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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욱 Jun 27. 2024

중국 유학원? 유학원을 찾을 거면, 유학을 가지 마라

중국 유학원의 목적, 그리고 사기 유학원

  유학을 고려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바로 유학원이다.


중국 유학이 하고 싶은데, 중국어는 못하겠고, 중국어로 된 웹사이트만 들어가도 외국어 울렁증이 본인을 잡아먹으며, 다음 달 HSK 5급 시험에는 눈앞이 캄캄하고, 한국 대학은 떨어졌으니, 중국 대학이라도 가야 할 텐데, 지금 당장 접수하려면 방법이 없고...


  물론 모든 사람이 이렇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또 적지 않은 사람이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그게 바로 유학원의 생존 전략이고, 유학을 원하는 학생으로서 가장 경계해야 되는 상황이다. 계속 서술하겠지만 유학원 자체가 나쁜 사업은 아니다. 유학원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원장'이라는 명함을 달고서 '사기'치는 사람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유학원의 존재 이유 자체에 태클을 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믿고 맡기기에는 참 위험한 순간인 것도 사실이다.


  가장 첫머리에 단단하게 박고 시작하겠지만, 유학원은 도구다. 즉, 그들은 학생의 모든 인생을 책임질 이유가 없다. 그렇기에 학생이 필요할 때 잘 '써먹어야' 하는 곳이다. 잘 '써먹지' 못할 거라면 쓰면 안 된다. 유학원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해결사가 아니다.


  그럼 유학원은 언제, 어떻게 써먹어야 할까? 똑똑한 고객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백 제외: 4585자


목차

1. 유학원을 써먹어야 하는 곳은 확실히 정해져 있다

2. 당신의 목적은 무엇인가? 사기 유학원의 노림수

- 참고 문헌




1. 유학원을 써먹어야 하는 곳은 확실히 정해져 있다

  누군가는 본과 입학을 하기 위해서 유학원을 찾을 것이고, 누군가는 어학연수를 위해서 유학원을 찾을 것이다. 그렇다면 본과 입학과 어학연수 둘 중에 언제 유학원을 이용하는 게 똑똑한 걸까?


중국 본과 유학

결국은 원하는 대학에는 가지도 못하고, 원치 않는 대학에만 합격하게 됐던 초라한 현실의 도피처로 유학을 선택한 것이다. 게다가 어려운 집안 사정에 몇백, 몇천만 원이나 주고 원치 않은 대학에 가는 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성적도 성적이었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건 나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분명 모든 유학생이 도피 유학생은 아니겠지만, 중국 유학생 중에 도피 유학생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 중 적지 않은 비율이 유학원을 통해서 입학한다. 그리고 유학원을 통해서 입학한다는 것 자체가 먼저 언급한 것처럼 그 나라에 대한 정보가 없거나, 그 나라의 언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절강대학 국제 유학생 입학 페이지


  내가 졸업했던 대학교, 중국 북칭복교절 중 하나인 절강대학의 국제 유학생 입학 사이트 화면이다. 여기서 입학 신청을 하거나, 입학 요강을 확인할 수 있고, 이 사이트만 들어가도 대부분의 정보를 알 수 있다. 자, 그럼 여기에 중국어가 몇 개나 있는가? 애초에 영어까지 지원한다. 국제 유학생을 유치한다고 이름을 내 건 학교라면 최소한 이 정도는 준비되어 있을 거라 확신한다. 영어 지원이 안 되면 또 어떤가? 이제 GPT4o는 사람처럼 대화도 한다. 번역가가 사라질 거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번역기가 잘 되어 있는 세상이 아닌가?


저 몇 글자의 중국어조차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때려치워라, 유학 가지 마라


1. 현실을 빨리 깨닫고, 정상 노선을 타기 위해 자퇴를 결정한 후 한국 대학, 혹은 다른 길을 찾는 학생
2. 현실을 깨달았지만, 자퇴가 무섭고, 그 이후 노선을 생각하기 버거워 그저 시간을 보내는 학생
3.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정말 자신이 3개 국어가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0개 국어 학생
4. 아무런 생각이 없는 학생

그리고 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학생의 20대는 엉망이 되며, 이 기간이 짧을수록 정상 노선에 다시 안착할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


  내가 중국 생활을 하면서 저런 학생들 한 둘을 본 게 아니다. 나조차도 입학 당시에는 HSK 4급 200점 언저리인, 게으르고 멍청한 도피 유학생이었다. 하지만 그런 나도, 유학원 없이 직접 사전 돌려가며 홈페이지를 읽고, 입학 요강을 읽고, 커리큘럼을 보고, 유학을 준비했다. 고작 이 따위 별 것 아닌 노력도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유학을 가지 마라.


  유학원은 본과 유학에 도움 받으라고 있는 게 아니다. HSK6급 300점이 와도 대학 수업은 그 궤를 달리한다. 어학 자격증은 그저 시작 단계일 뿐이다. 근데 만약 HSK조차 6급이 아니라면? 더이상의 말은 생략한다.


