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를 많이 마시면 몸에 나쁜 영향이 있을까요?”
강의할 때 수강생에게 가끔 질문을 하면 대부분은 “아니요”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가 정답이다. 몇 년 전에 미국에서 ‘물 빨리 마시기’ 대회에서 한 여성 참가자가 급하게 물을 마시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물을 많이 마셔 배설과 섭취의 균형을 잃게 되면 불안, 현기증, 구역질, 구토, 설사, 경련, 혼수 등의 증상을 나타내며 심하면 사망하는 수도 있는데 이것을 ‘물 중독’이라고 한다. 많이 마셔도 문제가 없을 것 같은 물조차도 많이 마시면 문제가 된다. 이처럼 적절한 경우에는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게 되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자신이 성과를 올려야 동료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업무에 쏟아부으면서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업무에 쏟고 나면 에너지가 고갈되어 더 이상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는데, 이런 상태를 소진(burn out)이라고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줄어든 에너지의 보충과 함께 에너지의 낭비를 줄여야 한다. 고갈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인정과 격려와 같은 긍정적인 자극이 필요한데, 이런 건강한 자극은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그 에너지를 업무에 사용해 성과를 내면 다시 동료로부터 인정을 받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주변 사람들로부터의 자극도 선순환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주지만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인정과 격려 또한 에너지를 만들고 고갈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직에서 조직원들이 이런 선순환을 경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조직의 리더이다. 리더가 지나치게 칭찬만 하거나 야단만 치는 것과 같은 균형 감각을 상실할 경우 조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리더가 조직원들에게 불필요하게 화를 내거나 야단을 치는 경우 조직원들은 자신들의 심리 에너지를 업무에 사용하기보다는 리더의 역정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데 사용하게 된다. 결국 한정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결과 업무성과는 떨어지고, 이 결과에 대해 리더는 다시 화를 내는 악순환을 초래하기 때문에 리더의 균형 감각은 조직의 성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과가 떨어지는 조직을 조사하면 리더의 균형 감각이 부족하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자연도 균형을 상실하면 황폐한 환경이 만들어진다. 땅 위에 강한 햇볕만 내리쬐면 사막이 되기에 사막이 되는 것을 막고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비와 바람과 그늘도 필요하다. 너무 강한 바람만 불거나 그늘이 너무 진하면 문제가 되지만 적절한 바람이나 그늘은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된다. 이런 균형 감각의 상실이 조직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직심리학자들은 많은 관심을 두고 연구를 하고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바바라 프레드릭슨 교수는 조직의 성과 향상을 위해서 조직원들이 부정 경험을 한 번 할 때 세 번의 긍정 경험이 필요하다는 3:1의 법칙을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를 설명할 때 리더들로부터 종종 “부하에게 칭찬하면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거나 태도가 해이해져 오히려 성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생겨 일부러 칭찬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리더의 이런 태도는 아마도 ‘귀한 자식일수록 매 한 대 더 때린다’라는 속담처럼 부하에게 긴장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사가 잔소리나 꾸지람을 계속하게 되면, 부하는 계속 긴장하게 되고, 위축되며, 자신의 업무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상사에게 야단을 맞지 않으려는 방법’을 찾는 데 사용하는 결과를 낳는다.
좋아하는 운동을 오랫동안 지속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휴식도 필요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라는 자신감과 성취감도 느껴야 한다.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격려와 함께 포기하려고 하는 태도에 대한 적절한 질책도 필요하다. 앞에서 설명한 3:1의 법칙에서 ‘1’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과가 떨어지는 조직에서는 리더의 질책이 지나치거나 너무 부족해 문제가 된다.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심리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직장에서 업무를 한다’라는 의미는 ‘자신의 에너지를 직장에서 원하는 업무에 쏟고 성과를 내는 행동’이고, 급여는 자신의 에너지를 소모한 대가라고도 말할 수 있다. 리더의 역할은 ‘조직원 모두의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모아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결국 리더십이 뛰어나다는 의미는 조직원들의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결집하는 능력과 함께 조직원들의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도록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의미와 같을 것이다. 반대로 리더십의 부족은 부하 직원의 에너지를 업무성과와 상관없는 엉뚱한 곳에 소모하게 만들거나 고갈된 에너지를 채워주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의미와 같다.
직장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을 늘릴 방법으로는 상사나 동료로부터의 업무 능력에 대한 인정, 건강한 대인관계 그리고 건전한 습관 등이 있다. 예를 들어 업무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상사나 동료로부터 질책을 받게 되고, 이것은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된다. 스트레스는 심리 에너지를 급격하게 고갈시켜 업무성과를 떨어뜨려 다시 동료로부터 비난을 받게 된다. 이럴 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많은 사람이 술을 마시는데, 사람들의 바람과는 달리 알코올은 업무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사고능력을 떨어뜨리고 심리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다시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업무에서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에서도 균형 감각은 중요하다. 자신의 심리 에너지를 일에만 쏟게 되면 가정을 돌보는 데 소홀해져 가족들이 서운해하고, 일보다는 가정에 충실하면 직장에서 낙오되기 쉽다. 운전할 때 한쪽 차선으로 차가 기울어지면 핸들을 돌려서 차가 가운데로 오게 만드는 것처럼 삶에서도 이런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과 가정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에너지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이다. 직장과 가정에 필요한 에너지의 적정 비율을 정해놓고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하면 된다. 이때 가족들과 미리 상의하게 되면 가족들의 서운한 마음을 달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을 늘리는 것이다. 에너지가 많다는 것은 더 많은 활동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업무뿐만 아니라 취미활동까지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일상에서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일과 가정에서의 성공을 위한 균형 감각의 유지를 위해서 먼저 멘토로부터 도움을 받는 방법이 있다. 멘토는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균형을 잃고 헤맬 때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고전을 통하는 방법이다. 고전은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의 지혜가 담긴 내용들로 가득하다. 학자들이 삼국지나 손자병법과 같은 고전을 통해 리더십을 연구하는 것처럼 많은 고전은 삶의 균형에 대한 중요성과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삶의 균형을 위한 세 번째 방법은 자신이 지나온 길을 스스로 살피는 것이다. 자신이 걸어온 발자취를 되돌아보면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고, 한쪽으로 치우쳐 있을 때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이때, ‘나는 항상 제대로 살고 있다’라고 생각하면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지만 ‘나는 아직도 개선할 부분이 있다’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성찰하기 시작하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많은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삶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기는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삶의 균형을 유지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너무나 크다. 이렇게 소중한 삶의 균형을 위해 다음 질문을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하면서 균형을 유지하기를 권한다.
“삶에 대한 균형 감각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