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환규 Aug 09. 2024

자원은 활용할 때 가치가 높아진다

오래전 뉴스에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죽음을 맞이한 할머니의 이야기가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다. 이 할머니는 날마다 지하철역에서 구걸하며 연명하였는데, 그해 겨울 추위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장례를 치른 뒤, 시청 직원들이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침대 밑에서 150만 달러나 되는 큰돈을 발견했다. 그 큰돈을 두고도 할머니는 먹지도 않고 기름도 아끼다가 배고픔과 추위로 숨을 거둔 것이다.    

  

직장인 중에는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 직업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연봉’이고, 연봉을 조금 더 준다고 하면 현재의 직장을 미련 없이 떠나기도 한다.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도 있다. 직장인 중에는 근무하지 않은 시간도 근무한 것처럼 속이고, 세일즈를 하면서 판매 수당을 더 받기 위해 고객에게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이런 비열한 수단을 동원해 돈을 번 사람은 ‘걸리면 어쩌지?’와 같은 걱정과 불편함을 늘 감수해야 한다. 이런 사람의 삶은 돈의 양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을 것이다.     


돈과 같은 재물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개그콘서트의 어르신이라는 오래전 코너에서 출연자는 처음에 "○○(좋은 직장, 결혼 등), 그거 다~필요 없는 기라."라는 대사로 운을 떼고 "돈 많이 벌면 뭐 하겠노,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 먹겠지. 소고기 사 묵으면 뭐 하겠노, 힘 나서 일 열심히 하겠지. 일 열심히 하면 뭐 하겠노, 돈 많이 벌겠지. 돈 많이 벌면 뭐 하겠노,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 묵겠지. 소고기 사 묵으면 뭐 하겠노, 힘나서 일 열심히 하겠지. 일 열심히 하면 뭐 하겠노, 돈 많이 벌겠지."라고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코너를 마무리한다. 이 대사처럼 돈을 버는 목적은 배고픔을 해소하거나 남에게 자기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지 삶의 최종 목적은 아니다.     


돈과 같은 재물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욕구 단계 이론을 주장한 매슬로 박사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순으로 충족된다고 한다. 5가지 욕구 중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는 ‘하위 욕구’로, 애정과 소속의 욕구, 존중의 욕구와 자아실현의 욕구는 ‘상위 욕구’로 분류되기도 한다. 욕구 단계 이론에서 사람은 5가지 욕구를 만족하려 하되 우선순위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욕구부터 차례로 만족하려 한다는 것이다. 욕구 중에서 돈으로 충족할 수 있는 욕구는 주로 하위 욕구이고 상위 욕구는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 부자가 돈으로 사랑을 사기란 쉽지 않다. 설사 돈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더라도 그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교환하는 거래 관계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돈이 많더라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경받기란 쉽지 않다. 반면, 돈이 없더라도 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사람은 존경받을 수 있다. 즉, 존경은 자신의 자원을 얼마나 가치 있게 사용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잘못된 방법으로 자원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어느 조직에서나 뒷담화에 능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인격이나 능력을 깎아내려 자신을 돋보이게 하거나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려는 목적으로 뒷담화를 한다. 뒷담화쟁이는 능력자를 비난하면 자신에 대한 평가가 높아진다고 받아들인다. 자신의 뒷담화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을수록 조직에서 자기 영향력이 커진다고 착각하면서 뒷담화의 강도를 점점 높여간다. 이와 같은 뒷담화쟁이의 건강하지 못한 대인관계는 조직원의 심리 자원을 불필요하게 소진함으로써 조직에 악영향만 끼친다. 

    

뒷담화는 조직의 균열을 초래하는 원인이다. 조직원이 자금을 횡령하면 그 영향은 제한적이다. 물론, 횡령한 금액이 회사 운영에 영향을 미칠 정도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오히려 조직원의 도덕성을 일깨우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하지만 뒷담화는 둑에 있는 구멍과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에 균열을 가져오는 원인일 수 있다. 뒷담화를 하는 사람은 뒷담화를 다른 사람과의 관계나 소통의 수단으로 인식하지만,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단절될 것이다. 심한 경우 조직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다. 악플에 시달린 연예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유와 같은 것이다. 이처럼 뒷담화는 조직에 해만 끼칠 뿐이다. 

    

뒷담화는 조직원의 욕구 충족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다. 뒷담화쟁이는 뒷담화의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뒷담화의 대상 중에는 조직원으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하는 리더도 있다. 리더가 뒷담화로 조직원의 신뢰를 잃으면 조직의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그 조직은 방황하게 된다. 이런 혼란이 오래갈수록 능력 있는 조직원은 조직에 자신의 모든 능력을 쏟기를 주저하게 되고, 심한 경우 이직도 강행한다. 능력 있는 사람이 조직을 떠나면 뒷담화쟁이는 ‘드디어 나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왔다’라고 환호하겠지만, 그 순간부터 비극이 시작된다. 뒷담화쟁이가 가진 능력은 뒷담화뿐으로, 뒷담화로 성과를 낼 수 없다. 결국, 조직은 발전하지 못하고, 조직원은 조직에 실망하게 되는 것이다.     