  4년이라는 시간은 길고도 짧다. 내게 4년이란 시간은 중국어 하나 못하는 멍청이가 현지화 담당자로 성장할 수 있었던 아주 귀중하고도 고귀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회와 행운이 누구에게나 쉽게 찾아오는 게 아니라는 건 나도 잘 안다. 중국에서 10년을 넘게 살아서 중국어를 모국어처럼 하거나, 조기 유학을 와서 중고등학교를 중국에서 졸업했다는 학생들도 4년 졸업 조건을 못 채워서 졸업 연기를 한다.


졸업하는데 5년 걸렸네요? 놀았나 봐요?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개의 사연이 존재한다.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걸 인정해 줄 인사 담당자도 없다. 인정해 주더라도 매번 똑같은 이야기, 똑같은 '변명'을 늘어놔야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졸업 연기는 평생의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고, 그렇기에 가장 지양해야 되는 일이다.


  즉, 입학 과정에서도 자기가 도전하지 않고, 자기가 직접 해결하지 않고, 어쩌면 그 입학에서조차 '도피'해버리는 학생이 4년이라는 대학 과정을 버틸 수 있을까? 졸업 연기라는 꼬리표나 안 달리면 다행 아닐까?


중국 어학연수

  만약 중국 어학연수를 고려하고 있다면 유학원을 찾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언어를 목적으로 한 단기 유학의 경우, 지원자의 중국어 능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본과 입학을 원한다면 중국어를 못한다는 걸 부끄러워해야 한다)


절강대학 국제 어학연수생 안내 페이지


  절강대학의 어학연수 신청 페이지를 보면 알겠지만, 초급반, 중급반, 고급반으로 나뉘어져 있고, 의료 보험이나 신체검사 같은 사소한 부분도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다.


  당연히 가장 좋은 건 직접 알아보고, 직접 신청해서, 유학하러 가서도 직접 모든 걸 해결하는 거지만, 언어 학습이 목표인 단기 어학 연수생에게 이 모든 걸 직접 해결하겠다고 귀중한 시간을 투자하는 건 그 가성비가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유학원을 찾아가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일단 어학연수를 준비하는 사람으로서는 초급반, 중급반, 고급반 중에 어떤 반을 신청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반의 수준이 어떤지 등이 궁금할 수밖에 없고, 이런 것들을 학교에다가 이메일로 묻고 답변을 받기에는 그 절차가 굉장히 길고 느린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유학원에 찾아가게 되면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수준의 학생이 어느 반을 신청했었는지 같은 이력들을 볼 수 있을 가능성이 있고, 신체검사 같은 경우에도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최소한 정상적인 유학원이라면 학교별로 잘 알고 있을 테니, 그런 정보도 미리 알고 들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크린샷에는 없지만, 장학금에 대한 부분도 신청 서류가 뭔지, 어느 정도 조건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유학원이 정상적인 곳이라면 알고 있는 게 당연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만약 모른다면 알아봐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그런데 유학원 중에 장학금을 대리 신청해 주는 조건으로 장학금의 일부를 달라고 하는 유학원이 있다. 그런 유학원은 가지 않길 바란다. 정말 대리 신청비만 받는다면 동의해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학금의 1/3을 달라고 요청하는 건 너무 과하다. 그리고 그 숫자가 적지 않다.


  당연히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은 장학금의 1/3을 주더라도, 2/3를 받을 수 있으니, 못 받을 거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서 그런 불공정 계약에 동의하는데, 애초에 저런 불공정 계약은 100% 받을 수 있다고 확언하지도 않는다.


장학금 접수 도와드리는데, 통과되시면 수수료로 1/3 납입해주시면 되세요


  개똥 같은 소리. 장학금 심사에는 한국의 공식 교육 기관이 아닌 사설 유학원의 추천서 따위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필요한 서류만 잘 채워져 있으면 그 기준에 따라 심사해서 장학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추천서를 안 써준다는 식으로 협박하는 유학원이 있다면 그 유학원에는 가지 않길 추천한다. 장학금을 받았다면 그 지원자 자체가 장학금 지급 요건에 부합하는 인재인 거고, 못 받았다면 그냥 자기가 운이 없었던 거다.


2. 당신의 목적은 무엇인가? 사기 유학원의 노림수

  본과 입학과 어학연수의 두 가지 목적성을 기준으로 글을 서술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기 목적이 뭔지 제대로 아는 거다. 단순한 어학을 목적으로 하는지, 아니면 중국 대학의 학생으로서 깊이 있는 전공을 학습하려는 건지, 뭐가 자기 목적인지를 꼭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목적을 잘 알아야 사기 유학원 같은 곳에 이끌리지 않는다. 어학연수를 하고 싶은 건지, 만약 본과 입학을 하고 싶다면 본과 입학에서 어떤 전공을 배우고 싶은 건지, 그냥 졸업장이 갖고 싶은 건지, 대학 간판을 따고 싶은 건지, 어떤 목적이든 그 목적을 잘 알아야 한다.


