나는 단 한편도 드라마 인간시장을 보지 못했고, 대신 다음날 학교에서 드라마를 보고 온 친구들이 마치 자기 무용담인 듯 어제 본 내용을 말해주는 것을 부럽게 볼 뿐이었다. 어머니가 날 그렇게 억압해 키우지 않으셨다면, 난 지금쯤 재밌는 이야기꾼이 되어서 세금고지서 대신 <해리포터>를 능가하는 글을 세상에 내놓지 않았을까...ㅠㅠ


각설하고, <인간시장>이 소설이 될 수 없는 이유를 계속 생각해 본다. 어쩌면 그 전개방식 때문일까?


인간시장은 처음 몇 회를 제외하고는 그 형식이 정해져 있다. 그렇다 보니, 세 권째쯤 보다가 지겨워서 책을 놓고 말아 끝에 어떻게 되었는지, 중간에 글 구도가 어찌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지만, 어려보던 뻔한 일본 TV만화 시리즈 같았다. 매회 외계인 침공-혼란-필살격퇴 이런 구조가 반복되는 구도 말이다.



삼성 한국 현대 문학전집 56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나오고 동대학원을 졸업한 소설가 김병총은 1977년 <불칼>이라는 원고를 탈고한다. 소설가이며 철학가이자 당수 사범이었던 김병총은 그 특유의 남자다운 문체로 주로 깡패나 어두운 세계를 그리는 소설을 쓴다. 문단에서 이름 짜한 작가로선 드물게  <달빛  자르기>라는 무협소설도 썼다.


김병총 <불칼>은 김홍신 <인간시장>보다 조금 일찍 세상에 나온 것으로 안다. 김병총 불칼을 읽던 내내 ‘이렇게 멋진 소설을 중편으로 끝낸다는 것이 아쉽구나’ 했다. 이렇게 독특한 소재에 재미있고 매력 있는 캐릭터들이 그저 일회용으로 끝나 버리는 것  같아 아쉬웠다. 그리고 제발 김병총이 맘이 변해 이것을 장편으로 다시 써주길 바랬다. 아니 그가 못하겠다면 누군가 다른 이가  해주길 바랬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누군가 그 일을 해주었다. 아마도 김병총 허락 없이…


<불칼> 주인공 강추량은 법대생으로 일찍부터 세상 공부를 많이 한 일종의 학사깡패다. 쌈도 잘하고 아는 것도 많은 데다 수완도 좋다. 그의 주 무기는 Flying knives였는데 그 솜씨가 기가 막혀 동전을 던져도 백발백중 악인들을 맞춘다고 되어 있다.


<인간시장>  주인공 장총찬 역시 법대생으로 일찍부터 세상 공부를 많이 한 학사출신 깡패다. 역시 쌈 잘하고 아는 것 많고 수완도 좋다. 우연히 그 친구 무기도 Flying kinife 일종인 동전 표창이다.


그러니 내가 보기에 인간시장이란, 300쪽이나 될까 한 불칼이라는 원액에 막대한 물을 타서 열 권짜리로 만든 희석된 불칼 느낌이다. 뻔한 반복구조보다 이런 유사성이 <인간시장>이 가진 더 큰 문제라고 본다.


그래서 내가 써도 <인간시장>보다는 재밌는 활극을 쓸 것 같다는 자극이 되었다. 그리고 제목은 나에게 이런 자극을 준 <불칼>을 오마주했고 등장인물 일부도 그렇게 했다. 단, 내용은 완전히 다른 DreamDays 버전 <불칼>이다.


자, 그럼 시작한다. My own 불칼!


                    



BFP,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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