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다양한 역할이 부여된다.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해야 하는 역할이 있는 것이다. 부모나 자녀와 같이 자신이 선택하지 않아도 주어지는 역할이 있고, 직장인과 같이 자신이 선택한 역할도 있다. 퇴직자가 퇴직한다는 뜻은 ‘직장인의 역할’을 더는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퇴직자가 부모도 자녀도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퇴직 후에는 가정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해야 한다. 가장이 직장인이었다면 가정경제를 책임진다는 이유로 가정에서의 역할에 소홀히 해도 가족으로부터 이해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퇴직 후에는 퇴직자를 바라보는 가족의 시선이 달라진다. 가족은 퇴직자가 가정경제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직장인이 퇴직 후 가정에서의 역할 변화에 대한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사 분담의 변화이다. 퇴직 후에는 여유 시간도 많고, 주기적으로 하는 일도 없기 때문에 가사와 관련된 역할을 더 많이 맡게 된다. 예를 들어, 퇴직한 남편이 배우자와 함께 요리, 청소, 정원 가꾸기 등의 가사 일을 분담하게 되면 두 사람 모두의 부담이 줄어들고 함께하는 시간도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며 협력하는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둘째, 가족 행사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재직 중일 때는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 행사나 모임에서 방관자 역할을 할 수도 있었지만, 퇴직 후에는 가족 행사나 모임을 주관하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커진다. 예를 들어, 명절이나 생일 파티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일이 퇴직자의 손에 맡겨질 수 있습니다. 퇴직자가 가족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가족 간의 유대감이 강화되고, 퇴직자가 가족의 중심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셋째, 교육 및 멘토 역할이다. 퇴직 후 많은 퇴직자가 손주를 돌보는 역할을 맡게 된다. 퇴직한 할아버지가 손주를 돌보고, 학교 숙제를 도와주거나 주말에 함께 시간을 보내며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이는 자녀나 손주를 돌봄과 동시에 교육과 관련한 멘토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퇴직자가 자녀의 직업 선택에 대해 조언하거나, 손주에게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의 교훈과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넷째, 정서적 지지이다. 퇴직 후에는 가족 구성원들에게 정서적 지지를 해주는 역할도 중요해진다. 예를 들어, 퇴직자가 자녀의 직장 스트레스를 이해하고 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면, 자녀는 부모로부터 지지를 받는다고 생각해 안정감을 느낄 수 있고, 부모를 신뢰하고 친근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이는 가족의 정서적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퇴직자는 가정 내에서 다양한 역할 변화를 겪으며, 가족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개인과 가족 모두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그러나 퇴직자가 퇴직 후 가정에서의 역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은 개인의 정신적, 정서적 건강뿐만 아니라 가족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몇 가지 부작용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가족 간의 갈등
가정 내에서 역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가족 간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퇴직한 아버지가 가사 일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거나 손주 양육에 소극적이면 아내와의 불화가 생길 수 있다. 아내는 남편이 퇴직 후에도 가사와 양육의 부담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스트레스를 느끼면서 부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2. 가정에서의 고립
퇴직 후 가정에서의 역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고립감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퇴직자가 가정에서의 역할 대신 외부 활동이나 사회적 모임에만 참여하게 되면, 가족과의 관계가 멀어지면서 고립감이 깊어지면서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다. 이는 퇴직자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 건강 문제
스트레스는 신체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퇴직자가 가정에서의 역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계속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면, 이는 수면 장애, 고혈압, 심장병 등의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4. 자아 정체성의 위기
퇴직자는 직업을 통해 많은 자아 정체성을 형성한다. 퇴직 후 이 정체성을 잃게 되면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퇴직자가 자신의 직업적 성취를 잃고 가정 내에서의 역할에 적응하지 못하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의심하게 되면서 자아 정체성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5. 우울증 및 불안
퇴직자가 퇴직 후 가정에서의 역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우울증이나 불안감을 겪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퇴직자가 직장에서의 정체성을 잃고 가정 내에서의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지 못하면, 고립감을 느끼면서 무기력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일상적인 활동에 대한 흥미를 잃고, 심각한 경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처럼 퇴직자가 가정에서의 역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개인의 삶은 물론 가족 관계와 사회적 상호작용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가족 구성원은 퇴직자가 가정에서의 역할에 적응하도록 지지하고 격려할 필요가 있다.