어학연수를 하고 싶다면 유학원에서 쓸데없는 서비스를 강요하거나 요청할 때 단호히 거절할 수 있어야 하고, 본과 입학을 하고 싶다면 최소한 어느 대학을 가고 싶은지, 어느 전공을 생각하고 있는지 정도는 미리 찾아봤어야 한다. 졸업장을 갖고 싶다면, 당연히 대외한어과로 입학한다는 가정하에 어느 대학이 가격이 더 저렴하고, 과정이 더 편한지를 고려해야 하고, 대학 간판을 따고 싶다면 최소한 한국인 유학생이 몇 명이나 있는지, 현지 과정을 졸업한 졸업자는 얼마나 있는지, 각 전공별 수준은 어떻게 되는지, 유학생 과목은 얼마나 개설되는지 등 최소한 그 실정 정도는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이렇게 사전에 준비하지 않는다면 유학원의 추천과 강요에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며 결국 귀중한 시간과 돈을 쌍으로 날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꼭 알아야 할 것은 절대 유학원은 만능 해결사가 아니다. 애초에 지원하는 서비스가 전문적인 자격이 필요한 전문 서비스가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 당장 유학원을 차리고 싶다면 차릴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 어쩌면 난 중국 현지 유학생으로서 현지 대학 입학 사무실에 지인들이 가득하고, 직접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으며, 최소한 언어 소통의 관점에서 조금의 장애도 없기 때문에 그 어떤 유학원보다 가장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애초에 교육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 교육부의 제재를 받지도 않고, 내가 지금 당장 유학원이라고 이름을 붙이면 유학원이 되는 이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런 조건도, 제약도 없는 서비스 산업을, 사업체를 세우고 유학원이라 이름을 붙였다는 이유만으로, 또 그 언어를 조금 한다는 것으로 수수료를 수십만 원씩 받는 비정상적인 유학원이 한둘이 아니다. 제대로 된 현지 사정도 모르고, 그저 찾아온 학생들을 눈치껏 가늠하고는 얼마나 뜯어먹을 수 있을지 짱구를 굴리는 유학원도 적지 않다.


  내가 당했던 중국 유학 사기도 어찌 보면 이것도 유학원 사기에 가깝다. 현지 사정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매년 등록금을 수백만 원이나 뻥튀기하고 그 차액을 중간에서 떼어먹으며, 간절한 학생들을 등쳐먹기 위해 어디서 또 수수료를 받아먹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꼴이 딱 사기 유학원이다. 그리고 그 피해의 대상은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이고 말이다.


지갑만 털리면 양반이다. 시간을 털리는 게 가장 안타깝다


  이런 사기 유학원이 한국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중국 현지 대학 재학시절, 한 유학원에게 피해를 받은 학생들이 모여 공중파에 제보를 하고, 그게 방송됐던 현장을 본 적도 있고, 중국 대학도 아닌, 한국 대학의 중국 대학원에서 거짓, 과장, 기만 광고 행위를 통해 학생들을 모집하고, 결국 한 학생이 피해를 보았다는 사례도 그 피해 학생에게 직접적으로 들은 바가 있다.



□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하여 자신의 유학(어학연수 포함)관련 서비스에 대해 거짓․과장 및 기만적인 광고행위를 한 16개 유학원에 대해 시정조치하기로 결정함(7.13)



  공정위에서도 유학원 서비스에 거짓, 과장, 기만적인 광고 행위를 한 유학원들에 대해서 시정 조치를 내린 적이 있다. 물론 세상 어느 산업이든 이런 사기 행위가 있긴 할 것이다. 하지만 유학원은 그 시작부터 전문성에 대한 최소한의 조건조차 없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4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이상한 대학, 이상한 졸업장에 투자하고, 그 와중에 돈까지 잃는다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다시 말하지만, 유학원은 만능 해결사가 아니다. 똑똑한 소비자로서, 똑똑한 학생으로서 자기가 필요한 일을 명확히 이해하고, 정확히 원하는 결과를 위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서비스를 요청하는 곳, 그게 유학원이다. 유학원을 선택할 때는 꼭! 그 유학원에 역사가 있는지, 그 능력을 증명할 자료가 있는지, 그리고 그 자료들이 자기가 봤을 때 충분히 이해할 만한 부분인지 등을 잘 확인해야 한다.


  사실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중국 유학을 해봤거나, 중국의 실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지인을 찾아서 그 지인과 같이 유학원에 방문하는 것 혹은 사전에 여러가지 궁금한 점을 미리 물어보고 확인 받는 것이다. 비자 발급에는 얼마나 드는지, 대행 비용은 얼마인지 등 아무리 몰라도 이미 겪어본 사람이라면 대충 들어봐도 맞다 아니다 같은 감을 잡을 수 있고, 유학원이 그 가격과 실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에게 바가지를 씌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기 유학원들의 주요 돈벌이 수단학생의 절박함과 무지다. 절박하면 절박할수록 그 절박함에 가치를 매기고 수수료를 듬뿍 씌운다. 무지하면 무지할수록 100원짜리를 10만 원에 팔아먹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수수료가 든다면 원가가 얼마고, 수수료가 얼만지, 왜 수수료가 이정도 책정되는지, 그게 합리적인지에 대해서 학생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유학원이 다 그렇진 않겠지만, 당신의 눈먼 돈과 인생을 노리는 유학원이 없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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