뒷담화는 조직에 대한 신뢰를 줄이는 원인이 된다. 뒷담화는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많은 조직에서 뒷담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뒷담화를 활력소로 인식하는 사람도 많다. 뒷담화가 심할수록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은 조직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면서 ‘일할 맛이 사라지고 이직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조직은 빨리 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뒷담화를 근절할 수만 있다면 조직원은 업무에 몰입할 수 있고 조직은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도 막을 수 있다.     


욕구를 충족하는 과정에서 조직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직장인은 한 달간 시간과 노력을 들인 대가로 급여를 받는다. 급여를 가지고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를 해결하지만, 급여로 의식주를 해결하기에 부족한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회사보다 자신의 생존에 더 관심을 둘 것이다. 이런 사람은 회사로부터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하면 회사에 급한 업무가 발생하더라도 나 몰라라 한다.     

 

조직의 리더들은 부하직원들이 자신처럼 회사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주기를 바라지만, 이런 바람은 리더 혼자만의 바람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조직원의 경우 남겨둔 업무가 신경 쓰이기는 하나 이보다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일이 더 급할 것이다. 반면,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난 리더의 경우 의식주와 관련된 욕구보다는 회사와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구 충족에 관심을 둘 것이다. 이렇게 상사와 부하가 충족하려는 목표가 다르므로, 이런 차이가 조직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욕구를 충족하는 방법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직장인의 경우 일을 통해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 회사의 경영상태가 정상으로 유지되면 급여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어 생존에 대한 고민은 해결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동료와 신뢰가 쌓이고, 자신의 노력에 따라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직장인이 일하는 과정에서 들인 노력과 시간이 합쳐져 인생 목표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처럼 직장인에게 일은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상사나 동료는 일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람이다. 부하가 작성한 보고서를 읽으면서 자기 아이디어를 더해 보고서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보다는 부하의 실수를 기다린 것처럼 야단치는 상사와 일하는 사람은 자신의 업무에서 일의 가치를 찾기가 어렵다. 이런 상사와 일하는 부하에게 직장은 생존을 위한 도구가 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상위 욕구 충족은 고사하고 가지고 있던 심리 자원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반면, 힘들어하는 동료를 외면하지 않고 자기 일처럼 돕고, 수시로 관심을 주는 동료와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솟아날 것이다. 이런 동료와 일하는 직장인은 일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는 다양한 자원이 필요하다. 지금도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힘든 과정을 경험한 사람이 많다. 힘들 때 배우자나 지인처럼 옆에서 든든하게 버텨준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의식주가 부족한 상태에서도 배우자나 동료를 믿었고, 당사자는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사랑하는 사람, 가족, 믿음직한 친구나 동료는 건강한 삶을 위한 중요한 자원이다. 품성이나 체력도 물질과는 다른 자원으로, 이런 자원이 많을수록 스트레스를 견뎌내고 역경을 극복하기가 수월해진다. 이런 보이지 않는 자원을 심리 자원이라고 하는데, 심리 자원이야말로 충만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소중한 자원이다.   

  

돈이나 심리 자원은 나눌 때 가치가 있다. 앞에서 나온 할머니의 삶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나 같으면 적당히 맛있는 것도 먹고, 잠도 따뜻하게 잤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우리와 그 할머니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동료에게 점심 사는 것도 아까워하고, 동료의 도움에 감사함을 표현하지도 않고, 동료를 도와줄 능력이 있음에도 도움을 주지 않고, 괜히 사람들 앞에서 얼굴만 찌푸리며 비난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해 사랑할 기회들을 놓치고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들은 언젠가 후회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할머니처럼 가지고 있는 돈을 투자하지 않고 집에만 쌓아두면 이자가 붙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동료로부터 도움을 받은 사람이 도움을 준 동료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슴에만 담고 있으면 동료는 그 마음을 알 수 없다. 오히려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비슷한 상황에서 동료의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감사한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자. 처음 시작할 때는 어색하겠지만, 한두 번 시도하면 어색함은 사라지고 ‘이 좋은 걸 그동안 왜 하지 않았을까?’라는 후회가 밀려올 것이다.      


심리 자원은 표현할수록 더 많이 쌓인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사랑해.”라는 말을 들으면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면서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나감을 느낄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사람도 이런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일상에서 심리 자원을 높이는 말에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와 같은 말이 있다. 심리 자원을 나누기 위해 ‘특별한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누구나 쉽게 할 방법의 하나는 ‘잘 들어주는 것’이다. 힘들어하는 동료의 말을 끝까지 듣고 난 다음 “많이 힘들구나. 내가 도와줄게.”라는 말을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럴 때 “그런 거 너만 겪는 거 아니니까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와 같은 평가나 비판의 말을 하는 순간 그동안 상대의 마음속 통장에 쌓아두었던 심리 자원이 모조리 빠져나갈 수 있다. 

이전 20화 직장인에게는 다양한 역할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